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섬을 달리는 트램
누군가 내게 홍콩섬을 돌아보는 좋은 방법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트램투어'를 추천할 것이다. 트램은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단순한 노선을 운행하기 때문에 길을 찾기 쉽고, 수시로 정차하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쉽게 내렸다 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조건 2불(HKD)이란 저렴한 가격까지!!!)
트램 입구
2층 계단
S양이 먼저 귀국하고 홀로 느긋하게 트램에 몸을 싣고 홍콩섬을 돌아보기로 한 빛나씨. 숙소 바로 앞 정류장에서 웨스턴마켓까지 가는 트램에 탑승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더니 트램 내부에서 그 옛스러움이 가득 느껴졌다.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지도와 실제 거리를 비교해보며 어디어디를 들려볼까 고민해본다.
* 트램은 뒷문으로 승차하여 앞문으로 내린다. 요금은 앞문에서 내리면서 지불하는 방식이니 헷갈리지 말자!
* 트램의 명당은 2층 맨 앞/뒷자리 유리창을 통해 트램이 지나는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웨스턴 마켓
웨스턴마켓 주변은 전통차, 약초, 건어물 가게가 가득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셩완지역 웨스턴마켓에 도착했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라 하기에 웨스턴마켓 건물이 너무 깨끗했지만 주변 작은 골목들은 홍콩의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곳곳에 표지판이 있다.
골목길을 좀 더 파고들었더니 웨스턴마켓 주변에 있던 전통차, 건어물 가게 대신 골동품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가 바로 헐리우드로드(캣스트리트)란다.
골동품 가게들
홍콩인가? 중국인가?
골목길에서..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동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손때묻은 오래된 물건들이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물건을 구경하는 것보다 중국의 향기가 확 풍겨오는 좁고 오래된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르다.
만모사원
좁은 골목길을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만난 만모사원. 홍콩은 건물들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어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는데, 진한 향냄새 덕분에 쉽게 찾았다. 이 동네 사람들/여행객은 여기 다 모인 건지 사람이 꽤 많아 북적북적하다.
사원 외부에 있는 커다란 화로에서는 무언가를 (부적? 돈?) 열심히 태우더니 사원 내에서는 향을 태우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이 동네 향은 우리처럼 길쭉한 막대가 아니라 동그란 원뿔형인데 고개를 들어보니 많은 양의 향들이 천장에 가득 매달려 있었다.
동그란 향이 좀 신기하다.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향들은 저마다 빨간 꼬리표를 달고 있는데 아마도 향을 매단 사람의 이름과 그의 소망이 적혀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엄청난 양의 향들 덕분에 매캐한 향냄새가 사원 안을 가득 메우고 있어 오래 있기 힘들었지만 연기와 붉은색 사원의 내부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향이 왠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트램 전면을 장식하는 개성있는 광고들
다시 트램을 타고 슬슬 동쪽으로 이동해 본다. 슬슬 식사도 해줘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소호에 다시 들려주기로 했다. 지난 번에도 들렸었지만 그때는 밤이었으니까...
오늘도 미드레일 에스컬레이터는 열심히 달리는 중
역시 예상대로 사람이 가득한 미드레일 에스컬레이터와 소호거리. 현지인과 외국인들이 마구 뒤섞여 활력이 넘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리
여기까지 왔지만 특별히 정해둔 레스토랑도 없고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다. 그냥 소호의 거리에서는 중국식보다는 서양식 식사를 해줘야 할 것 같다는 뭐 그런 생각 정도...? 게다가 혼자라서 시끄럽고 복잡한 곳보다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이 좋을 것 같았다.
식사는 여기서
내부는 분위기 있다.
혼자라서 여러가지 메뉴를 시키기 어렵다. ㅠ
소호에서 내려 쓱쓱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람이 별로 없는 그러나 건물은 참 예쁜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테이블이 몇 개 없고, 2층 창 밖으로 보이는 소호 거리의 모습과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혼자인지라 다양한 식사를 주문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아쉬웠지만 일단 조용한 곳에 홀로 앉아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소호를 빠져나가는 길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소호밖으로 나가는 길. 골목골목 돌아보지 못한 가게들이 나를 붙잡는 것 같았다. 다음에 홍콩에 오면 소호에서 식사를 하고 열심히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바에서 맥주 한 잔 기울이는 그런 일정을 꼭 넣어놔야겠다.
센트럴!
우리가 상상하는 홍콩의 느낌?
소호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센트럴에 도착한다. 셩완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고층 빌딩들과 화려한 간판을 건 가게들이 가득했다. 순식간에 홍콩의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고층 빌딩 숲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들 속에서 촌스러운 나는 한참을 멍하게 서 있어야 했다. 그리고 곧 정신을 가다듬고 열심히 쇼핑을 해줬다는...
빌딩숲을 달리는 트램
트램 창밖으로 홍콩의 상징들을 만날 수 있다.
센트럴에서 쇼핑을 너무 열심히 해줬던 것일까? 은근 힘들다. 시원한 물을 하나 사들고 다시 트램에 탑승했다. 애드미럴티와 완차이 지역은 그냥 통과할 생각이다. 사실 난 이 동네에서 보고 싶은 것은 바로 홍콩의 상징이 된 여러가지 빌딩과 건물들이었는데, 빌딩숲을 걷는 것 보다는 트램 2층에 앉아서 내려다 보는 방법을 택했을 뿐...
홍콩 지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크고 화려한 홍콩의 건물들 사이를 달리는 트램. 첨단의 도시 홍콩을 골동품같은 전차를 타고 달리는 것. 뭔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이 색다른 느낌이 바로 트램투어의 매력이다.
코즈웨이베이 패션워크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을 코즈웨이베이. 오늘도 소고 백화점과 주변 상점들에는 현지인/외국인들이 가득하다. 지난번에 왔다가 반했던 코즈웨이베이 패션워크를 걸으면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해줬다. 특별히 살 것도 없으면서 홀로 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숙소로 돌아가는 트램 2층에서..
코즈웨이베이에서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나의 숙소는 코즈웨이베이에서 좀 더 동쪽에 있는 곳이었다는!)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아무래도 경제적인 교통수단이다 보니 운행이 끝나는 자정까지도 사람이 많은 듯 하다.
흔히 홍콩이라 하면 화려한 고층 빌딩,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홍콩을 찾는 타지인들도 짧은 일정에 치여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쇼핑하기 바쁘다. 도시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트램에서 한 숨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쉴 틈없이 복잡해 보이기만 하는 홍콩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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