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크로아티아 Croatia

[크로아티아] 해질무렵 산위에서 두브로브니크를 바라보다. (Dubrovnik, Croatia)

빛나_Bitna 2011. 10. 17. 01:03

숙소 앞에서 Hello,

 
 공항버스를 타고 필레게이트에서 하차, 두리번거리는 우리에게 잘생긴 청년이 말을 건다. 숙소 예약은 했는지, 어떤 숙소를 예약했는지 등등.. 예약한 숙소 이름을 이야기하자 친절하게도 안내해 준다며 내 짐을 번쩍 든다. 덕분에 초행에 좁은 골목길의 압박을 뚫고 무사히 숙소에 체크인할 수 있었다.

숙소앞 골목길

 짐을 내려놓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숙소 info 아저씨에게 두브로브니크 핵심 가이드를 부탁했는데, 예상대로 그는 커다란 시내 지도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가볼만한 장소와 맛있는 음식점은 물론 추천 메뉴까지 순식간에 적어주는 센스!!! 적당한 가이드북을 찾는 것도 어렵고, 한국에서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지만 뭐 괜찮다. 현지에서 얻는 정보만큼 정확한 것은 없으니까.

필레게이트 앞

 해가 지는 시간에는 스르지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는 그의 추천코스를 그대로 따르는 착한(?) 빛나씨.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필레게이트 앞에서 구시가지를 등지고 조금만 걸어가면 된단다. 안내판이 없는 것이 살짝 의심스러웠지만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하나뿐인지라 믿을 수 밖에...

언덕을 오르는 중

  5분쯤 걸었을까? 기념품 판매소를 지났더니 드디어 주황색 케이블카가 눈에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후다다닥~ 우리도 태워주세요오오오오~!!!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케이블카 탑승 대기중


 최근에 만들어진 듯 깔끔한 케이블카. 두브로브니크를 찾는 외지인이 점점 늘어난다는 증거가 아닐까?! 커다란 카메라와 캠코더를 든 유럽 여행족들의 포스가 남다르다. 다행히 대기중인 인원이 많지 않아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 안에서..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케이블카 앞쪽에 몰려들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케이블카가 점점 높아질수록 구시가지 뒤로 푸른 바다가 카메라속에 들어온다. 점점 높아지는 케이블카 안에서 보는 도시는 비행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전망대에서..

전망대 옆에는 식당이 있다.


 정상에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에는 작은 기념품 가게와 화장실 그리고 근사한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촛불이 놓여진 야외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은 꽤 비싸 보였지만 눈 앞에 보이는 풍경 덕분에 인기가 좋은 듯 했다. 우리랑 같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 중에 무려 세 커플이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으니까...

보고 또 봐도 멋지다.

불켜진 두브로브니크


 기념품샵에 특별히 볼만한 물건도 없었고, 레스토랑에 가고 싶을만큼 배가 고프지도 않았기에 우리는 그냥 전망대에 서서 두브로브니크를 바라보았다. 해가 지는 모습, 하나 둘 불이 켜지는 모습...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내전 당시, 이 곳으로 날아오는 포탄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인간띠를 만들었다던데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나 혼자 보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니까...
 9월, 아직 이 나라는 여름이지만 산 정상이라 찬 바람이 세게 불어온다. 그래도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서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시간이 꽤 늦었다. 어둡고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괜히 그의 손을 꼬옥 잡아본다. 혼자 여행하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이런 따뜻함이 조금은 낯설다. 불빛을 따라 구시가지로 들어섰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좁은 골목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성벽 밖의 고요함과 달리, 성벽 안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골목골목에 위치한 식당들

상점도 많고...

메인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

성 블라이세 성당


 대리석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서 만들었다는 바닥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얼마나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위를 걸었는지 맨발로 걸어도 괜찮을 것 같다. 딱딱하지만 부드럽게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좋다. 밤 기운이 차갑지만 바닥에는 아직 온기가 느껴진다.
 

저녁은 해산물 요리로!


 저녁식사를 위해서 찾은 식당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메뉴는 당연히 해산물. 구시가지를 걷느냐고 힘이 들었는지, 주문한 홍합찜과 해산물 볶음밥이 나오자마자 먹어버리는 바람에 그 흔한 음식 사진 한 장 찍을 틈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마주 앉은 사람보다 나란히 앉은 사람이 많다. 뒤늦게 이성을 차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나란히 앉아 밤 바다를 즐기는 촌스러운 동양인 꼬꼬마 두 사람.. ㅋㅋ 
 

필레게이트 앞


  식사를 마치고 다시 구시가지를 걸어 숙소로 향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필레게이트에는 성벽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밝아지는 별빛, 불어오는 바다 바람 그리고 행복한 웃음의 사람들... 두브로브니크의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