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수업이 끝나고 이제 장비를 챙겨들고 물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도시에서는 비맞는 것도 왠지 망설여지는데 이런 곳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어차피 바다에 들어가면 젖게 될 것인데 미리 좀 젖으면 어떠랴.
장비 챙기기
장비 세팅중
수트를 입고 장비에 대한 설명과 세팅방법을 배웠다. 산소통과 호흡기가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이 바로 BCD라 불리우는 조끼. 단순히 산소통을 짊어지기 위한 용도만을 생각했는데, 내부에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수면위에서 떠 있거나 물 속으로 하강할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는... 역시 뭐 하나라도 의미없는 것은 없나보다.
얕은 해변으로 이동 중
장비를 챙겨들고 얕은 해변을 향해 출발을 외치자마자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렸다. 산소통 무게가 장난이 아니군! 한손에 핀(오리발)을 들고 뒤에서 나를 당겨오는 산소통의 무게를 버티면서 걸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우리 강사님은 체구가 작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익숙하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 아아~ 운동을 안했더니 이런 데서 표시가 나는구나. 한국 돌아가면 스트레칭이라도 시작해야지, 불끈!!!
잔뜩 흐린 날씨
제한수역 연습은 다이빙에 필요한 기본기를 익히는 과정으로 이름처럼 수심이 얕고 제한된 지역에서 진행된다. 도시에서는 수영장을 이용하지만 이 동네 수영장이라고는 호텔에 딸린 공간뿐인지라 수심이 얕은 해변을 이용한다고 한다. 샵에서 항구근처 해변까지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짊어진 무게때문에 왠지 한참을 걸어온 기분이다. 비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리다. 정박해 있는 긴 꼬리배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파도가 만만치 않겠구나. 오늘 첫 실습, 잘 할 수 있을까?
얕은 바다로 이동 중...
이제 본격적인 수업 시작!
산소통의 무게에 파도가 더해져 해변을 걸어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강사님 손을 부여잡고 뒤뚱뒤뚱 걸어서 드디어 도착. 이렇게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물속에서 사용하는 수신호와 호흡기로 호흡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물 속에서 호흡기를 다시 무는 법, 마스크(물안경)에 물이 들어갔을때 물을 빼는 법, 산소가 떨어졌을때 버디(동료)와 함께 호흡하는 법, 호흡을 이용한 높이 조절법 등의 다양한 기본기를 배우고 연습했다. 가장 어려웠던(?) 싫었던(?) 것은 마스크 안에 물 빼기. 2년이 넘게 수영을 했지만 물안경에 물 들어오는 것은 정말 질색인데, 물을 넣었다가 빼는 걸로도 모자라 물 속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란다. 바닷물이라 눈이 어찌나 따갑던지... 엉엉... ㅠ_ㅠ
고개를 들면 흔들리는 수면이 눈에 들어올만큼 수심이 얕은 지역이었지만, 동그란 호흡기 하나를 입에 물고 물 속에서 호흡하는 기분은 정말 묘했다. 수영장에서 잠영을 할 때는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있어야 하니, 이렇게 물 속에서 수면을 바라보고 즐길만한 여유로운 시간은 없는데 말이지. 조용한 물 속에서 규칙적인 나의 호흡소리만 들려오는 것도 신기하고, 버디(동료)와 손과 마스크 너머 눈빛만으로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다. 뭐랄까 나 자신과 나의 동료에게만 완전히 집중하게 된다고 할까?
훈련을 마치고...
몇 가지 동작을 배우고 연습하고 쉬고, 다시 배우고 연습하고 쉬고를 반복하는 것으로 제한수역 연습이 끝났다. 수업의 끝은 BCD(조끼)에 공기를 잔뜩 집어넣고 물 위에 동동 떠서 파도를 즐겨주는 것으로 마무리,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파도풀이라구..!!! 수업을 마무리하고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더니 잠시 잊고 있던 산소통의 무게가 다시 느껴진다. 샵으로 돌아가는 걸음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금새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이제 끝났다는 기분 때문일까? 설마... 통 속에 가득 차 있던 공기를 다 먹어버려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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