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북적이는 항구
오후 3시, 피피섬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발하는 배들이 도착하는 시간이다. 이 작은 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걸까? 사람들로 북적이는 항구가 신기하다. 몇 일 전에 타고 온 오래된 배가 시야에 들어오고 이제 정말 이 섬을 떠날 시간이로구나.
굿바이 꼬피피.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이 생각보다 재밌다. 드디어 휴가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설레임과 흐린 날씨에 대한 실망감이 공존하는 그런 표정이랄까? 이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몇일동안 비가 미친듯이 퍼부었다는, 지금은 감사하게도 비가 잠시 그친 것이라는 사실을...ㅋㅋㅋ 나름 두 번째 탑승이라고 얼릉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탑승이 끝나고 배가 출발한다. 멀어져가는 피피섬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안녕, 다음에 또 올게...
지금은 항해중
끄라비로 가는 배의 가장 명당은 2층 뱃머리 부근이다. 시야가 탁 트인 자리에 앉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시간 정도 앉아있기 좋은 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 신랑이 친구를 만들었다. 브라질 리오에서 온 형제였는데 사촌의 결혼식 참석차 태국에 왔다고 한다. 지금은 피피섬에서 좀 쉬다가 지금은 방콕에 사는 친구집에 가는 길이란다. 그 후에는 영국여행하고 브라질 리오로 돌아간단다. 와우, 이거야말로 월드투어로군, 이 청년들 순박하게 생겨가지고 알고보니 럭셔리한 친구들이었어!!!
끄라비 도착
리오에서 타이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형과 한 때 한국인 여자친구를 만났었다는 동생, 이야기하다보니 이 청년들 우리랑 같은 비행기로 방콕까지 간다?! 아무래도 방콕까지 가는 길이 즐거울 것 같다. 맥주 한 캔 들고, 신나는 남미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끄라비 항구가 보인다.
텅 빈 끄라비 공항
끄라비 항구에서 공항까지 택시로 이동하는 시간은 30분 정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뭔가 먹어볼까 하고 공항 안에 있는 카페에 갔는데 방금 에스프레소 머신을 클로징했단다. 아직 저녁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문닫는 카페라니!!! 역시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라구~!!!
에어아시아 탑승 중
그럴듯한 음식점도 상점도 없는 심심한 끄라비 공항. 결국 출발시간을 무려 20분이나 남기고 탑승장으로 향했다. 게이트 앞에 항공사 직원이 자꾸만 우리에게 서두르란다. 시계를 보니 17분쯤 남았다. 탑승을 위해 비행기로 걸어가는데 비행기 문앞에 있는 직원들도 우릴 향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다시 시계를 보니 15분쯤 남았다. 서로 시계를 확인하며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비행기는 우리가 앉자마자 이륙했다. 오.마이.갓. 이 비행기는 지정된 시간보다 13분쯤 먼저 이륙한 것이다. 예약한 승객이 모두 타면 출발하는건가? 버스처럼?!
방콕까지 함께 온 브라질 청년들
오늘의 최종 목적지 방콕에 도착했다. 피피섬에서부터 함께 온 브라질 친구들과 굿바이 인사를 하려는데 어디선가 그들의 친구가 짠~! 하고 나타났다. 서프라이즈~를 외치면서! 공항 한 가운데서 브라질 청년들이 격하게 인사를 나눈다. 덩치는 커다란 친구들이 어찌나 좋아라 하는지 어린아이들 같다. 얼떨결에 덩달아 신난 우리도 격하게(?) 그들과 굿바이 인사를 나눴다. See you in Rio de Janeiro!!!
택시를 타고 방콕시내로!
호텔 도착!
시간도 늦고, 몸도 피곤하고, 예전에 버스를 탔다가 방콕 시내가 밀려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택시를 탔다. 방콕 시내로 가는 길, 몇일동안 바다만 보고 있었더니 늦은 시간까지 풀리지 않는 방콕의 교통체증도 새롭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방콕 시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숙소에 도착했다. 바다 속을 유영하고, 바다 위를 달리고, 하늘도 날고, 육지를 달리고... 하루만에 이 모든 것을 했으니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잠들어 버릴 수는 없다. 오늘 하루와 우리들의 다이빙 여행을 정리하고, 고픈 배를 달래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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