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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그라다나에서 눈이 먼 것보다 더한 시련은 없을 것이오! (Granada)

빛나_Bitna 2011. 4. 27. 09:43

알카자바 (Alcazaba)


  알카자바는 알함브라를 둘러싸고 있는 요새이다. 성 밖을 감시하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기에 다른 곳보다 높고 각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이 곳으로 오르는 코스가 만만치 않았지만 절대 불평하지는 않는다. 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라나다 시내의 모습이 일품이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저 뒤에 보이는 벨라탑까지 오른다!


알카자바 곳곳에 설치된 감시망루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이 벨라탑(Torre de la Vela). 그라나다 시내를 한눈에 보기 좋은 위치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탑까지 가는 길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고 높은데다, 탑위에 내리쬐는 태양은 정말 강렬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넓이를 고려한다면 알함브라 궁전을 관람할 때, 알카자바에 가장 먼저 오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태양도 살짝 피할 수 있으니까..!!!

벨라탑에서 보는 그라나다


 벨라탑 위에서 바라보는 그라나다를 표현하자면 '와!' 이 정도?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붉은 지붕을 가진 하얀 집들과 저 멀리 언덕위에는 집시들이 살고 있다는 동굴 마을까지 볼 수 있었다. 세비야나 코르도바에서도 그랬듯이 위에서 보는 알달루시아 지방의 도시들의 수수한 모습이 멋스럽다. 대부분이 저층건물이라 낮고 평탄한 스카이라인도 맘에 든다.

요새 안쪽 주거지역

 
알카자바 외곽은 높은 성벽과 감시망루지만 그 안쪽은 옛 무어인들의 주거지역이었단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얼핏보면 대충 네모네모로 나눠놓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공간의 용도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화장실이나 주방스러운 구조라고 할까나..?

헤네랄리페 (Generalife) 정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헤네랄리페 정원. 알함브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정원으로 과거 왕의 Private한 여름 별궁으로 사용하던 곳이란다. 자로 잰 듯 깔끔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정원으로 들어가다.


 어떻게 이 강렬한 태양아래서 이렇게 눈부신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한 것은 곳곳에 만들어진 작은 연못이었다. 정원 곳곳에 있는 연못과 수로들을 통해 정원 구석구석까지 물이 흐르고 있어서 방금 물을 준 것 같은 흙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궁전 내부

 알함브라 최고의 중정으로 꼽히는 아라야네스 안뜰은 자로 잰 듯 정확한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다. 안뜰도 마찬가지로 연못과 분수를 볼 수 있다. 물이 귀한 땅에서 살아온 이슬람의 오아시스에 대한 열망이 언제 어디서나 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원을 설계했을 것이다. 귓가를 울리는 생명의 소리가 알함브라를 돌아다니느냐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알람브라 밖으로 나가는 길


 중세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온 사람들은 이슬람의 세련된 아름다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충격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몇 년전, 실크로드를 따라 이슬람 문화권을 여행하면서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았었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아름다운 궁전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도대체 이슬람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과거 학문과 문화를 선도하던 이들이 왜 지금은 경제적인 어려움, 폐쇄적, 보수적, 가부장적, 비이성적 등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로 변하게 된 것일까? 

그라나다 시내를 향해 걷다.


 알함브라 궁전 관람을 마치고 그라나다 시내로 가는 길. 반나절이 훌쩍 지나고 머리위에 내리쬐는 태양이 시에스타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시에스타를 즐기러 가야겠다. 

 '여인이여! 그에게 적선하시오, 그라나다에 살면서 눈이 먼 것보다 인생에서 더한 시련은 없을 것이오' 스페인 시인 프란시스코 데 이카자(Francisco de Icaza)의 시의 한 구절이다. 알함브라 아니 그라나다에 와서 이 구절에 의문을 가질 사람이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