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크로아티아 Croatia

[크로아티아] 아름다운 무인도에 표류하다. (Hvar, Croatia)

빛나_Bitna 2011. 11. 18. 12:08

여기가 무인도?


 작은 섬 사이사이를 돌다가 우리가 발견한 조용한 스팟으로 배를 돌렸다. 2개의 섬이 비교적 가깝게 마주보고 있는 곳이라 바다가 잔잔하고 수심도 얕았다. 자갈밭으로 되어 있는 지점에 배를 세우고 커다란 돌에 배를 묶어 두었다. 혹시 배가 떠내려가면 이건 정말 낭패이니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리 세팅 중...

천국이로구나...!!!


 판판한 돌 위에 커다란 타올을 깔고 마트에서 사온 간식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다. 여행을 위해 업데이트한 아이폰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나무 그늘 아래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며 간식을 하나 둘 집어먹는다. 아~ 천국이 따로 없구나...!!!

물놀이 시작..!!!


 한참을 그렇게 누워서 빈둥대다가 소화도 시킬 겸 바다로 슬슬 들어갔다. 우리나라처럼 모래가 있는 바다는 아니지만 바닥의 돌들이 동글동글해서 그리 아프지 않다. 손에 잡힐듯 바닥이 들여다보여서 손을 뻗다가 그대로 빠져버렸다. 덕분에 몰려있던 물고기들이 샤샤삭 자취를 감춘다. 난 같이 수영하고 싶었는데... 쳇...!
 

그림같은 풍경!



 다른 사람들의 눈치볼 것 없이 큰 소리로 소리치고 웃는다. 말도 안되는 유치찬란한 농담도 즐겁기만하다. 아무도 없는 (반대편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내 시야에는 보이지 않으니...) 무인도에 누워있으니 정말 모든 것에서 벗어난 온전한 우리만의 세상에 온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만의 섬에서 우리만의 바다와 우리만의 시간을 즐겼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아이폰을 꺼내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다. 낄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맞다. 구속받기 싫다고 말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사회에 종속시키고 있으니까.

다른 섬으로 이동 중..


 아무도 없는 바다를 즐겼으니 이젠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서 큰 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평화롭게 바다를 즐기는 세련된 유럽 사람들의 여유를 좀 배워보고 싶었으니까...  

해변과 레스토랑이 있는 섬


 크고 작은 요트들 사이사이를 지나 배를 세웠다. 높은 언덕에 레스토랑이 있고 아래쪽 해변에는 예쁜 언니들이 쭈욱 누워있고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배를 잘 세워두고

맛있는 간식과 맥주!

 섬에 위치한데다 멋진 뷰를 가진 레스토랑이라 비싸지 않을까 했는데 흐바르섬 시내에 있는 식당보다 오히려 더 저렴한 것 같다. 흐바르섬 시내가 너무 비싸서 그런건가? 실외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서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안주삼아 시원한 맥주를 들이킨다. 어느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옛날의 문인들처럼 시라도 한 수 읊어보고 싶지만 내 국어실력으로는 쉽지 않겠지... 

바다에서 만난 꼬마

통통한 꼬마와 통통한 신랑


 아침 일찍 나왔는데 벌써 선선한 오후가 되었다. 배를 반납하기로 한 시간은 안됐지만 저녁 일정을 위해 이쯤에서 우리의 뱃놀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며 바다로 뛰어드는 이 남자를 향해 해변에서 놀던 꼬마가 손을 흔든다. 꺄악, 귀여워~ >_< 
     

인구밀도 초과한 보트

흐바르섬으로 돌아가자.


 다시 흐바르섬으로 돌아간다. 평화롭게 떠 있는 배들 사이에서 모터를 틀었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꽂힌다. 쏘리쏘리~ 안녕안녕~ 어색한 굿바이 인사를 날려주며 자리를 떠났다.

배는 어디로 가는가...?

흐바르섬 앞바다의 근사한 요트들

 바다 한가운데에는 근사한 요트들이 줄줄이 서 있다. 아무래도 수심이 깊은 지역이라 그렇겠지? 거대한 배 안에서 작은 제트스키가 나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선상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흐바르 크루즈?! 혹시 이 큰 배들 사이에서 우리의 통통배가 전복될까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찌감치 바라만 보았다는 슬픈 사연이... ㅠ_ㅠ

흐바르섬 시내가 보인다.

배를 타고 돌아보는 흐바르시내


 흐바르섬 시내가 보인다. 바다에서 어제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을 다시 따라가본다. 바라보는 위치를 살짝 바꿨을 뿐인데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배를 반납하기 전에 아쉬운 마음을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달래보았다.

뱃놀이 종료!

우리의 항해지도

 보트 운전에 익숙해졌는지 줄지어 선 배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원래 세워져 있던 자리에 주차를 하는 이 남자. 어디선가 튀어나온 보트 주인은 "Perfect~"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순간 이제 도시생활 접고 이 섬에서 관광용 수상택시 사업이나 하면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친다. 도시락으로 김밥을 팔면 장사 잘 되지 않을까?! ㅋㅋㅋ 주섬주섬 짐을 챙겨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푸른 바다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본다. 평화로운 흐바르섬의 바다, 그 느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