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아직 우기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오늘부터 우기가 시작된 것인가? ㅠ_ㅠ)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친 상태라 여분의 옷, 비치타올, 물 그리고 방수팩 씌운 카메라를 챙겨들고 샵으로 향했다. 비는 그쳐서 다행인데 밖으로 나와보니 해변에 묶여있는 롱테일 보트들의 흔들림이 보통이 아니다. 오늘 해양실습이 있는 날인데 설마 취소되는 것은 아니겠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선다.
샵에 모인 사람들
잔뜩 찌푸린 하늘은 결국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샵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다이빙을 끝내고 온 모습이었다는... ㅋㅋ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히포다이빙. 오늘 다이빙에 대한 설레임 때문인지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궂은 날씨에 다이빙은 가능한건지 물었더니 쓰나미가 몰아쳐도 물 속은 평화로우니 걱정하지 말란다. 아하, 내가 너무 초보티를 냈구나. >_<
드디어 탑승!
인원 점검이 끝나고 드디어 보트 탑승! 오늘 함께 다이빙하러 가는 일행이 많다보니 배가 북적북적하다. 모두 다이빙을 위해 탑승했지만 목적이 모두 제각각이다. 체험다이빙, 펀다이빙과 같은 재미를 위한 팀도 있고, 우리처럼 오픈워터나 어드밴스드 라이센스 취득을 위한 이들도 있다. 목적도 국적도 모두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이 보트에 탑승하고 있다는 것!
묶어둔 배를 풀고
이제 출발한다.
사람, 장비 그리고 음식들까지 필요한 것을 모두 싣은 배가 항구에서 멀어져간다. 날씨에 대한 걱정은 잠시, 첫 다이빙에 대한 설레임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사실 흔들리는 배안에서 이리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샵에 도착하자마자 멀미약을 먹었기 때문이라는...ㅋㅋㅋ 강사님이 오늘 일정을 설명해 주신다. 오늘은 심해에서 강사님을 따라 이동하며 어제 배웠던 기본기를 몸에 익히는 과정이란다. 스팟을 조금씩 이동하면서 두 번을 진행하고 다시 항구로 돌아가면 오후 12시~1시 정도가 된단다.
장비 세팅 완료
스탭들의 분주함이 어느정도 정리되자 초보 세 명의 장비 세팅 복습이 시작되었다. 나름 어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흔들리는 배 안에서 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낑낑대고 산소통을 끼워넣고 이것저것 선들을 끼워넣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힘들게 작업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산소통 밸브를 열자 공기가 빠져나오며 치익- 소리를 낸다. 시원한 사이다 캔을 열었을때처럼 기분이 상쾌하다.
피피섬은 멀어져가고.
잠잠한 다이빙 스팟에 도착
배가 점점 속도를 낮추는 것은 첫번째 다이빙 스팟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입수하자마자 몇가지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라 초보인 우리가 가장 먼저 입수하기로 했다. 핀을 착용하고 뒤뚱뒤뚱 걸어서 배 끝까지 가려니 산소통의 무게가 어깨에 느껴진다. 이 무게의 압박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첫 입수의 두려움 따위는 가뿐히 물리쳤다. 아무 망설임없이 바다에 몸을 던졌으니 말이다.
수면위에서 하강과 상승에 대한 주의사항과 수신호를 연습하고 바다 속으로 내려갔다. 날씨때문에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날씨가 따뜻하다보니 물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앞서가는 강사님의 뒤를 열심히 쫓아간다.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다 싶더니 눈 앞에 노란 물고기떼가 나타났다. 수족관도 못 가 본 촌스러운 나는 순간 '와...' 하느냐고 호흡기를 놓칠 뻔 했다. ㅋㅋ 정신을 차려보니 온통 물고기 세상이다. (바다 속이니 당연한건가?)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은 없지만 화려한 색상의 바다 고기들과 함께 바다속을 유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첫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오는 버디들
1차 다이빙 후 휴식중
첫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오니 엄청난 양의 비와 출렁이는 파도가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 속은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이 난리통(?)을 전혀 알 수 없었는데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을 보니 다시 바다로 들어가 버리고 싶다. 하나 둘 바다속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물 위로 떠오른다. 물에서 나온 후라 조금 추웠지만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주섬주섬 먹어주니 금방 따뜻해졌다. 역시 쉬는 시간엔 뭔가 먹어야 한다. ㅋㅋ
(쉽게 설명해서) 스쿠버다이빙을 한 뒤, 기압차와 압축공기가 몸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수심과 다이빙 시간에 따라 휴식시간을 가져주는 것이 다이빙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 멋진 바다를 즐겨주려면 안전수칙은 꼭 지켜주자.
저쪽에 비치가 보인다.
저기는 아마도 제비집 채취하는 곳?
두 번째 다이빙 종료!
휴식을 하는 동안 배가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시작된 두번째 다이빙. 그래도 두번째라고 처음보다 안정적으로 입수!!! 처음과 마찬가지로 얕은 지역에서 몇 가지 동작은 다시 연습한 뒤, 강사님을 따라 더 깊은 곳으로 하강했다. 사실인지 내가 여유로워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곳이 처음 다이빙했던 장소보다 시야가 좋고 물고기와 산호가 풍부한 편이었다. 독특한 모양의 산호들 사이를 오가는 화려한 색상의 물고기들이 그림같다. 커다란 거북이는 물 속에서 어찌나 빠르던지... 신기할 따름...
물속에서 호흡을 이용해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이 이제는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첫 다이빙에서는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아서 본의 아니게 물고기들을 놀래켰는데, (그리고 다리에 영광의 상처도 남았다는 ㅠㅠ) 강사님 말씀처럼 천천히 호흡을 조절했더니 나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긴 호흡과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항해를 계속한다. 평소 나의 호흡소리에 이렇게 집중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살아있음에 그래서 이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멋졌을텐데.
다른 다이버들의 배
저 곳의 이름은 '촛대바위?'
바다 관광용 유람선
두 번의 해양실습이 끝났다. 다이빙을 끝내고 배에 오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감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주된 화제는 물속에서 본 바다생물에 대한 이야기. 너무나도 낯선 (심지어 영어라서 더 모르겠는) 물고기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아아- 다이빙의 세계는 멀고도 험하도다. 이제 어류도감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OTL... 오늘 바다에서 본 것 중에 내가 아는 것은 거북이 밖에 없었다고 했더니 난리가 났다. 거북이를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아하~! 난 운이 좋은 여자였군!!!
섬이 멀어진다.
항구근처에도 배가 북적북적
다이빙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배는 섬을 뒤로하고 피피섬 항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항구 근처에는 바다를 즐기러 나온 크고 작은 배들이 은근 많았는데, 평소 날씨가 쨍한 날에는 이보다 2~3배 이상 많다는데 상상이 안된다. 이렇게 나의 첫 해양실습이 끝났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나면 그 속이 궁금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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