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오르는 중
깔끔한 호텔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 오늘은 팀부 시내를 돌아보고 옛 부탄의 수도인 푸나카로 이동하는 날이다. 오늘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차에 올랐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른다. 위에 오르면 팀부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View point가 있단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완전 큰 부처님!
조금씩 높이가 높아진다 싶더니 저 멀리 뭔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앉아계신 부처님상이었다.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도 보이는 것을 보면 정말 크기가 크구나! 부탄에서 가장 큰 부처님상으로 아직 제작중이라고 한다. 싱가폴에서부터 전문가를 불러다가 10년이란 긴 기간동안 제작중인데 내년에 완공예정이란다. 부처님상을 중심으로 사원들을 지을 예정이라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려면 다시 부탄에 와야 하는건가? ㅋㅋㅋ
팀부 시내가 보인다.
멀리 보이는 부탄정부
여기가 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팀부시내 입구
아직 미완성이라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팀부 시내는 정말 아름다웠다. 도시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부처상과 도시를 품에 안고 있는 히말라야 고봉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National Institute for Zoric Chusum
불교에 나오는 협동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산에서 내려와 찾은 곳은 National Institute for Zoric Chusum. 뭔가 이름이 어려운데 쉽게 말해 전통기술학교라고나 할까? 부탄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 기관은 부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란다.
각 교실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전공은 목공예, 점토공예, 재봉, 회화로 나누어져 있고, 각 전공별로 6학년까지 무려 6년의 학습과정을 거쳐야 졸업과 취업이 가능하단다. 6년!!! 초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긴 기간 공부한 적이 있었던가!!! 혹시 수업중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레 교실안으로 들어섰다.
이게 1학년의 작품이라니!
귀여운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목공예 1학년. 수업은 주어진 과제를 각자 만들어보고 이에 대한 리뷰를 받는 실습위주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나름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지만, 낯선 이의 방문이 신기한지 중간중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를 훔쳐보는 것이 귀엽다.
섬세한 손길
선생님이 포스가 장난이 아니구나
학생들 작품
여기는 점토를 이용한 공예를 배우는 학생들. 그 동안 불교사원에서 많이 보았던 종교적인 소조 작품들이 학생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흙을 붙이는 것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을 표현하는 섬세함에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만들고 있는 작품이 복잡해진다. 기술적인 것 뿐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나고나 할까?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리는 손길
유일하게 여학생수가 많았던 재봉. 다른 전공에 비해 여학생이 많은 곳이라서 다른 반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지금까지 본 남학생들은 무표정이 많았는데 이 반의 몇 안되는 남학생들은 표정도 밝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잘한다. (역시 남학교는 삭막하다니깐... ㅋㅋ) 불교사원 내부를 꾸미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만들고 있었는데, 재봉틀 하나만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속도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기저기 도면과 천조각들이 놓여있고, 바느질하느냐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놀림이 프로젝트 런웨이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건물로 이동 중
6학년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하다.
여러가지 질문을 많이 던진 회화 6학년
예쁘다. 하이힐 같은 것이.. ㅋ
각 반마다 학생들은 20명 내외로 전공별로 6반씩 있으니 생각보다 학생수도 많고, 학교의 규모도 큰 편이다. 학생들의 솜씨를 엿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다른 건물로 이동해보니 여기는 대부분 고학년들의 교실이었다.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경험도 많다보니 학생들의 작품을 만드는 손길에서 숙련됨이 느껴진다. 낯선 이의 방문을 대하는 것도 여유로워 우리에게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고 본인들이 궁금한 것도 물어본다. ㅋ
학생들은 시험보는 중
학생 작품이라는..!
한창 시험이 진행중인 회화반. 커다란 책상에 한명씩 앉아서 시험지와 겨우 5cm 정도 거리를 두고 바쁘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이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왠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오른다. 나도 저런 날이 있었드랬지.
여기는 쇼룸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쇼룸(Show room).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여러가지 작품들의 완성본을 구경할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둘러보기 좋았다. 방금 교실에서 학생들이 만들던 작품의 완성본을 찾아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
불화가 대부분이지만
부탄의 풍경을 담은 그림도 있다.
섬세한 목공예품은 사오고 싶었다.
전통 의상의 와인커버!
이 학교를 졸업하면 부탄 정부에서 졸업생의 기술을 인정해주고, 향후 그 기술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취업도 보장해 준다고 한다. 배우는 기술의 대부분이 불교미술과 관련된 것인데, 이 나라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으므로 취업의 기회가 많은 편이란다. (참고로 부탄은 모든 국민에게 무상 교육과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존하는 부탄의 문화재를 복원할 때는 물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때도 이 젊은이들의 능력이 중요하게 사용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젊은 친구들에게 전통을 알리고 그들 스스로 이를 지켜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니 말이다.
쉬는시간
담장 위 학생들은
매점간 친구를 기다리는 중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번개처럼 교실밖으로 튀어나오는 모습도, 잠깐 쉬는 시간에 학교 밖 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사려고 담장위를 오르는 모습도 우리의 학창시절과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곧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힘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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