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홀릭, Travelholic/온더로드 On the Road

귀국! 636일 세계여행, 그 끝에 서 있는 우리 두 사람

빛나_Bitna 2014. 5. 30. 13:00

 

서울행, 꿈에 그리던 아시아나

 

 

52개국, 636일간의 세계여행. 우리는 지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깨고 싶지 않은 꿈 같은 시간의 끝에 서 있다. 처음 여행을 결심한 날, 항공권을 구매하던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던 날부터 길 위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펼쳐진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다. 안정적인 직장, 예쁘게 꾸며놓은 우리집, 꼬깃꼬깃 모아둔 은행잔고... 이 길을 떠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졌던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 했고, 여행길 위에서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여행을 위해 내려놓은 것들의 빈 자리는 세상을 떠돌며 차곡차곡 채워졌다. 사랑하는 이와 손을 마주잡은 시간, 오랜만에 부모님께 보내는 손편지,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보내주는 친구들의 응원,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던 20대에 대한 추억,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꿈, 내가 사랑했던 나의 일,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의 일부가 된 나, 고생끝에 목적지에 닿았을때 그 짜릿함, 지칠 줄 모르는 나의 체력...?! 비록 더 비싼 차, 더 넓은 집, 더 화려한 명함으로는 채울 수는 없었지만 괜찮다. 그것들이 더 잘사는 것, 더 행복한 것의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귀국을 앞둔 지금, 우리는 집도, 차도, 직장도 없고 심지어 은행 잔고도 달랑달랑하다. (이거야말로 Jobless! Homeless!)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괜찮다. 인생에 큰 꿈 하나를 이뤘으니까. 앞으로 나아갈 인생도 나는 아니 우리는 더 잘, 더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아갈거니까. 그래서 앞으로를 생각하면 더 가슴이 벅차오르니까.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이러고 있다.;;; (부끄럽지 않아! 흥!)

 


많은 세계 여행자들이 여행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 배웠다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나 자신만큼 많이 알게 이가 있다면 내 옆에 있는 이 남자가 아닐까. 636일 동안 자석처럼 붙어다니며 우리가 나눴던 수 많은 이야기들, 함께 부딪힌 예상치 못한 상황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과거의 그를 만났고, 이제 만나게 될 미래의 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으니까. 그가 없었다면 내가 이 여행을 출발할 수 있었을까.  

언제 어디서나 모닝커피를 함께 해 주는, 항상 잊어버리는 선블럭을 챙겨주는, 몰래 내 짐을 자기 가방에 넣고서 땀을 뻘뻘 흘리는 우리 남편, 매일매일 수백장의 내 사진을 찍어놓고 사진 속 까맣게 탄 내 모습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팔불출 남편,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꺄악, 남편 우리가 해냈어!!!

2014/05/30

52개국, 636일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은 끝났지만 밀린 여행기는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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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관심에 목마른 블로그 주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