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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대영박물관에는 영국 유물은 없다?! (The British Museum)

빛나_Bitna 2010. 12. 9. 11:30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 하늘은 여전히 맑고 깨끗하다. 비오고 우중충한 날씨가 영국의 특징이라더니 내가 영국에 있는 동안 영국스러운 날씨는 몇 번 보지 못했다. 맑은 날씨덕에 여행다니긴 좋았지만 왠지 영국스러운 날씨를 체험하지 못한 것이 왠지 아쉽다고하면 너무 행복한 투정일까?  

대영박물관 정문


 여행의 마지막 날 아쉬운 마음을 안고 들른 곳은 대영박물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3대 박물관'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거다. 

대영박물관은 1,700년대 영국의 학자 한스 슬론 경이 자신의 소장품을 나라에 기증하면서 세워졌다고 한다. 처음 박물관이 생길 때는 소장품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 뒤에 소장품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점점 더 커져서 지금의 규모가 된 것이란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되 돈을 받지 말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개관때부터 입장료는 무료였다는데 지금 이 박물관의 규모나 여기를 찾는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참....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ㅋ

박물관 입구에서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높은 천장에서 빛이 가득 들어오는 모던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기념품 판매점과 카페테리아 안은 박물관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음같아서는 카페에 앉아 커피한잔 하면서 박물관 지도를 분석하고 싶었지만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아침에 들어가서 해가 질때까지 루브르를 누볐던 것을 생각하면 대영박물관에게도 하루정도는 투자해주어야 예의인데... 아임 쏘 쏘리해~ 전시관 리스트를 보고 특정 전시관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하나라도 제대로 봐줘야 하지 않겠어?!

로제타스톤


처음으로 들른 곳은 로제타스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박물관의 상징과도 같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길에서 발견한 이 커다란 비석에는 고대 이집트어와 그리스어로 적힌 글이 있다. 고대 이집트의 역사, 문화, 생활상등을 기록한 것으로 이집트 문명을 연구하기에 중요한 자료가 된단다. 인디아나존스가 된 것처럼 로제타스톤 주변을 빙 돌면서 열심히 들여다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알아볼 수 없는 이상한 문자들 뿐이었다는... -_-;;;

박물관 돌아보기

박물관은 넓고, 유물은 많다.


 1층에는 로제타스톤 외에도 다양한 그리스, 로마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거대한 조각상들은 물론 신전 하나가 통채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사진이 아닌 실물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열심히 들여다보고 설명을 읽었다. 신화책에서 본 인물들이 옷깃까지 정교하게 조각된 것을 보니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워낙 많은 것들이 끝없이 세워져 있다보니 점점 감흥이 떨어졌다.

실내에서 선글라스 쓰는 만행;;

 
윗층으로 올라가 도착한 곳은 이집트 전시관. 파라오 흉상과 비석 그리고 이집트 생활용품과 보석들이 가득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미이라. 미이라만 전시한 관이 따로 있을만큼 다양한 미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밤에 전시관에 들어오면 꽤 무서울 것 같았다. (이집트 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자제했다. 왠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만 같아서...)

대영박물관 전시물의 대부분은 과거 영국이 그리스, 로마,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가져온 것들이다. 그래서 대영박물관에는 전시물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발굴된 장소의 사진들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리스나 이집트에 가면 '무엇무엇은 영국 대영박물관에 있다.'라는 설명이 대부분일텐데.. 왠지 마음이 짠하다. 무엇이든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인데 이 많은 전시물들의 자리가 여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한국관에 있는 백자 몇 개가 박물관을 나서는 내 발길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