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루를 보낸 오션뷰 캠핑장 ㅋ
어제 가든루트를 방황?하다 우연히 발견한 오션뷰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 눈 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등지고 떠나자니 아쉬움이 스물스물 몰려왔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우리는 떠돌이 여행자이고 오늘 하루도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한 것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길 때문에 씻는 것도 느릿느릿, 먹는 것도 느릿느릿, 그렇게 우리는 부펄스 베이를 나섰다.
가든루트, 호텔 부럽지 않은 캠핑장 (Garden Route, South Africa) http://bitna.net/1684
오늘의 이동경로
다시 가든루트를 달리기 시작!
슬슬 옆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가든루트 위에 올랐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든루트를 타고 계속 서쪽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가든루트는 푸른 숲과 산이 주를 이뤘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도가 조금씩 낮아지더니 창 밖으로 새파란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거 원, 창 밖을 구경하느냐고 속도를 낼 수가 없겠는데?!
전망좋은 곳? 우리집인데?!
여기는 세지필드 Sedgefield
여기도 별장같은 집들이 가득!
도로 위를 달리다 왠지 전망이 좋을 것 같아서 들어간 마을, 세지필드 Sedgefield. 어제 들렸던 플레텐버그 베이처럼 이 동네 역시 으리으리한 별장같은 집들의 집합소였다. 고급 주택가에 나타난 배낭 여행자의 캠퍼밴이 영 어색하지만 아무렴 어때, 우리는 관광객이라구요!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할머니의 집
오~ 할머니, 진짜 전망 좋네요!
우리집인양 기념사진 하나 박아주자. ㅋㅋ
너희들 어디가니? 도와줄까?
네, 저희는 자동차로 가든루트를 여행하는 중인데요, 이 마을에 전망대 같은 곳이 있나요?
전망대? 이리로 들어오렴. 우리집 전망이 제일 좋아!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부른다. 전망대를 찾고 있다는 말에 본인의 집 테라스가 최고의 전망대라며 들어오라고. 그렇게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할머니의 집은 앞뒤로 넓은 정원이 있는 무려 3층 집! 심지어 뒷마당에는 엄청 큰 수영장도 있더라!! 눈이 휘둥그레진 촌스러운 우리는 전망은 잠시 잊고 할머니의 집 구경을 하는데 열을 올렸다는;;
할머니가 알려주신 마을 전망대
패러글라이딩하는 이들도 있다.
영국에서 온 할머니는 은퇴 후 남편과 함께 이 곳에 터를 잡았단다. 몇 년 전 남편이 사별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좋아 계속 머물고 있다고. 넓은 집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영국에서 수시로 방문하는 자녀들과 손주들을 위해 간직하고 있으시단다. 우리는 차 한잔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곤 할머니 댁을 나섰다. 테라스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주시는 할머니의 외로움을 우리가 조금은 채워드리긴 했을까.
해변이로구나, 그런데 물은 좀 차다?!
다시 달리는 중
점점 바다가 가까워진다.
여기는 윌더니스 해변
세지필드 Sedgefield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가든루트를 타고 서쪽으로 계속 달려간다. 햇빛이 쨍한 날씨에 창 밖으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온몸이 들썩들썩, 결국 우리는 윌더니스 Wilderness 해변에 다시 한번 차를 세웠다. 인도양의 푸른 바다야, 우리가 간다!!!
모래밭의 끝에
해변이 바다가 있구나!
해수욕하는 사람들도 있군
근데 좀... 춥...다?!
고운 모래가 발바닥에 닿는 그 푹신함이 좋았다. 남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해변에 흥분한 우리는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던질 기세로 바다를 향해 달렸다. 아아~ 신난다, 씐나!!! 하지만 그 기세등등한 발걸음은 발에 물이 닿는 순간 멈춰버렸다. 한여름(우리가 이 곳을 여행한 시기는 1~2월, 남아프리카의 여름이었다.)이라기엔 물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해수욕은 발만 담그는 소심함으로 마무리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지역은 수심이 깊어 물이 항상 찬 편이란다. 덕분에 고래같은 대형 해양생물을 쉽게 볼 수 있다는데, 철창 안에서 먹이로 상어를 유인하는 샤크다이빙이 이 동네 인기 액티비티라고;;
가든루트,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간중간 전망대도 있다.
텅 빈 도로지만 풍경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깊고 푸른 바다
윌더니스를 지나 케이프타운을 향해 달려갈수록 남아공의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고, 도로 중간중간 설치된 전망대는 기념 사진들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반대편 차선에서 불법; 우회전을 하는 자동차나 깜빡하고 전망대를 지나쳐 비상등을 켜고 걸어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세요!
푸른 숲과 강도 있고
평온한 마을도 있고
커브를 돌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강과 계곡, 푸른 숲과 산, 모래 해변과 푸른 바다가 끊임없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든루트. 해안도로라는 말에 단순히 푸른 바다가 보이는 도로일거라 생각했었는데 가든루트는 남아공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자연을 한데 모아 놓은 선물세트 같은 곳이었다. 때문에 앞선 차들이 속도를 줄일때마다, 격한 커브를 돌때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네이처 밸리를 출발해 여기까지, 200km도 되지 않는 거리를 이동하는데 이틀이나 걸린 사람이 우리만은 아닐 듯.
여기는 모셀베이
마을의 배경은 푸른 바다와 하늘
여행객을 위한 숙소들이 가득하다.
세인트 블라이저 곶 Cape St.Blaize) 여기선 종종 고래가 보인다는데 우리는 못봤음 ㅠㅠ
마지막으로 멈춘 곳은 항구도시 모셀베이 Mossel Bay. 이름처럼 홍합이 많이 채취되는 지역이란다. 지금까지 거쳐온 마을들보다 확실히 규모가 크고 발달된 느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여행자 시설도 풍부하고 바다를 즐기는 여행자들도 많은 편이었다. 이 곳에는 희망봉을 발견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Bartolomeu Diaz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다는 말에 (우리는 해변에서 빈둥거리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새삼 우리가 희망봉에 점점 가까워짐을 깨달았다. 여행을 아무리 좋아하는 우리지만 우리가 희망봉에 서게 될 날을 상상이나 했었던가!
모셀베이를 끝으로 우리는 가든루트를 벗어나 남아공 내륙으로 이동했다. 스웰른담 Swellendam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와인루트 Wine Route (R60, R62번 도로)로 진입,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남아공의 와인을 찾아서 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파노라마 루트, 사니패스, 스와트버그 패스, 가든루트, 와인루트 등등등 남아공에는 어쩌면 이렇게 많은 드라이브 코스가 있는 것인지, 얼떨결에 시작된 남아프리카 캠핑카 여행은 정말 신의 한수였구나!
가든루트 Garden Route
- 남아공 남부 해변을 가로지르는 N2 해안도로. 남아공을 대표하는 도시인 케이프타운과 포트 엘리자베스를 연결하며 중간중간 해변을 끼고 있는 마을이 촘촘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행자 시설이 많아 가든루트를 따라 여행하는 이들이 많고, 케이프타운을 베이스로 당일 드라이브를 하는 이들도 많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모셀베이부터 윌더니스까지만이라도 달려보자!
- 가든루트에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는 휴양지로 유명한 모셀베이 Mossel Bay, 아름다운 호수와 라군으로 유명한 나이즈나 Knysna, 트레킹과 번지점프대가 있는 치치카마 Tsitsikamma 해안국립공원, 타조농장이 있는 오츠혼 Oudtshoorn 등이다.
- 남아공 여행정보 (일정, 비용, 여행팁 등) : http://bitna.net/1213
- 남아공의 매력적인 드라이브코스 5개 http://bitna.net/1568
- 남아프리카 렌트카 여행, 자동차 렌트하기 : http://bitna.net/1205
- 남아프리카 캠핑카 여행 1탄, 자동차/캠핑용품/캠핑장 : http://bitna.net/1206
- 남아프리카 캠핑카 여행 2탄, 욕실/전기/빨래/식단 : http://bitna.net/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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