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주 OCEANIA/호주 Australia

[Sydney] 나 홀로 비행의 즐거움을 느끼며..

빛나_Bitna 2009. 5. 21. 22:56
 생각과 감정이 사라진 사람처럼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없는 아침. 삼성동 도심공항 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을 하는데도 멍~하다. 수속하고 바로 출근. 오후가 되자 다들 내게 한 마디씩 한다. '안 가요?', '언제가요?', '내일인가?'... 네네, 저 멍때리고 있어서 불안하신거죠? 갑니다, 가요!!! 그렇게 일에 치이던 불쌍한 빛나씨는 공항 리무진 안에서도 모 과장님, 모 대리님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는...OTL

* 국적기를 이용한다면 삼성동 도심공항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늘어선 줄을 지나 전용출입구로 들어가는 기분이란!!! 꺄악!!!

면세구역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생각보다 차도 밀리지 않았고, 공항터미널에서 수속한 덕분에 면세구역에 들어오니 탑승까지 무려 3시간이나 남았다. 일단 미친듯이 질러댄 면세용품을 찾고, 한적한 화장실에서 장시간 비행을 대비해 세수를 했다. 따뜻한 물도 펑펑 나오는 인천공항 화장실 정녕 최고! =ㅁ=)b

* 장시간 비행에는 편한 옷차림에 쌩얼이 최고다. 뽀독뽀독 세안을 한 뒤에 면세점을 한바퀴 돌면서 평소에 써보고 싶었던 화장품을 듬뿍듬뿍 발라보면 된다. ㅋㅋㅋ (덕분에 다음날 아침 시드니에 도착했을때 내 얼굴은 뽀송뽀송 -_-V)

이어폰을 꽂고, 면세구역 구석구석을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맥도날드에 앉았다. 가만히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금 결혼한 듯한 신혼부부, 아이를 품에 안은 외국인 아저씨, 아이같이 설레이는 표정의 어르신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항에서 나만 혼자인데, 외로움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동안 내가 사람들 속에서 많이 지쳐버린 것일까?

이코노미석의 명당, 비상구자리!

 
 혼자서 살짝 궁상을 떨다보니 어느새 탑승시간이 되었다. 많은 분들이 옆에 윤지후같은 녀석이 앉아주길 기원해 주셨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잖아?! 뭐, 그래도 자리로 가는 발길이 가볍다. 왜? 나의 자리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비상구자리'니까!!!!! 움하하하~ 이코노미에서 두 다리를 쭈욱 뻗을 수 있다고~!!!!!
 
* 이코노미석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난 선호하는 좌석이 있다. 두 다리를 쭈욱 뻗을 수 있는 비상구자리, 그나마 조금 넓은 맨 앞자리, 누워서도 밥을 먹을 수 있는 맨 뒷자리! 국적기의 경우 인터넷으로 좌석예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상구나 앞자리는 앉을 수 있는 조건이 정해져 있어 인터넷 예약이 불가능하다. 고로 빨리 수속하는 사람이 임자!

귓가에 비행기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 나 휴가가고 있구나. 여행가고 있구나. 사람들이 잠드는 시간.. 홀로 영화를 보고, 일기를 쓰고, 곰곰이 생각을 하고...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씩 즐기고 있었다. 어쩌면 난 이 순간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꾸며지지 않은 나를 되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