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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os] 방콕에서 아주아주 무례한 한국인을 만나다. (Bangkok)

빛나_Bitna 2008. 9. 7. 13:36

 방콕 신공항,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방콕시간으로 밤 10시 30분쯤이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라오스로 출발할 예정인지라 재빨리 수속을 마치고 숙소에 몸을 뉘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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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흘러, 같은 비행기에서 나온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나의 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 배낭속 물건 리스트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이번 여행에 꼭 필요할 물건들을 추려내고, 이것들을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똑같이 생긴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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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내에 있는 baggage service office

배낭을 들고 공항 직원분의 도움으로 baggage service office를 찾았다. 친절한 언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내 짐을 잃어버렸어요. 모든 수화물이 나왔는데 내 짐만 없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가방의 주인이 내 가방을 가져간 것 같아요. 똑같은 가방이거든요. ㅠ_ㅠ

관련된 서류를 작성했더니 자기들이 짐을 찾아서 나의 숙소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래서 난 내일 라오스로 가고, 이동이 많아서 정해진 숙소가 하나도 없다고 했더니 어떻게든 찾아서 보내준다고 한다. (안되면 한국으로 보내준다고 말했다는..;;; )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뒤바뀐 가방의 주인의 연락처를 알 수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찾아주는 그 사람의 인적사항, 그리고 내 눈에 확 들어오는 010으로 시작되는 핸드폰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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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 넘게 기다리다 지침. -_-;;


로밍 품질이 별로였던지 몇 번의 통화끝에 짐을 바꿔간 사람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는 카오산으로 가는 길인데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에 짐을 실어 바뀐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여튼 공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답을 듣고 나니 마음이 좀 놓였다. 그리고 시간이 가고.... 가고... 또 가고... -_-;;;

드디어 나의 배낭을 들고 한 남자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얼라리오, 이 자식 하는 행동 좀 봐라?!!!!!
자기 배낭과 똑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어있는 택을 확인하지 않고, (심지어 내 배낭엔 주황색 손수건도 묶여있었다.) 가져가서 2시간이 넘게 나에게 피해를 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100% 그의 잘못이다.

그런데 그는 단 한마디의 정중한 사과도 없이 도리어 자기가 더 떵떵거리는 것이 아닌가!!!!! 난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자신도 모르고 실수를 한 것이었는데, 내가 자신한테 전화한 말투가 짜증이 섞인 것이 자신을 약올리는 것 같았다나 모라나... 솔직히 난 초조했을뿐이었다. 그럼 어느 누구가 말 안통하는 외국에서 짐을 잃어버렸는데 우아한 척, 고상한 척 할 수 있냔 말이다!!!!! (글을 쓰고 있자니 또 열받네.)

여튼 도리어 그는 더 큰소리를 치더니 (반말+목소리도 큼) 자기 배낭을 지고 사무실을 나가려 한다. 어쭈?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니, 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쫓아나갔다. 결국은 배낭을 무사히 돌려 받았고, 그의 사과도 받았다. 물론 그 무례한 인간의 사과는 말이 좋아 사과지 '미안하게 됐수다.' 모 이 정도 수준?! 일이 마무리되고 나를 도와 준 사무실 언니가 내게 물을 건네준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짐 찾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저 남자는 왜 너에게 화를 내지? 화를 낼 사람은 너인데?
그 동안 내가 여행길 위에서 만난 이들은 조금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같은 여행자라는 이유로 배려할 줄 알고, 미소지을 줄 알았었다. 그런데 타지에서 만난 나와 같은 한국인의 행동은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들었다. 만약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내 머릿속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무례해'란 생각을 하게 되겠지...

가방을 바꿔간 그의 실수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미안한 마음을 읽을 수 없는 태도를 탓하는 것이다.  한국인 여행자 여러분, 'Thank you', 'I'm sorry'가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니잖아요!!!!!  

되도 않는 사과를 하면서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자기가 다시 사과하겠다고 말했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 돌아오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심지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난 이 무례한 자식의 뒤통수를 보았다. 확! 쳐주고 싶더만..) 난 정중한 사과는 받아보지 못했다. 이 건방진 이XX 자식아, 너 그렇게 살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