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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두르바르 광장은 지금 축제가 한창! (Kathmandu,Nepal)

빛나_Bitna 2013. 1. 1. 08:00

 

두르바르 광장 남쪽입구

 

입장료 750루피

 

 네팔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일정은 카트만두 최대 볼거리라 할 수 있는 두르바르 광장을 둘러보는 것이다. 빠딴이나 박타푸르에 비해 볼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다는 말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현지인들에게는 통행자유의 길이고, 외국인에게는 750루피(약 1만원)의 통행료를 내야 하는 특별한 곳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도를 펼쳐들고 샛길 입장을 시도해 봤지만 매표소가 몇 개인지 광장으로 이어지는 모든 길목에 있는 것 같았다.

 

쿠마리사원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쿠마리(Kumari)사원. 아마 네팔에 있는 수많은 신 중에서 가장 독특한 신이 바로 쿠마리가 아닐까 싶다. 이유는 쿠마리가 바로 살아있는 여신이기 때문이다. 보통 4~6세 여자아이중에서 대상자를 선발하고 몇가지 심사(전임자의 소지품 골라내기, 어두운 방안에 몇일간 혼자있기 등이라고)를 통해 최종 1명을 선발한다. 최종선발된 아이는 초경전까지 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즉, 이 사원은 불상이나 가네쉬상이 아닌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와 그녀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쿠마리 사원 내부

 

쿠마리 사진촬영불가

 

 난 모든 종교와 문화의 다름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건 좀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전에 관련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쿠마리에서 은퇴한 여자아이들의 미래가 그닥 밝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네팔 사람들은 여신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쿠마리였던 여자와 결혼하면 불행하다고 믿는데, 여성의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네팔이란 나라에서 어린시절 제대로 된 교육대신 호위호식하던 여성이 혼자 힘으로 먹고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그래서 쿠마리에서 은퇴한(?)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져 홍등가로 가는 경우도 많단다. 어떤 이들은 쿠마리에게 제공되는 집(사원)과 약간의 생활비를 위해 부모가 딸의 미래를 파는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사원은 여신과 그 가족들을 위해 안뜰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하루에 한 번 쿠마리가 특별히 창문으로 얼굴을 보여준다는데 난 쿠마리 머리카락도 구경할 수 없었다. 창문과 기둥의 조각들을 살펴보며 사원을 돌아본다. 다른 사원보다 아늑한 느낌이 드는 것이 누군가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겠지. 그 아늑함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서성였다. 사원 안쪽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장

 

 쿠마리 사원에서 좀 더 광장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예상대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이 많아지더니 급기야 앞으로 나갈 수 없을 지경에 놓였다. 온 동네 사람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광장으로 모인 것 같다.  

 

 

 

인기최고, 가네쉬 사원

 

 광장 안에 있는 수 많은 사원에서 밝힌 촛불과 꽃들의 향기가 광장 가득 퍼져간다. 크기는 작지만 가장 중요한 사원이라는 가네쉬 사원에는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지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사람밖에 나오질 않는다.

 

 

 

위에서 내려다 본 광장

 

인파를 피해 높은 곳에 올라본다. 광장 어디서도 한적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광장 안으로 들어온다. 평소에 아무리 사람이 많은 곳이라지만 이건 좀 이상하다 싶어 두르바르 광장에 무슨 일이 있는건가 싶어 물어보니 오늘이 여자들의 축제란다. 아하! 그래서 광장에 있는 여자들은 모두 빨간색 사리에 예쁘게 꾸미고 있는거구나.

 

 

자연친화적인 광장?;;;;

 

광장 한복판에 무대와 방송장비를 설치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무르익기 전에 서둘러 관광객모드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디까지 소문이 난 것인지 사람으로 북적이는 것으로 모자라 소와 비둘기까지 광장으로 모여들었구나.

 

하누만 도카 (왕궁) 입구

 

 

조용한 왕궁

 

지금은 박물관

 

 쿠마리 사원과 함께 내가 이 곳에서 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하누만 도카, 왕궁이다. 유럽의 건물스타일을 따라 만들어진 이 건물은 광장안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그 이질감이 나의 발길을 잡아 끌어다고나 할까. 입구에 있는 원숭이석상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는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왕궁은 오랜 기간동안 네팔의 상징과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신왕궁으로 기능을 이전하고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그래서 인기가 떨어진걸까. 다른 건물들에는 축제로 들뜬 현지 사람들이 가득한데, 왕궁안엔 외국인 여행자뿐이었다.  

 

 

왕의 화려한 목욕탕

 

언발란스한 외관과 달리 왕궁안에는 꽤 근사한 곳들이 많았다. 특히 최근 복원이 완료되어 개방된 왕의 목욕탕은 그 화려함이나 섬세한 조각들이 한참을 바라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다. 무심하게 방치된 다른 곳들과 달리 곳곳에 관리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재개방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몰래 한 장 남겨보느냐고 고생해서 그런지 더욱 애착가는 사진이로구나.  

  

 

 

이제는 댄스타임?

 

 꿍짝꿍짝 음악이 울려퍼지는 것이 축제가 절정에 닿은 듯 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서는 동네 여성들의 댄스파티가 한창이다. 그 동안 네팔에서 만난 현지 여성들은 수수한 전통 의상으로 온 몸을 감싸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살포시 부끄러운 미소만 보여주었었는데, 오늘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강렬한 붉은 색의 의상에 진한 화장과 화려한 악세사리까지 하고서 신나게 웃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꼭꼭 숨겨둔 춤 솜씨를 발휘하는 여성들과 이들을 구경하러 온 동네 남자들 그리고 덩달아 신난 외국인까지 몰려든 두르바르 광장의 축제!

 

한껏 차려입은 여인들

 

어린 숙녀들도 있고

 

사진도 한번 찍어본다

 

귀여운 꼬마들


 여자라면 예쁘게 차려입은 날에 기념 사진을 빼놓을 수 없는 법, 열심히 사진촬영중인 아가씨들 근처를 오가며 나도 사진을 몇 장 남겨본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화장 좀 하고 나오는건데... 한국의 스모키화장을 네팔에 전파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뭔가 아쉽다. 평소에는 수줍게 카메라를 피해 도망가던 아가씨들도 적극적으로 촬영에 응해주는 것은 역시 화장의 효과라고나 할까? 전 세계 여자들의 마음은 똑같은 법이라구. ㅋㅋ
 

 

축제에도 기도는 빼놓을 수 없다.

 

 사원마다 축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평소에는 근엄한 자세로 자리를 지키던 신상들도 오늘만큼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네팔의 축제는 사람과 신이 함께 즐기는 시간인듯 하다.   

 

 

 

 어느새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광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광장으로 향하는 여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두르바르 광장에는 과거와 현재를 가로막는 담장이 없다. 덕분에 사람들은 광장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몇 백년전에도 그랬고, 몇 백년후에도 그럴 것이다. 이것이 네팔의 매력이 아닐까. 아쉽게도 긴 시간의 힘과 자연 재해로 옛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지만 그 빈자리를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가득 채워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