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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 생가를 찾아서... (Frankfurt, Germany)

빛나_Bitna 2011. 10. 10. 22:20

푸른 하늘의 프랑크푸르트


 긴 잠을 잔 덕분에 상쾌한 아침. 비가 오던 어제와 달리 프랑크푸르트의 아침 하늘도 맑고 깨끗하다. 호텔에서 받은 주변 지도를 하나 들고 프랑크푸르트 관광에 나섰다. 도시의 볼거리가 밀집되어 있는 시내는 중앙역에서도 걸어가기 충분한 거리였다. 산책삼아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여행지에서의 설레임, 역시 무엇이든 몸이 편하고 봐야 한다.

괴테 동상


 오전 9시, 이른 시간이라 상점, 관광지 등등 대부분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가는대로 시내를 걷다가 발이 멈춘 곳은 괴테 동상 앞.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로 대표되는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인 괴테. 이 도시에서 '괴테 동상', '괴테 광장', '괴테 St.'와 같은 그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고향이 바로 여기 프랑크푸르트이기 때문이다.

무려 한글로 써있는 '괴테생가'

괴테생가 앞에서


 아침 산책을 마치고, 시내에 있는 괴테 생가를 찾았다. 지도를 들고 한참을 해메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찾아갔다. 그런데 문 앞에 커다랗게 무려 한글로 씌여진 '괴테 생가'라는 안내판이 있었다는.. 입구로 들어가면 매표소와 기념품 판매소 그리고 안내가 함께 있는 넓은 홀이 있고, 이 홀을 지나 작은 정원을 지나야만 괴테 생가에 들어갈 수 있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은근 집이 넓구나..
 

입구에서 맞아주고 계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해주시는 분이 우리를 맞이한다. 여러 나라말로 되어 있는 안내도에는 각 층의 도면과 각 방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코팅이 되어있어 들고 다니며 집안을 볼 수 있어 편리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지 않은 우리에게 딱 좋은 아이템!!!

1층 부엌

 1층에 있는 꽤 넓은 부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진한 나무색 수납장을 가득채운 접시를 비롯한 주방용품들. 식구가 꽤 많았던 것일까? 살림살이가 꽤 된다.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겠지? 저렇게 걸어두면 먼지는 안 쌓이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맘에 들던 벽시계

멋진 가구 +ㅁ+

왠지 마음에 드는 창

아마도 다이닝룸?

화려한 난로. (각 방마다 있다.)


부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집 구경(?)을 시작했다. 4층까지 개방되어 있었는데, 모든 방이 꽤 큰 크기였고 그 안에 놓여진 가구나 소품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어도 왠지 모를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여유로운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는 말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라고 할까?

집 안 갤러리

집 안 서재


 인상적이었던 곳은 갤러리와 서재로 사용되는 넓은 방. 작은 미술관을 연상시키 듯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은 괴테와 그 가족들의 소장품이란다. 예나 지금이나 여유로우신 분들은 그림에 투자를 하던 것일까? 미술이란 우아한 취미와 지식이 없는 나인지라 뭔가 그럴듯한 그림 감상평을 내놓을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의 그림들은 소장자의 취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된 책이 가득했던 서재.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에 항상 나오는 서재 사진의 원조격이라고 할까? 너무 오래되서 책장이 넘어가지도 않을 것 같은, 혹은 넘기다가 종이가 부셔져 버릴 것 같은 책들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세심하게 관리되던 것이 분명하다. 책장을 유리로 덧씌워놓아서 오래된 책 냄새를 맡을 수 없음이 좀 아쉬웠지만 관리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이니 이해해야겠지?!

괴테의 책상


 괴테가 파우스트를 집필했던 책상. 파우스트는 집필기간이 워낙 길었던 작품인지라 이 책상에 굳이 '파우스트를 집필한 책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좀 어색하다. 그냥 괴테가 작품을 집필하던 책상 정도면 괜찮지 않나?! 여튼 생각보다 책상이 작고 의자도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요즘처럼 컴퓨터로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니었을텐데.. 종이나 펜이나 그 외 자료들을 어떻게 여기에 다 올렸을까? 이 좁은 공간에서 역사에 남는 작품들이 탄생했다니,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복도에도 그림과 가구들이 놓여있다.

인형극을 위한 무대였다고..

4층에 준비된 괴테의 일대기랄까?


 이 외에도 괴테의 흔적인 담긴 다양한 아이템들과 그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어 나처럼 무지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낯설기만 한 그래서 발음조차 힘든 그의 이름. 내 머릿속에 공식처럼 들어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라는 그의 작품 두 개는 그의 문학세계에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여행을 오면 길어지는 나의 서재 책 목록에 그의 작품들을 추가해야겠다. (근데 도대체 언제 다 읽냐. -_-;;; )

괴테 생가의 정원 앞에서..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각 층별 안내를 맡고 계시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내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뜸 하는 한국어가 '괴테 부자'란다. 하하하...!!! 사실이다. 그 시대에 이리 넓은 집에서 엔틱 골동품 포스 팍팍 풍기는 아이템이 가득한 집에서 살았으니 말이다. 

 괴테 생가의 정원을 나서며 생각에 잠겼다. 어릴 때는 위인전에 나오려면, 사회적으로 성공이라는 것을 하려면 뭔가 어렵고 힘든 환경속에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이여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반대로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나약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조차도 뭔가 판에 박힌, 누군가에 의해 내 머릿속에 주입된 결과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환경적인 여유보다는 정신적인 여유가 그 사람 인생의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당장 눈앞만 바라보고 아둥바둥 사는 것보다 한걸음 물러서 먼 미래를 바라보면 더 넓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늦게 출발해도, 지금은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인생의 끝에 다가서는 시간은 비슷하리라.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괴테 생가를 나서면서 내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내 인생의 동반자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