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 중..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열심히 허공에 총만 쏘아대던 홍콩영화만 있는 줄 알았던 내게 꽤나 충격적인(?) 영화로 남아있다. 왕가위란 특이한 이름의 감독을 알게 되었고 'California Dreaming'을 꽤나 흥얼거리게 만들었던 뭐 그런 영화다.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요, (아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은 봤을 법한 장면) 왕정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양조위의 집을 훔쳐보는 바로 이 장면 되시겠다.
센트럴과 완차이 사이에서 입구 발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로 처음에는 경사가 급한 동네 주민들의 이동을 위한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홍콩의 대표 스팟이 되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해 보겠다는 로망을 가지고 미드레일 에스컬레이터를 찾았다.
짠! 진짜 에스컬레이터다.
보통 상행/하행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달리 이 에스컬레이터는 하나뿐이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 상행과 하행이 변경되는데 운행방향과 반대로 역주행(?)하고 싶은 사람은 옆에 있는 계단으로 열심히... 정말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 왜 한쪽만 만든 것일까? 아무래도 역시 예산이 문제였을 것이라 확신하며 탑승!!
+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운행시간은 6시~10시까지 하행, 10시20분~24시까지 상행이다. 시간 잘못 맞추면 열심히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니까 꼭 기억해두자.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중
에스컬레이터는 한번에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 것이 아니라 언덕에 위치한 동네들로 나갈 수 있게 중간중간 끊겨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라는 것이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늦은 시간이라 에스컬레이터엔 우리같이 밤거리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뭔가 현실감이 부족하다.
영화의 환상에 빠져 있던 나. 하지만 눈 앞에 에스컬레이터는 현실이었다. 왠지 모를 실망감이 들었다. '영화는 정말 화면발인 것일까?' 어떻게든 내 환상을 지키기 위해 영화 속 양조위 아파트라도 찾아내겠다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조용한 홍콩의 거리를...
골목골목을 볼 수 있다.
다닥다닥 창문이 많은 홍콩 스타일 건물
에스컬레이터 덕에 2~3층에도 가게가 많다.
창문이 많은 홍콩의 건물들과 에스컬레이터 높이에 맞춰 홍보 간판을 걸어놓은 상점들이 보인다. 침사추이나 센트럴의 번뜩이는 현대식 건물들과 비교하면 많이 낡았지만 오히려 여기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무질서하고 복잡한 듯 하지만 좁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가득한 건물들. 오래된 달동네 같지만 최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상점들....
중국의 한 도시라고 하기엔 커다란 영어 간판이 어색하기만 하다. 빈티지 샵에서 내 손에 꼭 맞는 반지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나는 꾸미지 않은 홍콩의 맨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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