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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우루과이 청년들과 월드컵 16강전을 보다. (Madrid)

빛나_Bitna 2010. 12. 29. 00:28

 마드리드 워킹투어가 끝나고 가이드 친구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영어가 짧아서 진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

"우리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싸고 맛있는 식당 좀 추천해줄래?" 그래, 내가 잘 가는 곳을 소개해 줄게.
"아!! 근데 그 음식점에 꼭 TV가 있어야 하는데..." TV는 왜?
"오늘 월드컵 경기 봐야 하거든..." 그런건 걱정하지마. 이 동네 밥집에 TV 없는 곳은 없어. 게다가 항상 축구가 나오고 있지.


점심 먹으러 왔어요.


  'Follow me'라는 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골목골목을 누비는 가이드를 따라 작은 식당에 도착했다. 주인과 꽤 친숙하게 인사를 날리더니 우리를 TV가 잘 보이는 명당자리에 앉혀주고 주문하는 것도 도와주었다. 다소 분주한 분위기에 조금씩 익숙해져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밥집보다는 술집의 느낌이 강하다. 여행을 계속하며 알게 되었지만 이 동네 음식점의 분위기는 다 이런 식이다. 우리나라처럼 꼭 술집은 밤에 가야한다는 그런 건 없는거다.

이것이 하몬 (Jamon)


가게를 둘러보다가 구석에 걸린 고기들을 발견했다. 하몬(Jamon)이라 불리우는 돼지고기 햄인데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건조시켜서 만든다고 한다. 주문하면 그때그때 얇게 잘라서 접시에 담아온다. 마치 샤브샤브 고기처럼 생겼다는... 아무래도 날 것이다보니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던데, 내 입맛엔 짭쪼롬하고 쫄깃한 것이 완전 맛있다. +ㅁ+ 

짜잔, 스페인에서 첫 식사!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사이 테이블에 음식들이 펼쳐졌다. 두근두근 스페인에서 처음 먹는 음식이 뭔지 궁금하지 않은가? 오늘의 메뉴는 스페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빠에야와 샹그리아 되시겠다. (앞으로 스페인 맛 기행은 계속된다는...)

치킨+해산물 빠에야


빠에야는 스페인식 해산물 볶음밥이다. 이미 만들어진 밥을 재료와 함께 볶는 것이 아니라 쌀과 재료를 함께 넣고 익히는 형태라 밥알이 살아있다. 해산물, 치킨, 야채 등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많은데, 약간 매콤한 것이 담백하고 우리나라 사람 식성에는 잘 맞는 편이었다. 다만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느냐고 힘들었다. 역시 이 동네 아이들 덩치가 크더라니...;;

샹그리아


빠에야와 함께 우리를 매료시킨 것이 바로 이 샹그리아. 스페인 전통주로 레드와인에 다양한 과일을 넣어 만드는 술이다. 과일때문에 일반적인 와인보다 달달하고 상큼한 향이 매력적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얼음까지 넣어서 콜라 마시듯 샹그리아를 즐기고 있었는데, 한모금만 먹어보면 왜 그런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맛나다고!!!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vs 우루과이


잠시 음식에 정신팔린 사이 경기가 시작되었다. 바로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 여행길에 오르기 전, 월드컵을 못볼까봐 걱정했었는데 스페인에 와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축구사랑이 대단한지라 자국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월드컵 중계라면 놓치지 않고 챙겨보기 때문이다.

TV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우리 때문에 같이 식사를 하러 온 미식축구가 더 좋은 미국청년, 이탈리아의 16강 진출 실패로 충격받은 이탈리아 청년 그리고 축구라면 이젠 좀 질리는 브라질 아가씨까지 모두 우리나라의 경기를 지켜보게 되었다. 이 친구들이 심심해할까봐 말도 걸어주고, 대한민국 응원도 알려주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음식점에서 만난 우루과이 청년


 타지에서 대한민국을 외쳐보는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전반전이 끝나고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내 눈에 보이는 푸르딩딩한 것은 우루과이 국기!!! 뒤쪽 구석진 자리에는 우리에게 명당자리를 빼앗긴 우루과이 청년들이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듯 그들도 한국인을 만난 것이 신기했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을 붙여온다. 헬로헬로, 반가워~!!

짧은 대화를 나누고 우르르 모여 경기를 지켜보았고 아쉽게도 우루과이의 승리로 끝났다. ㅠ_ㅠ 우루과이 청년들은 기쁨을 감추기 힘든 표정이었지만 실망한 우리에게 격려의 말도 잊지 않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맥주도 사고... ㅋㅋㅋ 승패를 떠나 우리끼리 즐거워하는 모습에 몇몇 스페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외쳐준다. 스페인에게도 대한민국에게 패한 아픔이 있다면서... ㅋㅋㅋ '축구로 하나되는 세계' 왠지 피파 홈페이지에서나 볼 수 있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