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ZAIA in Macau (Cirque du soleil - Zaia)

 마카오 베네시안 리조트. '호텔안에 물이 흐르고 배가 다닌다더라.', '여기가 꽃남에 나오던 구준표네 호텔이라더라.'하는 것 외에 나를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ZAIA)였다.

@ 마카오 베네시안

 아마 태양의 서커스라 하면 '퀴담'이나 '알레그리아'를 떠올리며 '도대체 이건 또 뭐야?!'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테마별로 여러 개의 시리즈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 2개의 테마, 퀴담과 알레그리아가 공연되었었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잠깐 체육관을 빌리거나 천막(?)을 세워서 공연하던 것을 마카오에서는 1년 365일 내내 마음 껏 볼 수 있다. 어떻게? 베네시안 리조트에는 상설 공연장이 있으니깐!!! 

사실 한국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한창이던 그 때, 나도 참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려 20만원이나 하는 티켓 가격에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던... 그리고 나중에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를 보신 분들의 극찬속에 아쉬움에 눈물만 흘렸던 나였다. 그런 내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이다. 한국 공연과 비교하면 나름 경제적인 가격에다 전세계에서 '자이아'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 밖에 없으니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자이아는 베네시안에서 평일 1회, 주말 2회 공연이 있고 티켓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예매할 수 있다. 나는 예매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구입했는데 주말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티켓은 비교적 여유롭게 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나름 상설 공연의 매력 아닐까?) 참고로 주말 오후 공연 가격은 저녁 공연의 반값이니 일정을 잘 맞추면 좋을 듯 하다.

* 가격은 좌석과 환율에 따라 다른데 최저 5만 5천원선에서 15만원선.  
* 자이아 예매 사이트에서는 여러가지 패키지 상품의 가격 확인과 온라인예매가 가능하다. 
https://www.cotaiticketing.com/VCLTicketing/cdsSelection.do?eventCode=cds2010a;cds2010b&lang=en_US

드디어 공연장 입장!

 
화려하게 꾸며진 공연장 입구를 지나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가난한 배낭족이라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공연장이 넓지 않아서 무대가 눈에 싸악 들어왔다. (1800석이라던데..) 배우들이 관객들을 직접 자리로 안내해주고, 내 주변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다. 독특한 것은 그들의 손 안에 있던 팝콘과 콜라. 우리나라 공연장에선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며 열심히 뺏어가는데 여긴 대놓고 판다. 극장처럼...;;; 여튼 두근두근 공연이 시작됐다.

공식 사이트에서 퍼옴!

자이아라는 제목은 그리스어로 '삶'이며, 생명의 신 '가이아(Gai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복잡한 도시에 지친 소녀가 우주를 여행하면서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공연의 끝부분에서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메세지를 남겨준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 정도면 충분할 듯...? )

인터미션도 없이 2시간동안 이어지는 공연이 절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입이 떡 벌어지는 퍼포먼스였다. 서커스하면 떠올릴 수 있는 공중그네나 저글링은 물론 아크로바틱, 탱고, 탭댄스, 불쇼, 비보잉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역동적이고 독창적이었다. 흥겨운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다가, 공중곡예를 보며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우아한 곡선의 예술에 감탄하기도 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였다. 임시로 만들어진 공연장이 아닌 상설 공연장이기 때문에 무대장치와 조명이 자이아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었다. 무대는 도시가 되었다가, 하늘이 되었다가, 우주로 변신하고, 연기자들은 무대와 객석은 물론 천장까지 자유롭게 이동한다.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삼고 있는 스케일 큰 공연인지라 어느 자리에 앉아도 공연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서커스에서 발견한 예술성과 그것을 세계적으로 상품화한 마케팅 능력에 감탄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서커스'라는 어쩌면 조금 낯선 아이템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작품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동춘서커스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예술'이란 상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서커스가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한번 '태양의 서커스'를 보자. 그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

*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 공식 페이지 : http://www.cirquedusoleil.com/en/shows/zaia/home.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