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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콜럼버스를 품에 안은 열정의 땅 스페인 (Sevilla)

빛나_Bitna 2011. 4. 3. 11:03


세비야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과 알카사르. 오늘 자전거 투어를 마친 뒤 그라나다로 가는 기차를 탈 예정이므로 이 두 건물이 세비야의 마지막 스팟이다. 이 두 건물은 시내 중심부에 마주보고 있어서 함께 돌아보기 좋은 편이었다. 건물 사이에 주차(?)를 하고 관람을 시작했다. 그라나다로 가는 기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근사한 외관

 세비야 대성당은 스페인 최대 성당이자 유럽 3대 성당의 하나이다. 약 100년에 걸쳐 고딕, 신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섞여 만들어진 화려한 건물로 높이가 꽤 높은 편이여서 카메라 안에 담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건물 외벽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지만 내가 여기에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성당안에 있으니 얼릉 안으로...!!!  
 

세비야 대성당 내부


  종교가 없는데다 글솜씨도 훌륭하지 않은지라 성당의 느낌을 글로 써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그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하고, 아름답고... 하는 판에 박힌 표현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거기다 사진으로 보면 그 성당이 그 성당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실 그런 이유로 단체관광객중에 성당 앞에서 사진 한컷 찍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난 가능한한 많은 성당을 들어가 보았다. 이 동네 사람들의 생활과 역사는 종교와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비록 배경지식을 모르더라도 그들의 역사와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성당은 이슬람 사원이 있던 곳에 세워졌다. 이슬람을 정복한 기독교도들이 모스크 위에 지은 것인데 과거 이슬람 사원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8세기에 지어진 이슬람 사원의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성당안에 잠들어 있는 에스파냐 중세기 왕들을 괜히 원망해 본다.
 

콜럼버스의 묘


 이슬람 사원의 영향을 받아 유난히 넓은 폭의 성당을 빠르게 돌아보다 발길을 멈췄다. 이 성당에서 만나고 싶었던 사람, 콜럼버스를 드디어 만났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잠들어 있는 관을 메고 있는 조각상은 에스파냐의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땅이 어디든, 탐험 과정이 어떻고 그 결과가 어떠한지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의 열정이었다. 그는 꿈을 위해 지도 제작부터 선박 조종법 그리고 에스파냐어를 배우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의 항해 일정을 비웃어도 끊임없이 후원을 받기 위해 문을 두드렸으며, 마침내 스페인의 후원으로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스페인의 결정에 대해 여왕과 콜럼버스의 러브라인 때문이란 뒷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난 믿지 않으련다. 태양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스페인 사람들에게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건너가보고 싶은 욕망을 콜럼버스가 자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히랄다탑으로 가는 입구


 콜럼버스의 묘 다음으로 사람이 많은 곳은 히랄다 탑으로 가는 입구다. 세비야 대성당에 그나마 남아있는 이슬람의 흔적인 이 탑은 무슬림들이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해 만든 미나레트에 28개의 종을 달고 고딕식 지붕을 얹은 것이다. 하루에 다섯번 이슬람의 예배시간을 알리던 탑.. 부숴버리지 않고 성당의 예배시간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변해버린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굴욕적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어렵구나..

무려 34층까지 올라간다;;;


히랄다탑으로 가는 입구로 들어가면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물을 한모금 마셔야 한다. 왜? 지금부터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니까. 그 옛날에 엘레베이터가 있을리가 있나, 당연히 계단과 언덕으로 올라가야한다. 몇층까지 올라가야 끝인지 몰라서 묵묵히 걷기만 했는데 34층이 끝이었다. 휴.. 숨을 고르고 탑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다시 숨이 막혀온다. 세비야가 한눈에 보이는구나!!!
 

탑에서 본 세비야

하늘도 더 푸르게 보이는 것 같다.



네모난 창문이 잔뜩 달린 집들이 어릴 때 열심히 조립하던 레고마을 같다. 스페인은 워낙 해가 강해서 흰색 건물이 많은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도시 전체가 밝고 화사한 느낌이다.

멀리 투우장도 보인다.


위에서 보니 대성당의 규모가 새삼 느껴진다. 둥그런 천장과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창틀이나 기둥들이 얼마나 많은 땀의 결과물인지 알려준다. 마당에 줄 맞춰 심어져 있는 오렌지나무도 보이고... 바로 옆에 있는 알카사르 건물과 마당도 살짝 볼 수 있다. 한참을 그렇게 세비야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탑 위에 있는 종.


탑의 사면 모두에 종이 매달려 있다. 크기도 크고 숫자도 많은 편이라 이 종들이 동시에 울린다면 세비야 어디서도 종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탑 위에 있는 사람은 정말 힘들겠지만;;; 내가 탑 위에 있을 때는 다행히(?) 종이 울리지 않았지만 세비야 시내를 바라보며 상상해 보았다. 흰색 벽이 예쁜 집 안에서도, 좁은 골목길에서도, 저 멀리 투우장에서도 맑게 울리는 종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