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포르투갈 Portugal

리스본 벨렘지구, 원조 에그타르트의 달콤한 유혹 (Belém, Lisbon, Portugal)

빛나_Bitna 2018. 7. 3. 07:18

리스본 여행의 친구, 트램


리스본의 서쪽 끝 벨렘 Belém 지구는 대항해시대의 영광이 그대로 남아있는 지역이다. 여행자들의 필수코스답게 구시가지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닿을 수 있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트램. 피게이라 광장에서 벨렘지구로 가는 트램(15번)에 몸을 실었다.  


리스본, 과거에 머물며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 (Lisbon, Portugal) http://bitna.net/1707



제로니무스 수도원, 바스코 다 가마가 잠들어 있는 곳

한 화면에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큰 수도원

많이... 화려하다.

외관만 둘러봐도 시간이 훌쩍~


벨렘지구의 상징 제로니무스 수도원 Mosteiro dos Jeronimos은 16세기,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곳이다. 제로니무스는 한면의 길이가 300m에 이르는 대단한 규모와 (카메라에 수도원 전체를 담아내기 쉽지 않다.) 화려하고 섬세한 내외부 장식을 자랑하는데, 이는 건립 당시 향신료 무역으로 부를 거머줬던 마누엘 1세의 아낌없는 투자 덕분이라고. 


수도원 내부 복도 (출처 www.promptguides.com)

유난히 아름다운 안뜰 (출처 www.bestplacesphoto.com)

성당도 있다.

미사가 진행중인 성당

바스코 다 가마의 묘


수도원과 맞닿아 있는 성당을 함께 돌아보았다. 화려한 아줄레주 Azulejo로 장식된 방, 드라마틱한 사진을 남기기 좋은 안뜰, 섬세한 조각이 돋보이는 마누엘 양식의 회랑까지 발걸음을 붙잡는 곳이 꽤나 많았지만 가장 오랫동안 서성였던 곳은 바스코 다 가마의 묘였다. 포르투갈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대를 만들어 준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 물론 그로 인한 식민지 역사를 생각하면 좀 어려운 주제지만 용감한 탐험가들는 언제나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법이니까. 


 

발견 기념비와 벨렘의 탑, 대항해시대의 흔적

테주강변을 따라 걷자.

발견 기념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뒤로하고 테주 강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강을 따라 대항해시대의 흔적들이 차례로 늘어서 있는데,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발견 기념비 Padrão dos descobrimentos. 항해의 왕자 엔리케 Prince Henry the Navigator를 기념해 만들어진 것으로 엔리케 왕자와 바스코 다 가마는 물론, 디오고 카옹  Diogo Cão, 마젤란 Ferdinand Magellan 등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를 대표하는 33명의 인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강변에 정박된 요트들

저것은 또 무엇이냐?!

벨렘의 탑

위에서 보는 경치도 아름답다. (출처 www.timetravelturtle.com)


강변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건축물 벨렘의 탑 Belém Tower. 1515년 리스본 항구를 보호하고 식민지로 떠나는 선박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요새는 한때 범죄자를 수용하던 감옥으로 사용됐었다. 마누엘 양식으로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탑의 정상에서 넓게 펼쳐진 테주강의 풍경을 바라본다. 긴 항해 끝에 신대륙을 발견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온 탐험가들의 환호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파스테이스 드 벨렘, 180년 전통의 원조 에그타르트 

긴 줄이 늘어선 이 곳의 정체는?

1837년부터 이어진 원조 에그타르트 집!


벨렘지구 여행의 종착역은 파스테이스 드 벨렘 Pasteis de Belem. 제로니무스 수도원 바로 옆에 수도원 입장 줄 만큼 (혹은 보다 더) 긴 줄이 늘어선 곳이다. 에그타르트는 중세시대 수녀들이 수녀복 깃을 빳빳하게 만드는데 계란흰자를 사용하고 남겨진 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다 탄생되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에그타르트의 원조인 셈. 


복잡한 실내

어마무지한 인파

보기만해도 꼴깍...


파스테이스 드 벨렘은 1837년 수도사들의 비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문을 연 곳으로 오늘날에도 갓 구운 신선한 에그타르트를 판매하고 있다. 대대손손 5대째 이어지는 비법을 지키기 위해 커드크림을 만드는 방은 단 3명만 출입할 수 있다고. 


두근두근 시식시간

요게 원조 에그타르트

광고아님 ㅋㅋ


긴 기다림 끝에 에그타르트 박스를 손에 쥐었다. 공원 한켠에 자리를 잡고 달콤한 향을 마구마구 뿜어내는 따끈한 에그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오, 오~ 오... 오!!! 이거 좀 많이 맛있는데?! 바삭하게 부서지면서 고소한 맛의 타르트와 입 안에서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버리는 부드러운 커드크림의 조화, '큰 박스로 구입할 걸'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는구나. 


마지막 일정은 공원에서 쉬어가기


에그타르트의 재료인 설탕과 시나몬은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타르트의 단짝인 커피는 아라비아에서 전파된 식재료다. 일찍부터 바다로 뻗어나간 탐험가들 덕분에 포르투갈에서 이 달콤한 맛이 탄생할 수 있었겠지. 한참동안 공원에서 자리를 지켰다. 포르투갈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영광의 시대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나의 에그타르트를 추억하면서. 가는 길에 또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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