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스는 화물용이야, 승객용이야.
케냐 몸바사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12시간 정도 걸리는 야간버스기에 이것저것 먹거리를 챙겨들고서. 국경을 이동하는 버스라 그런지 승객은 반밖에 없고, 유난히 화물이 많았다. 덕분에 우리의 커다란 배낭도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한 자리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승객 반, 화물만 가득한 야간버스가 탄자니아를 향해 출발했다.
케냐-탄자니아 국경
탄자니아 입국 중
버스가 케냐-탄자니아 국경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어두워진 밤이었다. 탄자니아 입국 수속을 하면서 버스에 외국인 그것도 비자가 필요한 사람은 우리뿐이었기에 혹시 우리를 두고 버스가 떠나버릴까 얼마나 초조하던지. 그렇게 우리는 탄자니아에 입국했다.
국경을 지나 달리던 버스가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가 뭐라뭐라 현지어로 말하자 버스 안에 승객들이 슬금슬금 버스에서 내린다. 뭐지, 뭐지, 뭐지?! 우리한테도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나의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운전기사 아저씨가 서툰 영어로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 이 마을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할거니까 아침까지 버스앞으로 오라고.
뭐샤?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더냐. 내가 참 많은 야간버스 이동을 해봤지만 야간버스가 중간에 쉬었다가 가는건 또 무슨 경우냐고!!! 어리버리한 우리에게 현지 사람들이 말해준 사실은 탄자니아에서는 야간에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란다. 그래서 버스건 화물차건 야간에는 달릴 수 없다고.
우리가 머문 숙소
혹시나 우리를 이 낯선 마을에 버려두고 가버릴까 몇 사람을 붙잡고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는데 같은 대답이었다. 탄자니아에서는 야간운전이 불법이라 이 마을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한다고. 이쯤되니 그들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버스에서 짐을 다 꺼내들고 가까운 숙소를 찾았다. 다행히 버스가 주차한 곳 바로 앞에 허름한 호텔이 있었고, 우리는 그 곳에 짐을 풀었다.
우리가 머문 방
방은 낡고, 넓고, 심플했다. 허름한 외관에 방에 들어오자마자 한참동안 여기저기를 조사?했는데, 일단 침구는 깨끗했고 에어컨이 있어 습하거나 꿉꿉한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욕실에 남아있는 물때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뭐 하루 잠만 자고 떠나는 나그네에겐 물이라도 나오는게 어디더냐. 원래 더운 날씨의 동네라 그런지 온수샤워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에 대충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좀 황당하긴 했지만... 샤워도 하고, 시원한 방에서 두 다리를 쭈욱 펴고 잠든다. 그래, 사실 오늘밤은 야간버스에서 대충 구겨져 잘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좋구만.
그 와중에 테라스도 있었음.
탕가의 아침
탕가 버스역
우리 버스가 그대로 있군
버스 앞에서 기다리는 탑승객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부지런히 짐을 챙겼다. 밤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테라스로 나서니 작을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숙소 앞에 어제 우리를 태우고 왔던 버스가 얌전히 주차되어 있었다. 휴, 우릴 버리고 떠나진 않았구나.
- 더블룸 30,000TZS (약 20USD), 에어컨/욕실포함, 인터넷없음, 핫샤워없음, 조식불포함 - 2013년 1월
- 탕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고, 주변에 크고 작은 식당들이 많다.
- 다르에스살람행 버스가 야간에 정차해 어쩔 수 없이 하루 머물었다. 탄자니아에서 야간운전이 불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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