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혼식이 끝났다. 몇 달동안 맹렬히 준비한 것들이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이상하게 결혼식이 다가오니 챙길 것도 많고, 회사일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다. 덕분에 신혼여행 짐도 챙기지 못한 우리는 예식이 끝난 야밤에 짐을 챙겨야 했다. 꿈을 꾼 것처럼 결혼식 날이 지나가고 다음날 비몽사몽한 눈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프랑크푸르트행 아시아나에 몸을 눕힌 후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비오는 프랑크푸르트
9월 첫 주, 프랑크푸르트는 늦더위가 기승인 한국과는 달리 선선한 초가을이다. 부슬부슬 약하게 내리는 비에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예약한 숙소를 찾아 지하철을 타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30~40분정도 소요되었는데 여름옷을 입은 동양 꼬꼬마들이 신기한지 사람들이 자꾸 힐끔힐끔 우리를 쳐다본다.
호텔 앞 길에서
네모네모로 잘 나뉘어진 길이 참 유럽스럽다. 길 양 옆에 늘어선 고풍스런 느낌의 건물, 내리는 비에도 우산따위 써주지 않는 쿨함, 야외에 자리잡고 앉아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 귓가에 들리는 언어가 난생처음 듣는 언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나는 호텔을 찾아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체크인!!!
결혼식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아무데나 예약한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예쁜 호텔이라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고, 친절한 info.언니 덕분에 몇 일간 나를 괴롭히던 긴장감과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서 저녁에 밖에서 프랑크소세지와 맥주를 즐겨주겠다고 다짐했다.
맥주는 커녕.. 꿈나라로.. -_-;;
짐을 풀다가 발견한 독일 론리플래닛. 크로아티아에 정신이 팔려 이 도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날아온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저녁 그리고 내일 반나절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혹은 고민을 시작하려다) 순식간에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신혼여행 첫 날의 낭만도, 프랑크푸르트의 소세지와 맥주의 맛도 이미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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