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남편과 나는 서로 질세라 앞다투어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일년반동안 배우자와 세계여행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쏟아지는 폭풍질문과 깨알같은 말.말.말. 비도 오고 센치한데 한번 공개해 보련다.
야밤에 맥주한잔!
돈 많으신가봐요? 돈 많이 벌었어?
수 많은 '돈'과 관련된 질문들을 받고서 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임을 100% 확신했다. 우리 부부는 고액연봉자도, 로얄패밀리도 아닌 평범한 신혼부부이다. 여행예산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왔던 자금을 탈탈 털어서 마련했다. (나는 무려 7년째, 신랑은 5년째 직장생활을 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우리 부부의 세계여행 예산은 7천만원이다. 5~6천만원이 평균인듯 하지만 여행일정에 스쿠버다이빙이 수차례 끼어있기 때문에 예산을 높힐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액수가 작은 돈은 아니지만 꿈도 꾸지 못할 큰 돈도 아니다. 사람마다 열심히 번 돈을 투자하는 분야가 있는데 우리 부부는 여행이란 분야에 투자하는 것 뿐이다.
돌아와서 어쩔건가요? 직장은? 집은? 돈은?
경력 중, 공백기간에 대해 쿨하지 못한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1년이 넘는 공백기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인데, 가만 보면 앞에 '돈'이야기와 연결되는 내용이 많았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 확답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여행이 나의 커리어에 큰 도움을 주리라 확신하고 있다.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서비스기획자에게 말랑말랑한 사고와 이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은 가장 중요하니까. 물론 기존의 커리어와는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진 가능성과 앞으로 인생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얻어올 수 있길 바라면서, '결정한 것에 따르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양가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여행길을 걸어보련다.
남편과 함께 가나요?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남편은 어떻게 설득했니?
부부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큰 결정을 단독으로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상대방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정도는 설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것이 참 이기적인 동물인지라 언젠가 힘든 길 위에서 '당신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잖아!'라고 소리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우리 부부는 참 잘 맞았던 것 같다. 현실가능성이 없어보이는 꿈을 북돋워주고 결국 기여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으니까. 언젠가 막연히 꿈꾸던 나의 20대 세계여행은 단순히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 30대 우리의 세계여행은 이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배워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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