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 미술관 (Museo del Prado)
프라도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나의 가이드북은 무려 2장이나 이 미술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만 같은 압박감에 미술관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근사한 미술관 건물과 주변 잔디밭과 그 위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는 이 동네 청년들이었다. '여유롭고 낙천적인 스페인 사람들'이란 표현을 몸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고 할까나..?
입장하면서 한 컷!
프라도 미술관은 평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5시 이후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문을 닫는 시간이 8시임을 감안하면 2~3시간 정도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덕분에 무료입장 시간엔 입장하는 줄도 길고, 주어진 시간에 이 거대한 미술관을 다 돌아보기는 불가능하긴 하지만 이 동네 사람들에겐 너무 매력적인 규정이다. 매일매일 미술관으로 나들이 갈 수 있을테니...
[프라도 미술관 입장시간]
* 평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5시 이후에 무료입장이 가능. (폐장시간은 오후 8시)
* 무료입장 시간에 빨리 입장하려면 꼭 미리 줄을 서야 하며, 무료입장이여도 티켓이 필요하니 헷갈리지 말 것.
* 짐 검사가 있다. 나름 꼼꼼하므로 문제가 될 만한 물건은 처음부터 놓고 오는 것이 편하다. (난 맥가이버칼 걸려서 맡겼다는..;; )
* 평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5시 이후에 무료입장이 가능. (폐장시간은 오후 8시)
* 무료입장 시간에 빨리 입장하려면 꼭 미리 줄을 서야 하며, 무료입장이여도 티켓이 필요하니 헷갈리지 말 것.
* 짐 검사가 있다. 나름 꼼꼼하므로 문제가 될 만한 물건은 처음부터 놓고 오는 것이 편하다. (난 맥가이버칼 걸려서 맡겼다는..;; )
미술관 출구에서
거대한 미술관 안내도를 펼쳐들었다. 90여개의 전시관과 일만이 넘는 작품들. 대충 훑어봐도 하루는 족히 걸릴만한 초대형 컬렉션에 놀라 어디서부터 관람을 시작해야 할 지 막막했다. 게다가 난 미술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갖추고 있지 않았기에. 일단 안내문에 있는 작품만이라도 봐야겠단 생각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어서인지, 작품이 너무 많아서인지, 내가 가진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해서인지 그 원인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끝없이 이어져 있는 세계적인 작품들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급기야 작품들이 비슷비슷해 보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때 나는 미술관 구석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안내도를 펼쳤다. 꼭 봐야 한다는 설명따위 무시하고 그냥 내 눈길을 끄는 작품들에만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다시 일어섰다. 이제 누구에게도 이끌리지 않으리라.
기억에 남는 작품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련다. 프라도 미술관은 사진촬영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작품들의 사진을 웹에서 가져오자니 이거 쉽지 않다. @_@;;
벨라스케스 '궁정 시녀들 Las Meninas'
입구에서도 보았던 작품으로 유럽 회화사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와 그를 돕고 있는 시녀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실 입구에서 봤다는 반가운 마음에 실물을 보게 된 것이었는데, 화려한 옷감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는 정교함에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림 속 거울에 비친 펠리페 4세와 왕비의 모습과 그들을 그리고 있는 화가(벨라스케스)의 시선이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 하여 내가 그림 속 상황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엘 그레코 '가슴에 손을 얹은 귀족'
누구보다 강렬하게 기억된 화가, '엘 그레코 (El Greco)'. 프라도에서 정말 많은 엘그레코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이 종교화와 초상화였기에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의 개성있는 화풍은 내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에 길쭉길쭉하게 왜곡되어 있지만 역동적인 모습의 인물들은 괴상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했다. 엘그레코의 상상력이 뛰어난 것인지, 심각한 난시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내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마지막 작품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 프라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작품이다. 그림 속에 있는 나체의 여인은 수줍어하기는 커녕 관람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살짝 여유있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이다. 고야는 모델의 느낌에 집중하여 이 작품을 완성하였으며, 이 작품은 후세 작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여행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인기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 작품과 짝을 이루고 있는 '옷을 입은 마하'와 그에 얽힌 이야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차이는 이름처럼 작품 속 주인공이 옷을 입고 있는지 벗고 있는지이다. 이 그림에 얽힌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는 뭐 이렇다. 고야가 작품 속 여인과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이여서 그녀의 나체를 그리기로 했는데, 작업중에 그녀의 남편이 아틀리에에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 옷을 입은 그림을 먼저 그려두고 나체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고야는 '옷을 입은 마하'는 몇일만에 완성했고, '옷을 벗은 마하'는 무려 2년간 천천히 공들여 그렸다나 뭐라나... 그림에 대한 스캔들이 꼬리를 물고 결국 종교재판까지 열렸고, 재판에서 외설로 간주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했었단다. 한때 미술관에 걸리지도 못했던 그림이 지금은 프라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림이 되어 있으니 재밌는 이야기긴 하다. 그나저나 고야는 끝까지 그림의 모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는데 궁금하네...
미술관 뒤쪽에 '산 헤로니모스 엘 레알 성당'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나름 알찬 시간이었다. 보통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은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은 자국에 잘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작가들의 작품들은 '~의 방(room)'이란 이름의 방을 만들어서 모아놓고 전시하고 있다. 각 방마다 친절한 소개가 준비되어 있는데다 한 작가의 작품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나도 그들의 작품세계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야, 무리요, 벨라스케스 그리고 엘그레코... 스페인이 사랑하는 작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프라도 미술관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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