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츄러스(추로스)라 하면 떠올리는 것이 놀이동산 아닐까? 사실 츄러스는 스페인의 전통간식으로 이 동네 사람들은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 메뉴라고 한다. 그 동안 내가 놀이동산에서 스키장에서 먹어치운 츄러스를 상상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식사를 방금 끝냈다 하더라도 원조인 동네에 와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 달콤한 설탕과 향긋한 계피가루가 뿌려진 쫄깃쫄깃한 츄러스, 기다려~!!!
카페 이름도 '알함브라'
그라나다 시내, 카테드랄 앞 Bib Rambla 광장 앞에 있는 알함브라 카페. 이 곳이 그라나다에서 소문난 츄러스 맛있는 집이란다. 날씨가 더워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친절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츄러스와 핫초콜릿 그리고 음료 2개를 주문했다. 미리 만들어 둔 츄러스가 다 떨어져서 다시 만드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미안해하는 직원에게 우린 기다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웃어줬다. 난 성질급한 한국사람인데 여행을 가면 여유로워지는걸까 아니면 맛있는 음식앞에 굴복하는걸까..?
이것이 츄러스
얼마나 지났을까? 괜찮다고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다. (괜히 쿨한 척 했어.. ㅠ_ㅠ) 드디어 내 눈앞에 등장한 츄러스와 핫초코!!! 그런데...... 도대체 이 낯선 아이템은 뭐란 말인가! 스페인에서 만난 츄러스는 길게 쭉 뻗은 올록볼록한 막대기 모양도 아닌데다 설탕과 계피가루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 동안 내가 먹은 츄러스는 도대체 뭐냔 말이다!!!
Churros with Chocolate
Anyway, 내 눈앞에 놓여진 진짜(?) 츄러스는 두 명이 먹어도 충분한 푸짐한 양에 방금 만들어져서 노릇노릇한 것이 입맛을 자극한다. 고소한 냄새에 취해 하나 집어들었을 때, 뒤늦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핫초코. 이 녀석도 우리가 알고 있는 핫초코보다 훨씬 진한 것이 방금 초콜릿 덩어리를 녹여 온 것 같았다. 그렇다, 츄러스와 함께 나오는 핫초코는 메뉴판에 초콜릿라떼라고 적혀있지만 음료가 아니라 츄러스를 찍어먹는 것이란다.
따끈따끈한 츄러스를 핫초코에 찍어 입안에 넣어본다. 츄러스의 고소함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다크초콜릿이라 듬뿍듬뿍 찍어도 달지 않고 진한 초콜릿 향을 즐길 수 있고, 방금 튀겨져 나왔는데도 바삭바삭하고 담백한 것이 전혀 느끼하지 않다. 덕분에 은근 많은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접시가 바닥을 드러냈다. 시에스타에 낮잠대신 함께한 맛있는 간식은 나의 오후를 달콤하게 해준다.
거리를 걷다 발견한 아랍거리
달콤한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슬슬 그라나다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에스타가 이제 막 끝난 거리의 상점들은 아직도 셔터가 닫혀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보이는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골목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람들을 따라 아랍거리 속으로
두 사람이 간신히 걸어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은 양옆으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쇼핑거리였다. 하지만 대로에 있는 상점들과는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그렇다, 여기는 이슬람의 향기가 가득한 아이템들을 파는 아랍거리다.
역시나 재밌는 시장구경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의상, 천연가죽 신발과 가방, 커다란 악세사리, 화려한 무늬의 액자와 인테리어 소품 등등..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다. 저렴한 가격에 이슬람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방을 하나 집어들었더니 금새 가게 주인이 달려와서 맹렬히 물건에 대한 설명과 흥정을 시작한다. 흥정의 달인 빛나씨, 몇 가지 기념품을 질러주었다.
나의 사랑, 마그네틱!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시장구경을 즐기며 건물과 건물사이 좁은 골목을 걸어본다. 꼬물꼬물 끝도 보이지 않고, 비슷 비슷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가득하다. 한참을 걷다보니 이 좁은 골목길에 생활 터전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그들은 과거 그라나다를 정복당한 뒤 이렇게 좁은 골목에서 숨어 지낸걸까? 이 사람들을 통해서 그라나다에 다시 이슬람 문화가 꽃필 수 있을까? 좁은 골목에 숨어있는 아랍거리를 걸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유럽 EUROPE > 스페인 Spain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페인,바르셀로나) (2) | 2011.05.18 |
---|---|
[Spain] 람블라스를 걸어서 바르셀로나 해변에 닿다. (Barcelona) (4) | 2011.05.17 |
[Spain] 바르셀로나 까사밀라(Casa Mila)에서 살고 싶다! (Barcelona) (8) | 2011.05.16 |
[Spain] 동굴 플라멩코, 스페인의 열정적인 땀방울을 느끼다. (Granada) (2) | 2011.05.06 |
[Spain] 알바이신에서 듣는 기타연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Granada) (6) | 2011.05.02 |
[Spain] 그라다나에서 눈이 먼 것보다 더한 시련은 없을 것이오! (Granada) (10) | 2011.04.27 |
[Spain] 스페인에 꽃핀 이슬람 문화의 극치, 알함브라 나스르왕궁 (Granada) (10) | 2011.04.25 |
[Spain] 알함브라 궁전에 첫 발을 내딛다. (Granada) (4) | 2011.04.20 |
[Spain] 알카사르에 남아있는 대항해시대의 흔적 (Sevilla) (2) | 2011.04.09 |
[Spain] 콜럼버스를 품에 안은 열정의 땅 스페인 (Sevilla) (2) | 2011.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