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시작하고 1년째 되던 2013년 9월, 짧은 스페인 세비야 생활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어는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언어였고, 중남미 여행에 필요한 언어이기도 했으니까. 난생처음 경험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이 아닌) 외국생활에 나는 묘한 설레임과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의 스페인 생활은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어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일 년간 쌓여온 여행의 피로가 나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었으니까.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을 원망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과 돈을 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나를, 우리 부부를 자꾸만 집안으로 몰아넣었다. 햇빛이 좋았던 어느 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