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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os] 탁밧으로 시작하는 루앙프라방의 아침 (Luangprabang)

빛나_Bitna 2008. 11. 1. 14:34

이른 아침 숙소 앞 골목에서..

 긴 버스여행과 열심히 마신 라오비어 덕분일까... 5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이 야속하다. 급히 세수만 하고 대충 모자를 눌러쓴 채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얼라리오?! 어제 밤, 숙소 아저씨가 6시부터 시작이라고 했는데 스님들이 벌써 숙소 앞을 지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늦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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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스님들

아침부터 이게 뭐냐 궁금하다고? 이것이 바로 루앙프라방의 '탁밧' (혹은 딱빳이라 발음하기도..) 우리나라의 '탁발'이다. 루앙프라방에서는 매일 아침 모든 사원의 스님들이 나와 마을을 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시간에 맞춰 나와 준비한 음식을 스님들에게 드린다. 불교국가인 라오스의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지만 루앙프라방만큼 규모가 큰 곳도 없을 것이다. '사원의 도시'란 이름처럼 많은 사원이 있고, (마치 여의도의 스타벅스 숫자만큼 한블럭에 2~3개씩) 여기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수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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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스님들이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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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원의 스님들이 온다.


생각보다 많은 스님들의 수에 놀라 있는 사이, 한 무리의 스님들이 지나갔다. 남겨진 사람들은 준비해 온 밥의 양을 살펴보거나 자리를 고쳐 앉는다. 그리고 또 다른 스님들이 다가오고, 사람들은 준비한 밥을 스님들의 통 속에 넣어준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끊임없이 기도하는 모습이 경건하다. 난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들의 아침에 방해가 될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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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도 스님들로 가득..


골목에서 큰 길로 나갔다. 이 쪽에도 스님들이 가득하다. 얼핏보면 다들 진지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린 스님들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잠이 덜 깬 듯한 표정의 스님도 보이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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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시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누군가 자꾸 내 옷깃을 잡아끈다. 왠 아주머니가 내게 주먹밥과 과자를 사라고 말한다. 그리고보니 큰 길엔 외국인에게 음식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쉽게 눈에 띈다. 보시하는 사람들 사이에 노란머리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현지인들 사이에 끼어서 함께 보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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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이방인들..


 공손히 스님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도 있었지만, 어떤 이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처럼 스님들에게 달콤한 사탕을 건내고 있었다. 그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남에게 베푸는 불교의 정신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방인이 현지의 문화를 몸으로 체험해보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 가는 것은 좋다. 그것이 여행을 하는 이유니까... 그런데 보다보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스님들의 눈 앞에 플래쉬까지 터트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스님들의 걷는 길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내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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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렬..

민망한 마음에 다시 작은 골목길로 되돌아왔다. 숙소로 가는 작은 골목엔 아직도 스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걸음 물러서서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준비한 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인지, 받지 못하는 스님이 생길까봐 줄의 끝을 살피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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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밧이 끝났다..

줄이 끝났다. 스님들이 뒷모습이 작아져간다. 스님들이 떠나간 후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며 경불을 외우고, 기도를 드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는 사람들. 옷차림은 남루하고 신발은 다 헤져있다. 매일매일 보시할 밥을 준비하는 것이 이들에게 쉽지만을 않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1~2시간동안 쪼그려 앉아 보시하는 정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피곤함도 귀찮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객관적인 숫자로 라오스는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발도상국이다. 하지만 작은 것도 베풀줄 아는 사람들의 마음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넉넉한 것 같았다. 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쁜 우리가 이 곳 사람들의 너그러운 마음을 따라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