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이 숙소까지 픽업하러 온다. ㅋㅋ
라오스에 오기 전, 우기에 비가 심하게 와서 길이 끊겼다느니 강이 넘쳤다느니 별별 소릴 다 듣고 온 빛나씨. 그러나 예상보다 라오스의 날씨는 괜찮았다. (야밤에 빗소리에 잠을 깰 만큼 미친듯이 퍼붓다가 날이 밝으면 다시 개는 모.. 그 정도?! ㅋㅋㅋ)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달려온 픽업툭툭에 몸을 실었다. 툭툭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사람들을 태우더니 미니버스 앞에 우릴 내려준다. 우린 이 버스를 타고 간다. 어디로 방비엥으로~!!!
나름 중간에 휴게소(?)도 있다.
말이 좋아 '버스'지 봉고차에 몸을 싣고 달린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는 약 4시간 정도 걸린단다. 운이 좋았는지 9명의 탑승객 중에서 한국인이 5명이나 된다. (우리 일행을 빼면 3명) 덕분에 덩치 큰 서양애들 사이에 낑겨가는 사태도 면하고, 말동무도 생기고.. 쿄쿄... 좋구나~!!! 금술좋아 보이는 부부와 착한 미소를 지닌 아저씨(이 글을 보면 화내실지도...ㅋㅋ) 이렇게 세 분은 여행하는 내내 함께했다. 도시가 손바닥만해서 어딜가도 마주치게 되는 라오스.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목에서..
창문에 달라붙어 시골마을을 구경한지 얼마나 됐을까... 차가 멈춘다. 여기가 방비엥? 달려오면서 본 시골마을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이런 곳이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여행지라니 신기할 뿐이다. 론리플래닛과 함께 방향을 잡고 숙소를 찾아 걸었다. 레스토랑과 여행사가 늘어선 곳으로 들어서니 이건 모... 죄다 금발머리 언니들 뿐이다. @_@;;; (아마 현지인보다 외국인의 인구밀도가 높을 듯...;;;) 놀란 마음에 강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올라가니 좀 조용한 것이 쉬기 좋다. 길 끝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Tip) 방비엥에서 강변에 숙소를 잡을 때 최대한 한적한 곳을 이용하자. 중앙에 숙소들은 야밤에 꽤 시끄럽다. 클럽과 술집의 소리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잠을 못잤단 이들이 많았다. (우린 아주 조용~했다.)
길거리에 펼쳐진 작은 장터. 과일, 야채, 물고기까지 나름 다양하다.
에어컨에 땀을 식히고 터덜터덜 걸어나왔다. 골목에 펼쳐진 작은 장터에 모여 계신 아주머니들이 나를 향해 '헬로우~'를 외친다. 꼬맹이들은 손을 흔들며 뛰어온다. (귀여운 것들.. ㅋㅋ) 덩달아 '사바이디(라오어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빛나씨. 출발부터 뭉쳐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사라지는 듯 하다.
쏭강을 건너는 다리
방비엥 구경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빌렸다. 초등학교 이후에 처음 탄 자전거라 영~ 서툴었지만 그래도 차도 없고 한적해서 못타는 실력으로 타기엔 나쁘지 않았다. 금새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자신감 UP~!!! 그래서 쏭강을 건너 동굴을 가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로 고고씽~
다리위에서.. 강가에 뛰어노는 꼬맹이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동굴로 가는 길은 비포장 자갈밭인데다 끝이 안보이는 길... 아무래도 서툰 나의 자전거 실력으로 버거운 상대인 듯 했다. 게다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길 위로 슬슬 어둠이 깔릴 분위기라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걸어가면 편하련만 자전거를 버리고 갈 수도 없고... ㅠ_ㅠ
저질체력 빛나씨.
일정이 짧아서 오늘이 아니면 다시 올 수 없을텐데... 여기까지 와서 동굴도 못보고 돌아가야 하는걸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조금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였어야 했나?! 괜히 이것저것 탓하다 보니 기분만 더 상한다. '에라~ 모르겠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떼가 달려온다! 꺄악!
딸랑딸랑~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린다. 주인공은 느릿느릿하게 마을로 향하는 소떼와 주인 아저씨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내 앞에 아저씨가 멈춰섰다. 아저씨와 손짓발짓으로 몇마디 주고 받는 사이에 소들이 멀어졌다. 내가 소 도망간다고 소리치자, 아저씨는 느린 걸음으로 소들을 뒤따라가신다. 뛰어가시라 외쳐도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그럴 필요없다며 내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굿바이를 외치며..
그림같은 풍경
아저씨의 여유로운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저 멀리 보이는 산, 푸르른 초원, 조용한 흙길이 한 폭의 그림같았다. 저 멀리 지는 해가 보이는 이 곳... 겨우 자전거에 정신이 팔려서 이 멋진 풍경을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라오스요? 거긴 뭐가 있는데요?!내게 라오스에 왜 가냐고 묻던 지인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때 참 단순한 답을 내놓던 나의 모습도... 그냥 '시간가는대로 발길가는대로' 다니기 위해 라오스를 택하지 않았는가!!! 난 다른 사람들에겐 그럴싸하게 말만 늘어놓고, 속으로는 뭔가 부족하지 않은가 꼼꼼히 따지고, 계산하느냐 분주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 곳에 뭐하러 가세요?!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겠죠. 은둔생활이죠!
자전거 바구니에 간식을 싣고, 포카리스웨트 광고처럼 샤방하게 웃으면서 동굴까지 소풍을 가리라는 나의 꿈은 이렇게 사라졌다. 서툰 실력도 실력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거리를 자전거로 샤방하게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거~ (ㅋㅋ 참고하길) 다음에 오면 자전거말고 오토바이를 빌려서 와야지... (문제는 오토바이도 운전을 못한다는거..;;;)
짐이 바뀌고, 무례한 사람을 만나고, 친구녀석은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여행의 시작부터 벌어진 일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동굴에 가지 못했지만, 과감히 핸들을 꺾었다. 길을 되돌아가면서 나의 머릿속도 여행오기 전으로 되돌아갔다. 역시 돌아오는 길은 처음보다 훨씬 수월했고, 동네 꼬마들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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