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AFRICA/남아공 South Africa

케이프타운, 펭귄과 함께 수영하기 (Cape Town, South Africa)

빛나_Bitna 2017. 1. 26. 08:40

오늘의 이동경로


그림같은 바다를 품고 있는 케이프타운은 모던한 빌딩과 한껏 차려입은 아프리카 멋쟁이들이 가득한 도시였다. 긴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세련된 도시에서 몇일을 허우적대던 우리는 다시 도시를 벗어나기로 했다. 해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이동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희망봉에 닿기 위해서. 


케이프타운, 아프리카 속 유럽의 향기 (Cape Town, South Africa) http://bitna.net/1689


채프먼스 피크, 남아공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간혹 날씨에 따라 코스가 닫히기도 한다고.


약 3천원 정도의 통행료가 있다.


바위산을 관통하는 도로


요기가 정상이라고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을 향해 남쪽으로 달리면 남아공이 자랑하는 해안도로 채프먼스 피크Chapman's Peak에 닿는다. 해발 600m의 바위산을 관통하는 10Km의 이 도로는 7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22년에 개통되었다. 



해안선을 따라 만든 도로.


자전거족에게도 인기있는 코스라고


광고 촬영도 많이 했다더라.


통행료를 지불하고 채프먼스 피크에 진입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은 '10km 밖에 안되는 도로에 통행료가 왠 말이냐' 하던 투덜거림을 순식간에 멈추게 해주었다. 시원하게 뻥 뚫린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내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와 휴식공간이 지나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으니까. 


채프먼스 피크 전망대


여기는 하우트 베이 Hout Bay


나도 기념사진 한 컷!


전망대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작은 마을은 하우트 베이 Hout Bay. '하우트 Hout'는 네덜란드어로 '나무'라는 뜻으로, 그 이름처럼 과거 이 곳은 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단다. 17세기 이 곳을 침략한 네덜란드가 도시를 만들면서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고. 아프리카의 좋은 동네는 대부분 유럽 강국들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이를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 원주민에게 눈물나게 아픈 역사를 만든 그들의 욕심이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탐내지 않을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저기는 터널인가?


여기는 낙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구간이라고


어떻게 이런 도로를 만들었을까


바위산을 깎아 만든 아찔한 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대서양의 푸른 물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것이 마치 바다 위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 전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이 곳에서 광고 촬영을 했다는데, 내가 광고주라도 이 곳을 선택했을 것 같다. 



뭐? 아프리카에도 펭귄이 산다고?! 


작은 마을도 있고


제법 큰 도시도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중




계속 남쪽으로 달린다.


채프먼스 피크를 지나 우리는 계속 남쪽으로 이동했다. 중간중간에 피쉬 훅 Fish Hoek, 시몬스 타운 Simon's Town 등등 크고 작은 마을과 도시들을 지나게 되었는데,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 분위기가 가든루트를 달릴 때와 비슷했다. 이름모를 작은 마을에 몇 일 늘어져 있으면 좋겠구만! 


가든루트,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Garden Route, South Africa) http://bitna.net/1685  


펭귄을 만나려면 이쪽으로


방문자 센터


들어는 봤나, 아프리카 펭귄!


부지런히 달려 도착한 볼더스 비치 Boulders Beach는 아프리카 펭귄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뭐, 펭귄?! 얼음 덩어리 위를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남극의 신사' 그 펭귄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고?!  


관람객을 위한 길이 있다.


펭귄의 생태에 대한 설명도 있고


모래밭에 설치된 펭귄의 집


그래서 펭귄이 어디에 있다고?


헛, 진짜 펭귄이네!!!


그렇다, 정말 아프리카에도 펭귄이 살고 있었다. 나는 '펭귄 = 남극'을 떠올리는 주입식 교육 세대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도무지 믿기지가 않더라. 10~20도 사이 따뜻한 해류에서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은 평균신장 40~50cm로 작고 아담한 것이 특징이다. 울음소리가 당나귀 같다고 해서 '자카스 Jackass 펭귄'이라고도 불린다고.  


펭귄 처음 보니?


진짜 턱시도 입은 줄;;


물놀이중인 펭귄들


케이프반도에서 가장 많은 아프리카 펭귄이 서식하는 곳이라더니 모래밭에도, 바위 위에도, 저 멀리 푸른 바다 물 위에도 온통 다 펭귄 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펭귄을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짧은 날개를 파닥이는 것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여기는 산란장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알을 품는단다.


오, 저기 알이다.


사실 새끼들이 그리 이쁘진 않아;;


완전 작은 아가도 보이는군


니들은 엄마보다 더 크냐;;


모래밭 한쪽에 있는 산란장에는 알을 품고 있거나 새끼들을 돌보는 부모 펭귄들이 가득했다. 펭귄은 암수가 알도 교대로 품고 새끼도 교대로 돌본단다. 참 가정적인 집안이로군! 엄마 옆에 꼭 붙어있는 새끼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엄마 미소가 피어난다. 검은 솜털로 가득한 녀석들도 곧 근사한 턱시도로 갈아입게 되겠지?! 



펭귄이랑 수영 한번 하실래요? 


해변으로 가는 길,


어머, 너희는 누구니?!


여기 너무 근사한데?!


펭귄 서식지 옆으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 있다는 말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해수욕할 준비를 하진 못했지만 눈 앞에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그냥 지나치긴 너무나도 아쉬웠기 때문에. 어떻게 발이라도 담궈보자고!   


요기가 입구


그냥 평범한 해변 같은데...


펭귄들이 숨어있다!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싸인 해변은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편이었다. 때문에 어린 아이를 대동한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찬찬히 모래밭을 걸어보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다가가보니 그것은 바로 펭귄, 펭귄이었다. 


안녕, 여기도 우리 구역이야.


열심히 물놀이중인 펭귄



펭귄 수영하는거 처음보니?


그늘에서 자는 녀석도 있고.


아, 날씨 좋다.


펭귄 서식지와 연결된 이 해변은 펭귄들에게도 인기좋은 쉼터였다. 앞서 방문한 펭귄 서식지는 펭귄들의 야생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놓은 곳이다. 즉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시설은 있지만 동물원처럼 펭귄들의 이동을 막는 울타리는 없다는 뜻. 갇혀있지 않은 펭귄들이 동네 마실 나오듯 이 해변을 찾아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방금 수영을 마치고 올라온 펭귄


누구냐, 넌!


펭귄따라 걷기


물진 않겠지? ㄷㄷㄷ


사람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펭귄들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겁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팔뚝만한 녀석에게 바짝 쫄아버린 것은 덩치값도 못하는 우리였다. 너 설마 물진 않는거지? ㄷㄷㄷ;;; 


수영하는 사람도 많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딱 좋음!


그런데 물은 생각보다 차갑더라;


볼더스 비치에서 가장 인기좋은 놀이는 숨바꼭질이었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바위 틈에 숨어있는 펭귄을 찾느냐고 난리였고, 펭귄들도 사람들과의 놀이를 즐기는 듯 했으니까. 우리 부부도 바지를 걷어올리고 스토커마냥 펭귄의 뒤를 쫓았다. 쪼꼬만 것이 어찌나 빠른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더라. 


귀여움 폭발!


넌 어디가니?


펭귄주의! ㅋㅋ


펭귄과의 추격전(?이라 쓰고 '꽁무니 쫓아다니기'라고 읽는다;; )을 벌이다보니 오후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 야생의 펭귄들과 함께 수영할 수 있는 해변이 얼마나 될까. 볼더스 비치를 나서는 길, 곳곳에 펭귄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곳 사람들의 적극적인 보호활동 덕분에 오늘 우리가 펭귄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겠지. 작고 귀여운 아프리카 펭귄은 현재 안타깝게도 멸종위기라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니까. 


케이프타운에서 케이프반도 여행하기

- 채프맨스 피크 드라이브 Chapmans Peak Drive : 케이프반도의 서쪽 해안을 따라가는 도로로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케이프타운에서 남쪽으로 약15km 떨어져 있다. http://www.chapmanspeakdrive.co.za

- 볼더스 비치 Boulders Beach : 케이프반도 동쪽에 있는 해변으로 아프리카 펭귄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 매력적인 남아공의 5가지 드라이브 코스 http://bitna.net/1568

- 남아공/남아프리카 공화국 여행정보 (일정, 비용, 깨알팁 등) http://bitna.net/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