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를 떠나며...
플리트비체 트래킹을 마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일찍 나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다행히 짐을 가지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여덞이나 되어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서 버스가 도착했다.
자그레브역 도착!
플리트비체에서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는 스플리트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이라 교통상황에 따라 예정시간이 달라질 수 있단다. 크로아티아에서 버스 몇 번 탑승해 본 입장에서 이 동네에는 교통정체따위는 없는데 도대체 왜 지연이 생겼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지만 뭐 조금 늦는 것이 대수랴... 자그레브에서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이른 아침부터 무려 4시간 걷기를 한 결과는 버스에 탑승했을때 나타났다. 우리는 정말 세상모르고 잠들어 버렸으니까... 동양인 꼬꼬마들을 잊지 않은 친절한 버스회사 청년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플리트비체에서 자그레브까지는 버스로 2시간, 지금까지 버스여행시간 중 가장 짧다.
자그레브 역 앞
버스에서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자그레브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역에 내리자마자 지도를 보고 방향을 익히고 인포메이션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만 했다. 내일 자그레브에서 비행기로 독일 스투트가르트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인 관계로 가장 먼저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확인했다. 지금 이 버스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시간마다 있고, 공항까지는 1시간이면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비교적 많은 숙소가 몰려있는 자그레브 중앙역(자그레브 기차역)에서 숙소를 잡기로 했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자그레브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이 역에는 공항버스도 도착하기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첫 발을 내딛은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내로 가는 트램을 기다리는데 익숙한 면세점 봉투를 한아름 든 한국인 여행족을 발견했다. 크로아티아에서 처음보는 한국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날렸는데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에 머쓱해졌다. 딱 봐도 한참 어린 대학생들인것 같은데... 얘들아, 언니 무안하거든!!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같은 한국사람들끼리 인사도 나누지 못한다니 이건 너무 방어적이잖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열린 마음인 것을...
자그레브 중앙역 앞 토미슬라브 광장 (Trg Kalja Tomislava).
자그레브 중앙역은 버스역에서 트램으로 세네정거장 거리이다. 혹시 지나칠까 걱정했는데 커다란 시계가 있는 역사와 넓은 광장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푸른 잔디가 인상적인 토미슬라브 광장, 가운데 있는 동상은 광장이름에서 예상 가능하겠지만 크로아티아의 국부인 토미슬라브 왕의 동상이란다.
숙소로 가는 길
광장 주변에는 크고 작은 숙박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기차역 근처에 숙소를 잡기로 한 이유는 대충 이렇다. 1) 기차역 주변에 숙소가 많고, 2)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중심부보다 빈 방이 많을 듯 하고, 3) 내일 공항에 빨리 가려면 공항버스를 타기 위한 곳과 가까워야 하고, 4) 사실 외곽이라해도 기차역에서 자그레브 시내까지 걸어서도 가능하고.... 이 정도면 타당하지 않은가? 나 나름 생각많은 여자라구~!!! 나의 예상대로 가능한 숙소도 많고, 숙소 고르기에 시간을 많이 버리고 싶지 않았던지라 쉽게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점심은 풍기피자!
자그레브 시내로 가기전에 숙소 앞에 있는 피자집에서 식사를 했다. 단돈 7천원에 화덕에서 갓 구운, 풍기버섯으로 가득 덮힌 피자가 우리 앞에 놓여지는 함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곳도 아니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없지만 착한 가격과 환상적인 맛이 있으니 이 것으로 충분하다구~!!!
자그레브로 걸어가는 중
식사를 하고 자그레브 시내를 향해 걸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도로, 많은 유럽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한 느낌의 건물들... 지금까지 세월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도시들만 지나왔기에 현대적인 느낌의 자그레브가 조금은 낯설다. 항상 도시생활은 갑갑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도시가 반가운 것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 변덕쟁이 빛나씨라 불리기는 싫으니까 일단 맛있는 것을 먹어서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라고 변명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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