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이드북을 펼쳤다. 다양한 컨셉의 온천이 11개나 나와있는 우리의 가이드북은 '일본100 배 즐기기'되시겠다. 각 온천들의 특징과 위치, 가격등을 열심히 비교한 우리의 선택은 '벳부온센호요 랜드' 되시겠다. 가이드북님 말씀에 따르면...
* 영업시간 : 09:00~20:00 | * 요금 : 1,050엔
진흙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류머티즘, 당뇨, 아토피 등에 효험이 있으며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노천온천 시설도 갖추었다.
사실 다른 곳보다 살짝 비싼 감이 있었지만 피부에 좋아 여성들에게 인기라지 않은가!
피부에 좋다면 무조건 다 좋은 우리들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온천에 도착했다. 씨익~ :)
'~랜드'란 이름에서 풍겨오는 느낌과는 달리 상당히 오래된 건물의 온천이었다.
시설이 무슨 상관이야, 물만 좋으면 되잖아! 룰루~ 우리는 표를 사고 온천 안으로 들어섰다.
온천 입구.. 당당히 들어가는 Sue양!
요금표를 끊고 수건을 구입한 뒤 (꼭! 수건 챙기자! ;;; ) 동전을 넣고 캐비넷을 잠궜다.
탈의실 안에는 자물쇠가 있는 캐비넷이 없다는 이유였다. 흠... 여튼 긴 복도를 따라 탈의실 입구에 도착한 우리! 자~ 이제 사이좋게 양머리를 하고 앉아서 머드팩을 해주겠어!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탈의실 문을 여는 우리의 눈에 문득 보이는 반가운 한글이 있었으니 '이 온천은 남녀혼탕입니다.' 그러세요. 네?! 뭐? 뭐시라?!
순간....... 정적........ (패닉상태에서 허덕이는 중...)
그... 그렇다. 이 온천의 그 유명한 대형 노천탕은 남여혼탕이었던 것이었다. 두두두둥!
눈을 믿을 수가 없어 입구에 있는 언니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yes, so what?!'
럴수.. 럴수... 이럴수가!
가이드북에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단 말이다!
가장 중요한 말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겠는가!
이노무 쉐리! 가보지도 않고 쓴거야. 이... !))@#%()(@%()
(가보지도 않은 곳을 가본것처럼 책에 싣다니... 절대로 잊지 않겠다. -┌ )
온천 관계자가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인 즉, 여기있는 혼탕은 대형 노천탕인데 이름처럼 정말정말 넓고, 진흙성분 때문에 물이 뿌옇다고_ 그리고 여성 전용 출입 통로가 따로 있는데다 지금은 밤이라 어둡기까지 하니까 절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모 그런 내용이었다. -_-;;; (큰 수건도 있잖니! 라고 말하는 센스까지;;)
내일 아침 일찍 벳부를 떠나야 하고, 이제와서 다른 온천으로 갈 수도 없으니 어쩌겠냐~
여성전용 공간만 이용하다 와야겠단 생각에 우리는 온천으로 입장했다. (문앞에 써 있는 'Don't Worry'를 머릿속에 새기면서...)
여성전용 공간은 노천 온천 위에 건물을 세워서 만들어진 구조라 좀 추웠다.
실내에는 샤워시설과 함께 꽤 온천들이 있었는데 유황냄새가 좀 나는 곳도 있고 진흙을 풀어놓은 것 같은 곳도 있었다. 정말 물은 좋았다. 따뜻하고 피부에 닿으면 매끈매끈한 것이 오래 앉아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음에 안정이 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궁금하지 않은가, 문밖에 노천온천이!!!!!
일본의 노천온천을 탐방해 보기로 결심했다. 계단을 내려가니 뿌연 물이 어깨까지 차올랐다. (꽤... 물이 깊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뜨아~ 온천 정말 넓다;;;;;
저~~ 멀리 까만 동그라미가 사람이겠지?!;;
워낙 넓고, 물도 깊고, 사람은 거의 없고 게다가 밤이라 어둡기까지...
물위에 동그란 사람 머리만 동동 떠있는 것 같았다. 해수욕장처럼 한 가운데 구분선을 띄워두고 남/녀를 구분해 놓았는데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은 무슨 이산가족 상봉마냥 그 근처에 서서 수다떨기 바빴다. -_-;;; (아빠, 엄마~를 찾으면서...;;;)
구분선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구석에 자리를 잡고 온천을 즐겼다. (양머리까지는 했는데 물이 깊어서 편히 앉지는 못하고 서 있어야 했지만...;) 손을 뻗으면 정말정말 부드러운 진흙이 손에 잡혔는데 이 거 때문에 물이 우유처럼 뿌옇게 보였다. 진흙을 잔뜩 몸에 바르면 그야말로 천연 머드팩!
머드팩을 하고 멍하니 저 멀리 다른 사람들을 바라 보았다. 온천 안에는 우리 말고 두 가족과 한 커플정도가 전부였는데 모두 구분선앞에 모여서 떠들기 바빴다.
가족끼리 온천에서 피로도 풀고 밀린 대화도 하는 것. 저게 혼욕이 주는 장점일까?! 아이들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딸은 엄마편 아들은 아빠편으로 갈라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인공적인 것은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깔려있는 진흙과 물로 즐긴 온천. 기분이 상쾌했다.
샤워후에 열심히 뿌리고 바르는 미스트나 로션도 하나 없는데 피부가 건조하지 않고 보송보송하다. 여행으로 생긴 뻐근함도 사라진 것 같고... 와우! 정말 효과는 좋구나!
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련다.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 반성하라고!!! -_-+)
* 영업시간 : 09:00~20:00 | * 요금 : 1,050엔 + 캐비넷(300엔이던가?)
진흙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류머티즘, 당뇨, 아토피 등에 효험이 있으며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내 여성 전용 시설 외에 축구장 반만한 남녀혼욕을 하는 노천온천이 있다. 물이 깊고 뿌옇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만 이왕이면 밤에 이용하라. 대형 비치타올은 필수, 여분의 옷은 선택이다. 준비물 많고 '혼탕'이란 것이 처음 가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경험할만하다. 효과만점! 피부가 보들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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