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스페인 Spain

[Spain] 스페인 사람들의 축구사랑

빛나_Bitna 2011. 6. 29. 21:32

  

거리에서 축구경기 관람중인 사람들.


  스페인 거리를 걷다보면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도대체 무슨 구경거리가 있길래 이렇게 모여있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면 대부분이 축구중계를 보는 사람들이다. 남녀노소 어찌나 집중해서 보는지 자신이 길을 막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다. 자기집 거실에서 중계를 보고 있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은근 재미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 8강전이 있는 날.


내가 스페인으로 떠났던 것은 2010년 여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게다가 다들 알겠지만 지난 월드컵 우승국가는 스페인이 아니었던가! 덕분에 여행기간 내내 스페인은 축제였다. 모든 음식점에서는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느냐 정신이 없었고, 특히 스페인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저녁식사를 위해서 몇 시간전부터 자리를 잡아야 했다.

스페인 경기가 있는 날은 어딜가나 만석!


 스페인과 파라과이의 월드컵 8강전이 있던 날. H&M과 자라 세일에 정신이 팔렸다가 뒤늦게 식사할 장소를 찾으려니 어딜가나 만석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집에서 TV를 보지 않는걸까? 6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다행히 음식점에 입장!


무려 2시간동안 뭔가 먹을 수 있는 곳을 맹렬히 뒤져서 간신히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 식당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빈 자리라고는 shared seat 딱 한 자리라서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종업원 아가씨가 식당앞에 줄을 선 그 많은 사람들중에 나에게 그 자리를 안내했을 때, 'Gracias'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ㅠ_ㅠ

스페인VS파라과이 경기 관람

 시원한 맥주 한잔과 메뉴를 주문한 뒤, 다른 사람들처럼 축구 중계에 빠져들었다. 맹렬히 에스파냐를 외치는 사람들틈에 있자니 나도 스페인 응원단이 된 것 같다. 홀로 앉아서 스페인을 응원(? 사실 분위기상 스페인을 응원하지 않으면 음식점에서 쫓겨날 것 같았다;;; )하는 동양인 꼬꼬마가 신기했던지 옆 테이블 사람들이 나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넌 어디에서 왔니? 
한국, 코리아에서 왔어.  
아! 대한민국? 2002 월드컵에서 우리가 졌지. 그때 한국 대단했어.

그렇다. 이 동네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축구', '월드컵', '박지성'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행하면서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북한', '김정일', '핵' 이야기를 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 없었는데... 놀라울 뿐이다. 몇 마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경기는 스페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승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속에서 그들과 함께 축배를 드는 것은 나의 여행의 또 하나의 색다른 기억이 되었다. 

항상 중계방송을 듣고 있는 택시기사 아저씨, 식당마다 빌트인되어 있는 TV 그리고 TV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놓여있는 테이블과 의자들까지... 스페인의 축구사랑은 정말 대단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도 그들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들의 이런 축구사랑이 있기에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와 같은 세계적인 팀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