아시아 ASIA/일본 Japan

[Kyushu, Japan] 동화 속 마을 유후인 (Yufuin)

빛나_Bitna 2007. 2. 19. 09:14
01. 숲속을 달리는 유후인노모리(由布院の森)

'유후인의 숲'이란 이름처럼 숲을 테마로 한 유후인노모리. 유후인에 갈 때는 꼭 이 기차를 타 주셔야 한댄다. 하까다에서 가는 차가 적은 편이고 이 기차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꽤 많은 편이라서 예약은 필수다.

사진엔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데 빨간색으로 된 부분에 'Yufuin No Mori Limited Express'라고 써 있다. 무엇이든 'Limited'라 하면 눈에 불을 켜는 일본 사람아니랄까봐 이런 곳까지....;;; 덕분에 열차가 역에 도착했을때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가 외국인이고 누가 일본인인지 절대 구분할 수 없었다.

열차가 달리는 동안 창밖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좌석이 좀 높게 설치되어 있다. 초록색 열차 안에 나무계단이 숲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 같았다. 좌석을 찾아 짐을 정리하고 열차구경을 시작했다. 두리번~ 두리번~ 기웃~ 기웃~ 그러다가 우리의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바로 메뉴판!


메뉴판이 있다는 것은 식당칸이 있다는 것! 점심식사 메뉴를 고른 뒤 식당칸을 찾아 나섰다. 식당칸은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열차안에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메뉴도 다양하고 깨끗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주문받는 언니가 영어를 좀 하신다는 것!
일본에 와서 처음 봤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일본 사람! 아.. 이 감격! ㅠ_ㅠ 일어를 못해서 어찌나 답답했었던지... '저스트 모먼트' 요렇게 딱딱하게 내밷는 영어도 어찌나 반갑게 느껴지던지... >_<!


2006년의 마지막 날에 유후인노모리를 탄 기념으로 사진 촬영도 해주었다. (제법 어울리나? ㅋ)
기차, 단순한 이동수단일 뿐인데... 일본의 기차는 그 안에서 보낸 시간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어 준다. 기차들의 모양을 모두 다르게 하고, 특별한 테마기차를 만들고, 기차 안에서 작은 이벤트를 열고... 관광지 뿐 아니라 관광지로 가는 길까지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멋진 아이디어다. =ㅁ=)b


02. 아기자기한 동화 속 마을, 유후인  
   
'자그맣고 한적한 시골마을입니다. 조금은 시끌벅적하고 번잡한 벳부와는 달리 맑은 공기와 푸근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써 있는 가이드북의 말씀과는 달리 유후인역에는 관광객이 가득했다. (신년을 맞아 휴가온 일본인도 꽤 있는 듯.. ) 그래도 분명한 것은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 그리고 맑은 공기가 있다는 것!

역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맑은 공기가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맑은 공기는 마음껏 마시고 눈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이것이 바로 유후인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상점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기념품샵은 물론 보석, 옷, 캐릭터용품, 먹거리 등등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은 제각각 독특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고 있었다. 느긋하게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보고 나와서 걷고.. 또 걷고...

얼마나 걸었을까? 끝이 없을 것 같던 상점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숙박시설과 온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자 노란등을 켠 온천들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킨린 호수에 도착했다.

물안개가 자욱한 킨린호수. 그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하는 카메라가 아쉬웠다. ㅠ_ㅠ

킨린 호수의 바닥에서는 샘물과 온천수가 동시에 솟아나온다고 한다. 자욱하게 피어 오른 물안개가 물이 결코 차갑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살짝 손을 담가봤는데 오~ 정말 물이 미지근한 것이 아닌가! (신기하다! +ㅇ+) 해가 진 후라서 호수가에 사람도 없고 노란 등불을 받은 호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03. Happy New Year_!

유후인은 관광도시인지라 숙박이 엄청나게 비싸다. (만엔이 훌쩍 넘는 곳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가난을 등에 업은 배낭족이 아니던가! 게다가 유후인은 관광도시이기 전에 일본이기에 8시 이후엔 패밀리마트를 제외한 상점이 죄다 문을 닫는다는!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우리는 유후인을 떠나 오이따를 찍고 벳부에 도착했다.

아사이! 삿뽀르! 한국에선 비싸서 못먹는데! +ㅇ+

벳부역 앞, 비지니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신년의 영향일까 잔잔한 음악까지 흐르는 벳부거리.늦은 시간,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조용한 벳부 거리는 평화로웠다. 그 평화를 깨는 외국인 2명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들_! (문을 연 곳이 없어) 주변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약간의 술과 먹을 거리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호텔방에서 조촐한 신년파티를 했다. 그 유명한 일본의 백전을 시청하면서...!

코카콜라 포장이 특이하지 않나? 이것도 limited;;

낯선 땅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북적북적한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과 모여 맞이한 적이 많았었는데 단 둘이 캔맥주를 마시며 카운트다운을 하는 기분이란_!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큰 소리로 씩씩하게 외쳐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세요.'라고... 내 앞에 있는 Sue양은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