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남쪽으로 1시간을 달리면 운하의 도시 아베이루 Aveiro와 줄무늬 집들로 유명한 코스타노바 Costa Nova에 닿는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대단한 볼거리는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거친 바다를 무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특별하다.
코스타노바, 남편을 향한 아내의 마음
코스타노바 중심가
선명한 줄무늬 집들
조용한 거리
작은 집들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코스타노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줄무늬 집이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선명한 색상으로 단장한 집들이 만화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이에 얽힌 사연은 결코 가볍지 않다. 커다란 석호와 바다 사이에 위치한 마을은 늘 습기가 많고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일쑤였는데, (오늘처럼!) 어느 한 어부의 아내가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이 집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줄무늬로 벽을 칠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아마 망망대해에서 돌아오는 어부의 고단함을 덜어주고픈 아내의 마음이었으리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소박한 작은 집들
모래 언덕을 넘으면
대서양과 마주할 수 있다.
마을 안쪽에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대서양에 닿았다. 성수기가 끝나고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가 조용한 해변을 뒤덮었다. 해변을 걷다 무심코 바라본 마을, 똑같은 모양 하나 없는 (흐린 날씨 덕에 더욱) 칼라풀한 집들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바다에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2호선 지옥철에 치인 퇴근길, 즐거운 우리집을 발견했을 때 그 반가움을 내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아베이루, 이야기가 있는 골목
아베이루 골목길에서
멋스러운 바닥장식, '칼라사 포르투게사'
코스타노바에서 20분, 포르투에서 기차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아베이루는 '포르투갈의 베니스'란 거창한 별명치고는 조용하고 소박한 도시다. 가이드북도 지도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도시의 중앙을 가로지른다는 운하를 무작정 찾아나섰다.
거리에서
교회도 너무 이쁨
오래된 기차역이나 교회 혹은 그냥 담벼락까지, 아베이루의 골목골목에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아줄레주 장식이 자꾸만 걸음을 붙잡는다. 모퉁이가 깨지고 빛이 바랜 낡은 타일 장식에서 아베이루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여기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일단 기다려본다.
아베이루의 특산물 '오보스 몰레스'
계란 노른자가 가득차 있다.
늦은 시간이라 많은 상점이 문을 닫은 와중에 유독 긴 줄이 늘어선 가게 앞. 뭔가 달착지근한 디저트를 파는듯한데, 샛노란 것이 에그타르트를 닮았다. 아베이루의 특산물인 '오보스 몰레스 Ovos Moles'란 이름의 계란과자. 달콤한 맛의 노른자로 속이 꽉 채워져 보기보다 묵직하고 든든하다. 여기서 당을 보충했으니 남은 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겠지. ㅋ
낭만을 싣고 떠가는 몰리세이루
드디어 운하 도착
주변 건물이 유독 예쁘다.
운하 위를 떠가는 몰리세이루
골목탐험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스텔톤의 고풍스런 건물들과 운하, 몰리세이루 Moliceiro의 뾰족한 뱃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 아베이루 사람들은 소금과 비료용 수초를 운반하기 위해 이 운하를 건설하고 몰리세이루를 띄웠단다. 오늘날 관광객을 태운 배와 운하는 사실 아베이루 어부들의 삶의 터전인 셈.
배가 출발한다.
해질녁 낭만레벨 업
아베이루 운하 위로 몰리세이루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베니스의 화려함 풍경이나 곤돌라의 세레나데는 없지만, 물 위로 아른아른 비추는 도시의 색감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일은 충분히 즐거웠다. 대서양으로 흘러간다는 운하 위를 떠가고 있노라니 마음 속 근심 걱정을 물 위로 흘려보낸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
- 포르투에서 아베이루까지는 기차로 30~40분,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 구간은 버스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 아베이루의 몰리세이루 가격은 정찰제. 시간대별로 운행하며 운행시간은 50분 이내다.
- 줄무늬 마을의 북쪽, 올드 코스타노바는 다소 현대적인 느낌으로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의 거주지 느낌이 강하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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