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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au] 비바람을 뚫고 마카오를 걷다.

빛나_Bitna 2010. 4. 5. 17:17

세나도 광장에 있는 지오다노


 식사를 마치고 다시 세나도 광장으로 나왔다. 마카오도 홍콩처럼 표지판이 잘 갖춰져 있었지만 길 이름이 포르투갈식이라 그런지 입에 착착 붙지 않았다. 덕분에 난 이 작은 동네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안내 가이드에 나와있던 코스를 따라 산책하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사람들의 흐름속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육표가게가 가득하던 골목길


 사실 오늘의 목표는 이국적인 마카오 거리를 여유롭게 걸으며 이쁜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이거 원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왜?? 골목을 돌자마자 보이는 이 엄청난 사람들 때문에... ㅋㅋㅋ

골목 끝에 보이는 성바울 성당


 작은 골목은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로 가득했는데 대부분의 메뉴는 육포와 에그타르트였다. 짭쪼롬한 육포냄새와 달달한 에그타르트 냄새가 합쳐지니 생각보다 아름답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게다가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잡으려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정말 대단하다. 영어, 중국어, 일어는 물론이요 '언니~ 구혜선이 먹은 에그타르트요!'라는 정확한 한국말까지 등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_@;

도착! 성바울 성당

뒤로 보이는 사람;;;

인파를 헤치고 도착한 성 바울 성당.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아 옆쪽에 뭔가 기념물이 건물 옆에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시뻘건 중국스타일 장식물은 이 우아한 건물과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저 장식물을 피해서 사진을 찍고 싶은 나와 반대로 중국사람들은 뭐가 그리 좋다고 그 앞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멋지다.

뒷면은 참 허전하다..;


 세인트폴 대성당 유적. 마카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건물은 건축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교회였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화재로 모두 타버리고 건물 외벽만 쓸쓸히 남아있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니 원래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 거대한 건물 벽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답은 건물 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뒤쪽은 거대한 기둥이 보호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올라 마카오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화려한 앞쪽과 달리 성당의 아픈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몬테요새로 가는 길

 성당 바로 옆에 붙어있는 몬테요새로 가는 길. 거리는 가깝지만 내리는 비 덕분에 돌계단이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했다. 요새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엄청나게 큰 나무들은 마치 요새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다 올라왔다는!

요새에 있는 대포


몬테요새는 옛날 네덜란드의 침입에 맞서 싸우던 대포와 화약 보관처 그리고 피난처가 있는 곳이다. 엄청나게 높은 담은 절대로 상대방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게 생겼다. 대포는 영화속에서 보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게 생겼는데 크기가 생각보다 크고 대포 입구가 꽤 높았다. 영화에서 보면 입구로 대포알을 집어넣는 구조던데... 이거 대포알을 집어 넣다가 기운이 다 빠지지 않았을까?? 

마카오 시내가 보인다.

 
몬테요새는 위치가 높아 마카오 시내를 내려다보기 좋다. 전쟁중이었던 그 옛날에는 대포앞에 서서 바라보는 시내가 참 슬퍼보였겠지만 지금은 평화롭고 조용하다. 늘어져 있다가 일몰이나 일출을 보면 좋겠단 생각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뿐이었다. 강하게 불어오는 비바람에 맞설만한 배짱이 없었기에... 

바닥이 예쁜 마카오의 거리


몬테요새에서 내려오는 골목길. 유난히 창문이 많은 주택 사이사이로 보이는 나무와 꽃들 덕분에 삭막한 도시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20개가 넘는 세계문화유산을 안고 있는 도시 마카오. 고풍스런 마카오의 길은 이 아름다운 유산들을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마카오 골목길 걷기

이런 느낌의 건물들은 참 쉽게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보면 파스텔톤으로 보일까?

추운 날씨에도 웨딩촬영이 한창;;


 어제 오늘 잠이 충분하지 못한데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와 거센 바람속에서 오돌오돌 떨다보니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 앞으로 남은 일정도 있는데 여기서 뻗어버릴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투어는 다음으로 미루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성 도미니크 성당 안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세나도 광장에 있는 성 도미니크 성당에 들렀다. 밖에서 보기엔 노란 아기자기한 건물이었는데,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소리를 낮추게 되었다. 성당 뒤쪽에 서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짧은 시간에 마카오의 유산을 모두 돌아본다는 것은 나의 무리한 욕심이었을까? 다음에 이 곳을 찾을 때는 여유를 가지고 와야겠다. 느긋하게 마카오와 데이트할 수 있도록... 그때는 눈부시게 밝은 햇빛을 내게 보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