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
흐바르섬에 내리자마자 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버스표를 구입했다. 오후에 출발하는 표를 먼저 구입한 뒤, 기차역 락커에 짐을 넣고 점심도 먹고 스플리트 구시가지도 돌아보니 대충 시간이 딱 맞는다. 약간의 간식거리를 사들로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의 최종 목적지는 크로아티아 북쪽 도시 Varazdin이란 도시인데, 중간중간에 서는 지점 중 하나가 플레트비체이다. 소심한 마음에 중간에 지나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버스 승객 중 플리트비체로 가는 여행족들이 대부분이라 마음을 놓았다.
플리트비체와 스플리트는 버스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스플리트의 버스노선과 시간을 검색하려면? http://www.ak-split.hr/EN/vozni.red/index.html
버스로 보이는 풍경
아침 일찍 일어나서 흐바르에서 스플리트까지 이동한데다 맹렬히 스플리트 구시가지를 돌아다닌 여파가 슬슬 몰려오는 것일까?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꿈나라로 향해버렸다. 스플리트-플리트비체 구간도 역시 구불구불한 길이라 승차감이 그리 좋지 않지만 승차감 따위에 질 수 없잖아! 그렇게 한참을 자다가 눈을 떠보니 버스는 왠 산속을 달리고 있었다.
미시령을 넘는 기분이다.
그동안 해안도로를 많이 달렸더니 내륙도로가 왠지 새롭다. 게다가 몇 개의 산을 올라가는건지는 몰라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도 나름 훌륭하니 이 정도면 훌륭하잖아?! 창밖으로 한적한 마을과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강원도 산길을 오르는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이제 저 산을 넘어가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평화로운 마을에 남겨진 전쟁의 상처
창밖에 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을 멍하니 바라보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집 외벽에 가득한 저것은 총탄자국?! 이렇게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과 전쟁은 정말 절대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지라 난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을 확인시켜주듯 길을 따라 서 있는 집집마다 외벽에는 같은 흔적이 가득했다.
내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크로아티아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리고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명랑하고 낙천적이다.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이런 흔적들으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그늘은 여전히 드리우고 있다. 이방인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논할 수도 없고, 다른 이의 상처를 함부로 들출 수도 없다. 지금의 평화뒤에 숨겨져 있는 그늘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플리트비체 도착
버스안에서 5시간.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드디어 플리트비체에 도착했다. 사람들을 따라 하차를 하긴 했는데... 이건 뭐 거의 길 위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이다. 플리트비체가 특정한 도시가 아니라 국립공원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버스 정류장 외에는 양쪽에 나무만 무성한 것이 좀 당황스러웠다. 밤에 도착했으면 무서웠을 것 같다. 주변 보호를 위해 근처에 마을을 만드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유명한 곳에 이렇게 인적이 드물수는 없을테니까...
길 위에 버려진(?) 여행자들을 위해 인근 마을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 차를 대기하고 있다. 미소를 건네는 아저씨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는 숙소를 이미 예약했다구요. 하지만 친절한 그는 우리가 예약한 숙소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숙소로 가는 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숙박을 하는 방법을 두 가지가 있다. 호텔과 민박. 3개의 호텔이 국립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고, 민박은 근교 마을에 아주 많은데 대부분 자동차나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이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국립공원 내에 있는 호텔. 긴 버스 이동으로 인한 피로를 풀고 여유있게 호수를 즐겨주기 위해서 민박보다는 살짝 비싼 숙박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텔에 투숙하게 되면 국립공원 입장료를 한번만 내도 이틀동안 입장이 가능하다.
투숙한 날에 입장료를 내고 공원을 즐긴 뒤, 호텔에서 도장을 받으면 그 다음날도 입장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국립공원 안의 호텔에 머물면서 1박 2일간 호수를 즐겨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도대체 이 거대한 국립공원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러 나섰다. 온통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잘 다듬어진 길... 뭔가 익숙한 것 같은데 도대체 뭐였더라... 곰곰... 아! 이건 올.림.픽.공.원?! ㅋㅋㅋㅋㅋ
여기가 플리트비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시간에는 입장시간이 이미 지나서 공원안을 오가는 버스와 배 운행이 종료된 상태였다. 그래도 아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건 아닌지라 길을 따라 살짝 내려갔다가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와우...!!! 여기가 플리트비체구나...!!!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호수는 크로아티아 바다와는 다른 푸른빛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맑아서 바닥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것이 마치 유리를 깔아둔 것 같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숲속이라 해가 빨리 진다. 순식간에 어둠이 밀려오고 기온이 서늘해졌다.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때문에 몸을 떨면서도 후다닥 실내로 들어가 버리자니 왠지 좀 아쉽다. 싱그러운 나무냄새, 조용한 공원에서의 산책 그리고 차가워진 내 손을 잡아주는 그의 따뜻한 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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