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프랑스 France

[프랑스,파리] 오르세에서 샹젤리제까지.. 걷기좋은 도시 파리 (Paris,France)

빛나_Bitna 2012. 2. 1. 00:43

여기는 오르세미술관


 몽마르트 언덕에서 하산(?)한 뒤 찾은 곳은 오르세 미술관. 커다란 고흐의 자화상이 나를 맞이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비하면 적은 관람객이었지만 역시 여기도 만만치는 않구나.. 개인적으로 오르세 미술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지라 서둘러 안으로 입장했다.

오르세 미술관 내부

 오르세 미술관은 과거 오르세역이었던 건물을 프랑스 정부가 미술관으로 개조하면서 탄생했다. 1층에서는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동그란 돔 형태의 지붕과 가운데 있는 시계탑 등이 옛날 기차역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도 의미가 있지만 이 건물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오르세 대표 작품들


 오르세는 다른 유럽의 미술관들과 달리 사진촬영에 엄격하다. (전시관 실내 사진도 몰래 슬쩍 찍었다는.. ㅠㅠ) 대신 익숙한 작품들이 많아서 내 머릿속에 쉽게 저장할 수 있었다. 주로 19세기 작품들이었는데 특히 학창시절 시험 공부하며 맹렬히 외웠던 19세기 인상파 화가 삼총사, 마네, 모네, 드가를 비롯하여 밀레, 르누아르, 마티스, 세잔, 로댕, 고흐 등의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이 가득했다. 중고등학교 미술책 구석에서 작은 사진으로만 만났던 작품들이 이렇게 크게 진품으로 걸려 있다니 도대체가 믿기질 않는다. 이 아이들이 진짜 맞는거지..?!
  

파리 걷기 중


 내 기대만큼이나 멋진 작품들이 많아서 오르세를 돌아보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름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보긴 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돌아보리라 결심하면서 미술관을 나왔다. 이틀을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이제 길이 좀 눈에 익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센느강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오오, 저기 루브르가 저~ 멀리 노트르담이 보이는구나. +ㅁ+ 

오페라 가르니에

 한참을 걷다보니 눈 앞에 보이는 오페라역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오페라 가르니에. 황금색 동상과 화려하고 우아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근사한 건물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된 곳이란다. 건물 내부는 외관보다 훨씬 아름답고 천장에는 샤갈의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고 하니 상상이 가는가?! 내부를 돌아보려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여기서 열리는 공연을 보는 방법밖에 없다. 조금 아쉬운 것은 최근엔 오페라보다 발레 공연정도나 가끔 열린다는 것... 내가 좋아라하는 '오페라의 유령'의 가면무도회처럼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이 건물안을 걸어다니면 공주님이 된 기분이겠지..?   

방돔광장

샤넬본점


 오페라 가르니에를 지나 샹젤리제를 향해 걷다가 들린 방돔광장. 한 가운데 거대한 원기둥은 나폴레옹이 승리를 기념하며 오스테를리츠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청동대포를 주조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도시 한 가운데 거대한 전리품이라니 이 나라답다. 도시 전체가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스런 느낌인데 사실 알고보면 남성적인 강한 면들이 숨어있다.

 광장 근처에 있는 리츠파리호텔은 쇼팽이 생을 마감한 곳이며, 디자이너 샤넬이 집처럼 머물며 샤넬본점으로 출퇴근을 했었던 곳이란다. 이 호텔뿐만 아니라 얼핏봐도 비싸보이는 고급호텔과 명품샵들이 가득해서 자꾸만 쇼윈도에 내 모습을 비춰보게 되었다. 방금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근사하게 꾸미고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다시 걷는다.


 다시 발길을 돌려 샹젤리제로 향했다. 오, 샹젤리제~ 오오, 샹젤리제~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샹젤리제, 오.마이.갓.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튀어나온것인가! 여기는 프랑스 파리인데 도대체 왜 이리 동양인이 많은것인가! 거리를 뒤덮은 중국인들 덕분에 여기가 샹젤리제인지 상하이 와이탄인지 혼란스럽다. 이럴때는 어딘가로 피신해서 뭔가 먹는 것이 최고, 얼릉 들어가자구~!

레옹드브뤼셀 (Leon)

저녁으로 주문한 홍합


 샹젤리제에서의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 같은 숙소의 아가씨. 그녀가 윙버스에서 보았다던 '레옹드브뤼셀'은 홍합요리 전문점이다. 매드포갈릭의 홍합요리를 상상하며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냄비 가득한 홍합과 감자튀김 그리고 샐러드로 구성된 세트는 2만 5천원정도였다. 맛은 어땠냐고? 정말.정말.정말. 최악이었다. 샐러드에 들어간 해산물 고로케에서도 홍합에서도 비린내가 심한데다 너무 짜서 애꿎은 물만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매장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직원들도 무뚝뚝하고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이래서 블로거 리뷰를 무조건 믿으면 안된다니깐..!!! (그렇게 말하는 나도 블로거인데...?) 혹시 파리까지 날아와서 굳이 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길... 

샹젤리제 루이비통 1호점

 아쉬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샹젤리제를 걸었다. 거대한 루이비통 매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을 보니 나도 여자가 맞나보다. 그동안의 여행지에서는 한번 볼까말까 했던 고급 부띠끄들을 오늘 하루만에 도대체 몇 개를 보는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외국인 여행족이라지만 나의 꼬질꼬질한 상태가 좀 미안하다. 여행족 생활을 시작한지 몇년만에 처음으로 배운 새로운 교훈, 장기 여행이라면 짐 속에 좀 차려입은듯한 옷 하나쯤 챙기자. 
 

샹젤리제 그리고 개선문


 샹젤리제의 상징 개선문.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개선문과 샹젤리제를 정면으로 카메라 속에 담고 싶어졌다. 하지만 샹젤리제 가장자리 인도위에서는 절대로 찍을 수 없는 사진이었다. 결국 나의 잔머리가 알려준 방법은 도로 한가운데서 사진찍기,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루이비통 1호점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몇번이나 오갔는지 모른다. 워낙 폭이 넓은 도로인데다 저녁이라 카메라가 흔들림에 민감해졌기 때문에...  

센느강의 조명이 반짝,


 어둠이 내려앉고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파리는 아름다웠다. 하루종일 걸어다닌지라 조금 힘들었지만 강변을 걷다가 힘들면 쉬고, 버스를 타고, 다시 내려서 걷고를 반복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상 세계를 뒤로 하고, 우중충한 지하 세계로 들어갈 수는 없잖아!!! (파리의 지하철은 정말 더럽고 더럽고 또 더럽다. ㅠ_ㅠ)

사랑해, 파리


 
 파리는 걷기 좋은 도시다. 강을 따라 걷다보면 복잡함보다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파리의 상징 건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걷다가 힘들면 어떡하냐고? 그냥 아무데나 눈에 띄는 카페에 앉아 쉬면 된다. 그 누구도 나의 빈둥거림을 방해하지 않으니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따라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서야 파리의 숨겨진 매력을 찾은 것 같아서. 아무래도 조금씩 파리에게 마음을 빼앗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