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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뉴욕
간밤에 눈이 왔다. 하얀 눈이 쌓인 뉴욕의 거리는 어제와는 또 다른 새로움이다. 인도에 쌓인 눈은 한쪽으로 깔끔하게 치워져 있고, 도로위에 눈은 제설차가 부지런히 치우고 있다. 날씨가 차고 길이 미끄러워 꽁꽁 싸매고 뒤뚱뒤뚱 걸어야 하지만 하얀 눈이 주는 설레임은 서울이나 뉴욕이나 똑같다.
눈오고 추운날엔 헌터부츠+털양말
오늘같이 눈이 많이 쌓인 겨울날에는 장화에 양말이 안성맞춤. 한국에서부터 신고 온 헌터부츠에 털양말을 끼웠더니 신발이 젖지도 않고, 따뜻하기까지 하다. 완전무장을 하고 맨하탄을 걷는데 나와 비슷한 모습의 뉴요커들이 눈에 띈다. 뉴욕에서도 통하는 나의 패션센스라고나 할까? ㅋㅋ
스테튼 아일랜드 페리터미널
지하철을 타고 South Ferry 역에서 지상을 올라오니 스테튼섬으로 가는 페리 터미널이 보인다. 이 페리는 맨하탄과 맨하탄 남서쪽에 위치한 스테튼섬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다. 스테튼섬 사람들의 출퇴근을 위해 만들어졌다는데 중요한 것은 요금이 공짜라는 것! +ㅁ+
페리탑승 +ㅁ+
사람들을 따라 페리에 탑승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내부는 넓고 곳곳에 의자들도 많은 편이었다. 출퇴근 시간대도 아닌데 은근히 페리에 탑승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사람들 틈에 자리잡고 앉았다. 그런데 맨하탄 구경도 제대로 못했으면서 왜 스테튼섬으로 가는거냐고? 그 섬에는 뭐 특별한 것이 있는거냐고?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사실 내가 이 페리에 몸을 싣고, 추운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바로바로 저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때문이다. 스테튼섬으로 가는 페리는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는 리버티섬 앞을 지나가게 되기 때문에 이 페리를 타면 멀리서나마 자유의 여신상을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무.료.로..!!!
공식적인(?) 자유의 여신상 관광코스는 1) 배터리파크에서 리버티섬까지 가는 보트를 탑승하고, 2) 리버티 섬에서 자유의 여신상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보트 비용과 전망대 관람 비용을 합치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데다, 911 테러이후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가는 인원제한과 검문이 까다로워졌고, 여신상을 오르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기에 나는 쿨하게 공식적인 관광코스 대신 스테튼섬으로 가는 페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페리 안에는 나와 같은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은근 많았다. 다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가 출발하자마자 밖으로 나와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안녕 맨하탄
페리가 출발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이라 날이 흐리지만 다행히 수면위는 잔잔하다. 페리는 조용하고 평온하게 스테튼섬을 향해 달린다. 뒤를 돌아보자 맨하탄의 높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유의 여신상만 생각하느냐 생각도 못했는데 멀어지는 맨하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페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자유의 여신상 구경하기
동으로 만들어진 자유의 여신상은 자연상태에서 부식이 이루어져 진한 옥색을 띄고 있다. (국회의사당 지붕처럼!)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색 때문에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페리가 점점 자유의 여신상 쪽으로 다가갈수록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손동작이 빨라진다. 나도 사람들틈에서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바람에 머리가 날려도~ 갑판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도~ 멈출 수 없다.
횃불과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는 이 거대한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선물했다고 한다.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것과 동시에 자유의 나라, 이민의 나라 미국을 상징하는 이 근사한 선물은 이제 자유와 억압으로부터 해방하는 것 자체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잔잔한 물 위에 홀로 우뚝 솟아있는 당당한 여인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왠지 그녀가 내게 밝고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랬으면 좋겠다...
배 안은 이런 모습
재밌는 광고하나.
페리 속도가 느린 편이긴 하지만 맨하탄에서 스테튼섬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질리도록 자유의 여신상 기념사진을 찍은 뒤에 실내로 들어와 앉았다.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겨울은 겨울인지라 날씨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텅 빈 페리 안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오늘 하루 일정을 다듬어 본다.
스테튼섬 도착!
다시 맨하탄으로 돌아간다.
페리 안에서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싶었는데, 스테튼섬에 닿자마자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 숨어있었던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재밌는 것은 페리에서 내리는 사람들중에 절반은 출구를 나서자마자 방향을 돌려 맨하탄으로 돌아가는 페리 탑승구를 향한다는 것. ㅋㅋㅋ 우리도 사람들을 따라 다시 맨하탄으로 가는 페리를 탑승했다.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페리 안에서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이 페리안에 뉴욕 관광 안내 지도가 놓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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