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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베르쉬르오와즈] 고흐가 잠들어있는 마을에서 고흐의 흔적을 찾다. (Auvers sur Oise, France)

빛나_Bitna 2012. 2. 4. 19:51

공원에 있는 고흐 동상


 빈센트 반 고흐. 지금은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지만 그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그의 작품들은 사후에 하나 둘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흐의 삶은 항상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던 그가 안착한 곳, 오베르 쉬르 오아즈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나는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

관광센터에 있는 마을 지도


 마을 안내도에는 친절하게도 가볼만한 곳들에 표시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고흐와 관련된 것들로 고흐가 살던 집과 묘지 외에도 그가 그림을 그렸던 장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작은 마을이라 돌아보는데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오베르성

여행의 기록을 남기는 중

 오베르성은 고흐가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한 곳이라는데, 지금은 잘 가꿔진 푸른 정원이 주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냥 고성인가보다 했는데, 안에는 나름 훌륭한 미술 전시관이었다. 주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당시 시대상을 비디오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오디오 가이드까지 갖춰져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높고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 http://www.chateau-auvers.fr/

오베르 시청

고흐의 작품


 오베르성에서 나와 큰 길을 따라 걸으며 길 위에 있는 스팟들을 돌아보는 것이 오늘의 코스. 이 작은 마을에서 고흐가 남긴 작품은 80여점에 이르는데 그가 그림을 그렸던 장소마다 그의 작품들이 세워져 있었다. 덕분에 평범한 오베르 시청 건물도 하나의 멋진 예술품처럼 느껴졌다. 120년 전에 살았던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고흐가 살았던 집

2층 기념품 샵

 고흐가 생을 마감한 집. 특별한 표지판이 없어서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그가 살았던 시절에는 1층에 바가 있는 여인숙이었다는데 현재는 식당과 기념품샵이 운영되고 있었다. 꽤 오래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옛날의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이 곳에서는 고흐의 생을 주제로 한 영상자료와 함께 그가 살았던 방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건물의 옛날모습

좁고 낡은 계단

고흐가 생을 마감한 방

기념품샵에서 윗층으로 올라갔다. 삐걱대는 가파른 나무 계단이 이 건물의 본 모습이리라. 그리고 보게 된 고흐가 생을 마감한 방은 정말.정말.정말 작고 초라했다. 카메라에 방 전체를 담기 힘들만큼 작은 공간이었는데, 과연 이 좁은 공간에 지친 몸을 뉘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오베르 쉬르 오와즈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데, 그가 살았던 이 방은 어둡고 우울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그의 삶을 보는 것처럼...

다시 길을 걷는다.

오베르의 교회

고흐의 오베르의 교회


 다시 길을 걷는다. 저 위로 오베르의 교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교회 앞에도 고흐가 그린 교회의 모습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미술책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꽤나 유명한 작품. 그림 속에서나 보던 교회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신기한 것은 고흐의 그림 속 교회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인데, 내 눈앞에 있는 교회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교회앞에 모인 사람들

모두의 축복속에 결혼식 진행중


 교회 안에 있는 벤치에서 잠깐 쉴까 싶어 들어갔더니 왠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니 방금 결혼식이 끝났나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한 신랑신부가 모두의 축복속에 결혼을 하고 있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멋쟁이들은 파리에서 달려온건가? 이 동네 청년들 참 훈훈하게 생겼구만... 벤치에 앉아 결혼식을 구경했다. 그들의 행복한 에너지 때문에 정문앞에 있는 고흐의 작품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


 교회를 지나면 마을 밖으로 나가는 좁은 길이 나타난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거기서도 어김없이 고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La pluie' 제목처럼 비오는 날의 모습인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나도 좋구나. 
 

고흐가 잠자고 있는 곳


 끝없이 펼쳐진 들판위에 떡하니 서 있는 문. 그 안에는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름 파리에서 묘지를 한번 가봤더니 개성있는 묘비들이 좀 익숙하다.

고흐의 묘

  구석에 나란히 잠들어 있는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묘. 전세계가 열광하는 미술가의 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사랑하는 동생 테오와 함께하고 있으니까.

끝없이 펼쳐진 밀밭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끝없이 펼쳐진 밀밭에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까마귀 나는 밀밭'이 서 있다. 아직 수확철이 아닌지 그림처럼 까마귀가 날고 있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이제 파리로 돌아간다.

  밀밭을 뒤로 하고 마을로 돌아가는 길, 고흐의 삶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던 고흐는 밀밭에서 자기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긴 뒤, 거의 기다시피해서 자신의 낡고 좁은 방으로 돌아간 뒤, 동생 테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고통은 영원하다.'는 그의 마지막 말처럼 고흐의 삶은 죽음까지도 순조롭지 않았다. 그에게는 37년의 삶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대표작 대부분은 그의 생에 마지막 2년동안 그려졌다는데, 고흐는 삶의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고통을 위로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