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를 열광시켰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의 두 번째 책이다. 그의 이번 테마는 공정무역.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공정무역', '착한구매', '윤리적 상품'이 정말 생산자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니카라과, 중국, 콩고, 라오스, 아프가니스탄, 탄자니아 등등 그의 이번 여행지는 이름만 들어도 쉽지 않음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가 현지에서 보고 온 것은 더욱 불편한 현실들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에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상표가 찍혀있다. 하지만 그 라벨을 추적해보면 이름조차 낯선 나라에서 상품을 생산하거나 재료를 공급한다. 기업들이 이 국가를 활용하는 이유는 저렴한 인력비용 때문이며, 그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잠수병으로 죽어가는 잠수부들, 기계처럼 부품조립을 하는 젊은이들, 살기위해 양귀비를 키우는 사람들, 목숨걸고 주석을 캐내는 사람들... 매일매일 목숨을 걸고 일하지만 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배고픔을 해결하기도 힘겨운 이들에게 스스로 지속가능한 발전은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의 불편한 현실은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는 '공정무역'의 본 모습이다. 인증을 관리하는 기관은 기업에게 활동비를 요구하고, 기업은 자신들의 상품을 '윤리적 상품'으로 레벨업시키기 위해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기업이 공정무역 인증 기관에게 지출한 비용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생산자 혹은 윤리적 구매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감수하게 된다. '공정무역'이란 이름아래 생산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처음 의도와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열심히 일할수록 더 가난해지는 이상한 자본주의의 현실속에서 진정한 '공정무역'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다행히(?) 저자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올람이란 회사에서 문제의 해결안을 찾은 듯 했다. 올람은 눈앞에 이익을 쫓지 않으면서 지금의 투자가 앞으로 상품의 퀄리티와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을거란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현지 사람들이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고 품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생산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올람이 좋은 회사라는 게 알려져서 브랜드 로고가 인증 로고보다 더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기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함께 해결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었다. 따분한 경제서적도 아니고, 흔하디 흔한 여행서적도 아닌 그래서 더욱 쉽게 읽을 수 있고, 더욱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는 저자의 세 번째 주제가 담긴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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