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하는 여자 컨셉? (@모잠비크)
홀로 여행하는 여자 컨셉? (@잔지바르)
사람을 좋아하는 나란 여자도 나 홀로 여행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지만, 이후에 홀로 여행자가 될 날이 또 있겠지.) 종알종알 수다떠는 것이 삶의 일부였지만 가끔은 온전히 혼자가 되어보고 싶었었고, 그때마다 여행은 참 좋은 해결책이었다.
함께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혼자만의 여행. 그 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여행하며 나 홀로 여행족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싱긋 미소짓게 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부분의 나 홀로 여행족들에겐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가 있었고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았으니까.
그런데 간혹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당황시키는 여행자들이 있었으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어여쁜 아가씨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좀 모아보면... 절대 우리나라 아가씨들이 다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 특별한 일정이 있는건 아니구요, 돈이 없어서 아무데나 싼 나라로 가려구요.
- 거기는 히치하이킹하기 괜찮대서 히치하려구요.
- 유럽은 애들이랑 친해지면 얻어자기 쉽다고 하더라구요.
- 현지 사람들이 동양사람한테는 친절하대요.
- 그때는 거기서 만난 영국 남자애가 자꾸 좋다고 해서요.... !)@#*@(#@(
그래, 뭐 난 이제 아이돌그룹 이름도 제대로 못외우는 구닥다리 30대라 이상하다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이 어여쁜 한국 아가씨들은 드라마 판타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위태로운 청춘같았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낯선 외국인의 댓가없는 무조건적인 도움과 여행지에서의 근사한 로맨스였으니까.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여지없이 나오는 책, 영화, 드라마 제목이 몇 개 있으니... 이런 것도 결국 미디어가 만든 허상인건가.
혼자 여행하는 여자 컨셉? 배낭여행하면 다 이렇게 되는거다; (@미얀마)
홀로 여행하는 여자 컨셉? (@미얀마)
물론 모두 허상은 아니다. 여행길에서 당연히 뭐든지 가능한 이야기이며, 나도 여행길에서 수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나 스스로의 안전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드라마 주인공같은 상황에 놓일 확률보다 경찰서에서 울고불고 할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체구가 작은 동양 여성은 전세계 어딜가나 인기가 높고 동시에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쉽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여행인지, 현실에서의 도피인지,
지금 나를 도와주는 이가 원하는 것이 친절한 외국인의 이미지인지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인지,
지금 나와 술을 마시는 이가 동양인 친구를 사귀고 싶은 것인지 하룻밤 상대를 찾는 것인지,
홀로 여행중이라면 모든 것은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에서 옷깃만 스쳐도 조심하는 그녀들이 외국에서는 왜 이렇게 무방비상태가 되어 버리는지 난 도무지 모르겠다. 솔직히 우리나라 그렇게 위험한 곳도 아니고, 우리나라 남자들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니잖아? (그...그렇죠,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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