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부탄 Bhutan

은둔의 왕국 부탄에도 한류열풍?! (Thimphu, Bhutan)

빛나_Bitna 2012. 10. 4. 08:30

 

 

어두워진 팀부시내

 

 여유로운 오후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좀 쉬었더니 주변이 슬슬 어두워졌다. 점심보다 더 푸짐하게 저녁을 챙겨먹고 산책삼아 밖으로 나왔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데 팀부 시내는 차량 통행도 많지 않고 조용하다. 

 

시장구경

 

 

 

장보러 나오신 분들이 대부분 남자?!

 

 한쪽 골목에 자리한 과일/야채 가게.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있어서 큰길가보다는 사람소리가 나는 곳이었다. 채소며 과일이며 큼직큼직한 것이 신선해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나라의 가장 큰 재산은 히말라야가 아닐까 싶다. 높은 산들이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었고, 설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물은 이 땅은 풍요롭게 해주었다. 게다가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림같은 풍경까지 선물해 주었으니 말이다.

 

뒷골목엔 인도청년들이 가득

 

 뒷골목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좀 보인다. 팀부에는 Indian Market이 주기적으로 열릴 만큼 많은 인도인들이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공사현장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도 사람들의 인력이 부탄 사람들보다 저렴한 편인걸까? 뭐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나라 부탄에도 빈곤층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 험한 일은 인도 사람들이 소화하고 있으니 좀 신기하다.

 

 

극장발견!

 어두운 길거리에 보이는 밝은 조명을 쫓아가보니 극장이다. Movie라는 이름보다 Night Show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포스터가 걸려 있었는데 글자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사진 속 인물들의 옷차림을 보니 부탄에서 만든 것 같다. 우리나라에 멀티플렉스의 개념이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옛날 극장을 생각하면 대충 분위기가 비슷하다. 살짝 열린 틈으로 엿보았는데 화면부터 배우들의 목소리톤까지 완전 너무 어색해서 오글오글한 그런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그리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마 1999년 이 나라에 TV가 들어온 이후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클럽 홍보물 발견!

 

여기도 SNS가 유행인가?

 

 팀부 시내에서 발견한 클럽의 흔적. 실제로 해가 지기도 전부터 꿍짝꿍짝 음악이 들리는 클럽들이 은근 있었다.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담배가 불법인 나라다보니 클럽안에 공기도 나름 깨끗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어딜가나 비슷한 가게의 모습

 

귀여운 꼬마!

 간단한 음료수나 살까 하고 들어간 작은 가게에는 귀여운 꼬마가 장난스런 눈빛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가게안을 둘러보고 있는 우리에게 주인 아주머니가 급 관심을 보이신다. 대부분 부탄을 찾는 여행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중년층이 많다고 한다. (당연하지, 여행비용이 얼만데...!!!) 동양 사람은 일본 사람이 많고, 한국 사람들은 불교단체에서 오시는 분들 정도이지 우리같은 젊은 사람들은 많지 않단다. 한국에 가본 적이 있는데 화려하고 근사한 도시라고...

 

오! 김현중발견! (이름은 틀렸네 ㅋ)

 

한국 드라마도 보이고

 

정 많은 파이도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나라 연예인의 사진! 그냥 대충 가져다 놓은 것인줄 알았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그의 국적, 이름, 직업등을 정확히 알고 계신다. 오호... 은둔의 왕국 부탄에도 한류열풍이 부는 것인가? 부탄의 TV에서는 자국방송뿐 아니라 주변 국가의 방송을 접할 수 있는데, 영어권에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은 편이란다. 중국이나 인도 드라마도 있지만 언어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쪽에 쌓여있는 드라마 CD들 사이로 보이는 한글과 곳곳에 숨어있는 익숙한 한국의 간식거리들이 나를 향해 '안녕~'하고 인사하는 것 같다.

 
 은둔의 왕국이라 불리지만 실제 부탄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주변 국가와의 관계나 부탄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방어보다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자국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것이 21세기형 은둔생활인건가? 그나저나 언젠가 팀부의 클럽에서도 '강남스타일'을 들을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