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스페인 Spain

[Spain] 자전거를 타고 세비야 골목길을 달려보자. (Sevilla)

빛나_Bitna 2011. 3. 29. 10:34

자전거 여행 준비완료!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잘 포장되어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고 자전거에 대한 욕심이 살금살금 솟아오른다. 라오스에서 넉다운된 기억을 벌써 잊어버린것일까? 빌려봐야 땀만 빼고 짐만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잠시, 이 뜨거운 날에 세비야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기여이 자전거를 빌렸다. 생각보다 높은 안장 높이가 걱정되긴 하지만 세비야의 포장도로만 믿고 한번 달려보련다. 고고~!! 

세비야 대학교

 자전거 대여점에서 제공한 세비야 지도를 펼쳐들고 페달을 구른다. 자전거 도로 폭이 좁아서 주행 난의도(?)가 좀 있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럭저럭 다닐만하다. 갈지자를 그리며 나가는 나를 알아서 잘 피해가는 이 동네 청년들 덕분에 무사히 첫번째 지점에 도착했다. 카르멘의 무대가 된 장소, 세비야 대학교.

학교안에서 담배공장이던 시절 사진을 볼 수 있다.

실내는 조용하다.

 카르멘과 대학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을 위해 설명 들어간다. 지금은 세비야 대학교 법률대학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원래 담배공장이었단다.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집시 아가씨중 한명이 바로 카르멘이라는 것!!! 지금은 그리 큰 건물같이 보이지 않지만 16세기에는 유럽 최초의 담배 공장이자 에스파냐에서 2번째로 큰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근사한 건물은 공장보다는 미술관쪽에 가까운 느낌이다. 담배공장이던 시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어색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뒷마당을 가득 채운 뿌연 담배연기가 지금도 담배공장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현재 대학교로 사용되는 건물인지라 젊은 청년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학교의 역사를 몸으로 보여주는 청년들 덕분에 건물안을 스치듯 휘리릭 돌아보고 나와버렸다.
 

자전거 여행 인증샷?

교통체증도 문제없다고!


 자전거 타는 것에 은근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조금씩 속도를 내며 달렸더니 뜨거운 태양의 압박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무 그늘아래를 달리며 만나는 바람 냄새가 좋다. 다음 목적지는 세비야 스페인 광장.

여기가 스페인 광장

그늘이 많아 시원한 곳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그늘만 찾아서 광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보았던 작은 광장들과 규모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한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도 없고... 가 본 사람만 알 수 있으리라.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분수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완성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ㅋㅋ)
   

잘 포장된 자전거 전용도로

아저씨, 같이 가요~!

 다시 페달을 밟는다. 어디선가 이 동네 아저씨들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우릴 앞서간다. 은근 덩치도 크신 분들이 작은 의자에 앉아서도 씽씽 잘 달린다. 은근 엉덩이 아프던데... -_ㅠ

탑 이름이 뭐더라? ;;;

탐스러운 꽃

잠시 꽃밭에서 쉬는 중

 여행지에 와서 처음으로 성공적인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기쁨에 쉬지 않고 달렸더니 머리위가 뜨거워서 어질어질하다.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물병에 얼음이 다 녹아버렸지만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마에스트란사 투우장

안으로 들어가볼까?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도착한 곳은 마에스트란사 투우장.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아이템이긴 하지만 투우를 직접 보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투우장만이라도 보자 하는 마음에 살짝 들렀다. 동그란 원형 경기장 밖에는 유명한 투우사 동상도 있고, 투우 관련된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어디다 입으시려는지 화려한 투우사 복장을 구입하는 사람이 은근 많아서 신기했다는... ㅋㅋ

기념엽서가 가득!

벽에 붙어있는 시합 시간표들


  시합이 없는 날에도 가이드와 함께 투우장을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찾는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약 45분에 걸쳐 영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투어 프로그램은 투우장 내부와 부대시설 그리고 투우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1시간 단위로 투어가 진행되는데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프로그램이 막 시작되어서 1시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여기서부터 투어가 시작된다는데...

 
 내 머릿속에 투우는 언젠가 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 보았던 것이 전부다. 잔뜩 흥분한 소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우는 투우사에게나 소에게나 잔인한 게임의 법칙이다. 그래서 투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고... TV를 보며 도대체 왜 이 잔인한 게임에 열광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직접 게임을 보지 않았기에 뭐라고 정의할 순 없었지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에너지와 열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왠지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 투우장을 찾았다.  

 18세기에 지어져 지금까지 투우경기가 열리고 있는 마에스트란사 투우장. 하지만 시즌이 지난 텅 빈 경기장 복도에서는 삶에 대한 열정보다는 왠지 오싹하게 만드는 한기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괜히 소심한 나를 더 소심하게 움츠리게 했다. 막상 경기를 보면 나도 TV 속 사람들처럼 즐겁게 관람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없었다.  

하몬으로 유명한 맛집!

하몬샌드위치와 꼴뚜기튀김 그리고 맥주!



 시간대도 맞지 않고 경기장에 분위기도 왠지 무섭고 해서 투우장 투어는 하지 않았다. 기다렸다 참여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투우장보다는 하몬과 시원한 맥주의 유혹이 더 강했다. 잠깐 사이에 뜨거워진 자전거를 끌고 투우장 근처 음식점으로 향했다.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가 왠지 멀게 느껴진다. 성공적인 자전거타기를 기념하며 한 잔~!!!

세비야에서 자전거타기
복장은 얇은 긴팔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과 반바지 (긴바지는 페달을 밟을 때 불편하다) 그리고 모자와 선글래스
준비물은 물과 지도 그리고 빠르게 그늘을 찾아내는 눈썰미와 그늘 아래서 빈둥거릴 수 있는 게으름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