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부탄 Bhutan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부탄의 국왕 (Thimphu,Bhutan)

빛나_Bitna 2012. 10. 13. 08:30

 

 

 2시간을 달려 팀부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타시초종(Tashicho Dzong). 현 부탄의 정부청사이면서 사원인 팀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라 하겠다. 푸나카종과 마찬가지로 이 곳 역시 정부에서 관리하는 영역과 불교에서 관리하는 영역이 나누어져 있고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곳은 불교에서 관리하고 있는 사원이다.

 

외벽을 따라 걸어본다.

  

여기는 국왕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여기가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문

 

 이 곳에는 사람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문이 구분되어 있다. 국왕이 출입하는 문, 스님들이 출입하는 문 그리고 외부인이 출입하는 문. 각 문마다 정복을 갖춰입은 이들이 지키고 있으며, 외부인이 출입하는 문에는 공항처럼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생각해보면 좀 살벌한 분위기일 것 같지만 보안을 담당하는 이들 역시 부탄 사람인지라 우리에게 친절한 미소와 인사를 잊지 않았다.

 

 

 

 

사원 안으로 고고

 

처음 이 사원이 세워진 것은 13세기라고 한다. 당시 이 곳은 작은 사원에 불과했는데 16세기 불교 드룩파하에 나라를 통일하면서 거대한 요새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후 시간의 무게와 지진, 화재 등으로 중앙 예배당을 제외하고 소실된 부분은 1961년에 재건을 시작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부탄의 오랜 전통 양식에 맞춰 설계도도 못도 사용되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웅장한 건물을 재건할 수 있는지 이리보고 저리봐도 신기하다.

 

 법당앞을 오가는 많은 스님들을 볼 수 있었는데 사원내에는 3,000명이 넘는 스님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이 나라를 지탱하는 부탄 불교 드룩파의 본거지임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과거 무슬림의 탄압으로 인도에서 티벳으로 넘어간 불교는 티벳의 몰락으로 다시 이 곳 부탄으로 숨어들어왔다. 당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불교도들의 마지막 요새는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호되고 있었다. 아마 높이 솟은 히말라야가 물리적인 방어를, 부탄의 쇄국정책이 정신적인 방어를 맡아온 것이겠지. 인도나 티벳의 현실을 보면 이 작은 부탄이란 나라가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으로 남아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건너편은 정부공간이라 출입금지

 

정복을 입은 이들을 경계로 더 이상은 출입이 불가능하단다. 경계선 너머 공간은 정부의 소유로 정부의 각 청사들이 들어와 있고 국왕의 알현실을 비롯한 100개가 넘는 방들이 있다고 한다. 근무시간 끝나고 어떻게 개방해주면 안될라나? ㅋㅋ

 

 

인상적이었던 불화들을 구경하고

 

타시초종을 나섰다.

 

 사원 내부를 둘러보고 몇몇 인상적인 불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타시초종을 나섰다. 반듯하게 잘 가꿔진 산책로같은 길을 걸으면서 그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부탄의 정치에 대해 폭풍질문을 쏟아내본다.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고 해야겠다.

 

 부탄은 원래 한 사람의 왕이 다스리는 국가였다. 옛날 조선이 고려가 그랬듯이 왕위는 아들의 아들로 대대손손 이어졌다. 이런 부탄에 변화를 가져온 인물은 현재 국왕의 아버지인 4대 국왕 지그메 싱게 왕추크. 그는 부탄의 미래를 위해서 민주정부가 필요하다며 2006년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부탄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국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현재 국왕이 된 그의 아들 지그메 케사르는 왕좌가 빈 기간동안 의회를 구성하고 총선을 치뤄 입헌군주제를 도입했다. 현재 부탄은 입헌군주제하에 국왕직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역사상 이런 과정으로 민주정부가 들어선 곳이 또 있을까?

 

 

멀리서 바라본 타시초종

 

 선왕만큼이나 대단한 것은 그의 아버지 3대 국왕 지그메 도르지이다. 그는 가진 것 없는 이 가난한 나라를 위해 문호를 전면 개방하여 국가 현대화에 힘쓰면서, 당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도입했다. 부탄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호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히기 위해 노력했고 이때부터 '국민 총 행복지수'라는 (GNH: Gross National Happiness) 개념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곳곳에 도로가 뚫린 지금도 부탄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TV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급속도로 현대화 세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탄 사람들은 본인들의 전통 문화를 아끼고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을 위하는 국왕과 국왕을 믿고 따르는 국민들이 만든 결과인거다.

 

저 작은 것이 국왕의 거처

 

 타시초종으로 들어서는 길목 한쪽에 있는 국왕의 거처. (지금은 아마 깨가 쏟아지는 신혼집이겠지? ㅋㅋ) 지금까지 보았던 건물들과 비교하면 으리으리하게 크지도 않고 화려하고 호화롭지도 않다. 손수 자동차를 운전하고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는다는 소박한 젊은이가 지금 현재 부탄의 국왕이다.

 

 학창시절 사회책에서나 보던 왕과 국민의 이상적인 모습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할까?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국왕. 갑자기 선거철을 앞두고 시끌시끌할 (안봐도 비디오) 우리나라 정치뉴스가 떠오르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신뢰받는 지도자가 있을까? 앞으로 탄생할 가능성은 있을까? 우리 모두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