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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가우디의 발길 따라 걷는 바르셀로나 (Barcelona)

빛나_Bitna 2011. 6. 27. 11:00
 
 안토니오 가우디. 전 세계의 건축학도들이 바르셀로나로 몰려드는 이유는 바르셀로나 곳곳에 숨어있는 그의 흔적들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가우디의 'G'도 몰랐던 나는 어느새 바르셀로나 지도에 가우디의 흔적을 표시하고 있었다.
 

구엘공원



 바르셀로나 북쪽에 있는 구엘공원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왠만한 가우디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도시 하나가 거대한 건축박물관같은 느낌이랄까?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처럼 구엘공원을 관람하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구엘공원, 가우디의 이상한 나라로 들어서다. http://bitna.net/834

산파우 병원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만난 몬타네로의 산 파우 병원은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독특한 건물이다. 끝날 줄 모르는 공사가 진행중이라 슬쩍 겉만 보고 지나가려 했는데 왠지 아쉽다. 그래서 입구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안으로 진입했다.

산 파우 병원 내부


 병원 내부는 병원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우아하고 화려했다. 이슬람 사원을 연상시키는 돔 형식의 높은 천장 그리고 카테드랄에서 많이 보았던 기둥과 섬세한 조각들은 목을 길게 빼고 한참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비록 내부에 이동하는 길목마다 '공사중'이라며 막아놓아서 더 이상의 무단침입(?)은 불가능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면 왠지 후회했을 것 같다.

산 파우 병원은 현재 공사중이라 안으로 입장하려면 특정 시간대에 진행되는 가이드투어를 활용해야 한다.

병원에서 보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병원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동안 듣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가 보련다. 


가우디가 만든 가로등

이 길 이름은 '가우디 길'


산 파우 병원에서 사그미라 파밀리아 성당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만나는 길 이름은 '가우디'이고 그 길 위에 세워진 독특한 모양의 가로등은 역시나 가우디의 흔적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2010년)

드디어 도착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Sagrada Familia) 가우디는 1883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 성당을 세우는 것에 올인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완성한 것은 교회의 일부분일 뿐, 지금도 나머지 부분을 계속 작업중이며 교회 전체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가까이에서는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 없을만큼 거대한 규모인데 아직도 완공되려면 멀었다고 하니 완공되었을때 그 규모는 어떻게 될까? 성당 앞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5년전에도 왔었는데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이 성당의 완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성당 지하에 가우디의 묘가 있는 것은 사후에라도 성당의 완공을 보고자 했던 가우디의 소망이 아니었을까..?

까사밀라

 그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까사밀라. 바르셀로나를 찾은 첫 날에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이 멋진 건물 앞에는 여전히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가득했다.
바르셀로나 까사밀라에 살고 싶다. http://bitna.net/830

까사바트요


 까사밀라와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는 까사바트요 (Casa Batllo). 저 멀리서 봐도 '가우디'라고 써 있는 것 같은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다. 까사밀라처럼 불구불한 건물 외관에 흰색, 초록색, 푸른색의 유리를 모자이크로 붙여 화려함을 더했다. 덕분에 햇빛을 받으면 유리가 반짝이는 지중해의 파도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했다. 살아 숨쉬는듯한 건물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까사바트요 앞에 가로등 (by 가우디)

 

 다시 남쪽으로 길을 걷는다.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하는지라 시원한 물을 하나 사들고 버스에 올랐다. 남쪽으로 가는 것만 확인하고 탑승했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구나, 길 찾기 쉬운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근처에 숨어있는 가우디의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 모두가 까사밀라, 까사바트요처럼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다. 덕분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앞을 몇 번이나 오가고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지도를 보고 잘 찾아가보자고..!!!

레이알 광장


 키 큰 야자수가 인상적인 레이알 광장 (Placa Reial). 작고 동그란 원형 광장으로 관광객들로 가득한 람블라스 거리와는 대조적으로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음식점을 찾은 현지인들의 휴식처로 사용되는 곳에서 나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걸까? 바로 저 가로등이다. 저 가로등으로 말한 것 같으면 가우디가 신인이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도 당연히 작동하고 있다. 가만보면 광장에 심어져 있는 야자수와 닮았는데 가우디가 저 나무들을 보고 영감을 얻은 걸까, 나중에 사람들이 저 나무를 심은걸까?  

구엘저택을 찾아서..

레이알 광장을 나와 람블라스를 가로질러 걷다보면 좁은 골목에 들어선다. 그 사이에 숨겨져 있는 가우디의 흔적, 구엘저택 (Palau Guell). 가우디스러운 지붕은 고개를 높게 빼야만 볼 수 있어서 나는 이 저택을 찾지 못해 그 앞을 몇번씩 왕복해야 했다.

구엘저택


 가우디의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가였던 구엘 백작을 위해 세운 구엘저택. 찬찬히 훑어보니 입구에 있는 기둥이나 섬세한 조각에서 가우디의 색채가 묻어났다. 다만 그 동안 보았던 가우디의 건물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철제를 이용한 입구가 약간 낯설었다고 할까? 현재도 누군가의 저택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일반인의 출입은 어렵단다. 게다가 내가 갔을때는 공사중인지 건물에 낮은 담이 세워져 있어 제대로 보기도 어려웠다. 아쉽지만 길 건너편에서 건물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동양의 건축양식을 활용한 저택 까사 비센스(Casa Vicens)와 구엘 교회의 제실 등 아직 보지 못한 곳들도 남아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련다. 다음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얼마나 지어졌는지 확인하러 올 때를 위해 남겨둬야지. ㅋㅋㅋ 

 스페인이 낳은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는 건축양식뿐 아니라 정원과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의 작품이 세워져있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미술관'이라 불리우며, 도시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른 유럽도시들과 분명히 다른 강렬한 느낌을 심어준다. 

 사실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외에 다른 훌륭한 건축가의 흔적들이 많다. 몬타네로의 까탈루냐 음악당과 산 파우 성당, 카다팔츠가 지은 까사 아마트예르와 까사 드 레스 뿐세스 그리고 가우디의 스승인 마르토렐이 지은 산프란세스크 데 살레스 등등.. 상대적으로 가우디에게 자리를 뺏겨버린 다른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돋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 땅에 서 있는 건물들을 밟아보고 만져볼 수 있음은 커다란 축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