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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 오늘은 택시 파업의 날! (Kolkata, India)

빛나_Bitna 2013. 4. 17. 07:00

 

우리 부부에게 캘커타는 여행하기 위한 도시라기 보다는 여행을 준비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주변 나라를 여행하느냐고 몇 번씩 캘커타를 들락날락하면서 이 도시를 그냥 스쳐가려니 왠지 미안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 가볍게 이 도시를 돌아보기로 했다.

 

 

텅 빈 도로

 

이 도시에 있는 몇몇 스팟들로 하루 코스를 구성한 뒤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어라? 오늘 도시가 좀 이상하다?! 빵빵대는 노란택시와 꽉 막힌 차들 사이로 오가는 인력거가 캘커타의 대표적인 이미지인데, 오늘은 죽은 도시처럼 조용하고 썰렁하기만 하다. 이유를 알아보니 오늘은 캘커타 택시들이 파업하는 날이라고. 오호라~ 언젠가 서울에서 있었던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며 숙소를 나섰다. 여행자의 발인 택시가 없다니 만만치 않을 오늘 하루가 걱정되긴 하지만 언제 이렇게 안전한(?) 캘커타의 거리를 경험하겠는가? 기쁜 마음으로 걸어주자구.

 

 

 

여기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

 

처음으로 찾은 곳은 마더 테라사 하우스. (Mother Theresa's House)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그녀의 이름이 익숙했지만, 사실 난 그녀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떤 계기로 인도에 왔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뜻을 본받아 봉사활동을 하러 굳이 캘커타에 있는 이 곳을 찾아 온다는데, 나는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이 곳에 온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테레사 하우스 내부

 

내부는 정갈하고 조용했다. 공휴일이라 그녀의 묘(사진촬영 금지) 이외의 공간을 돌아볼 수 없었지만 윗층에서 들려오는 기도소리와 곳곳에 붙어있는 그녀의 메세지들을 읽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향을 떠나 이 곳 인도에 오기까지, 이 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자 결심하기까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길이었으리라. 그렇기에 종교적인 경계를 넘어 그녀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겠지.

 

다시 걷는다.

 

여전히 조용한 거리

 

곳곳에 마더 테레사의 메세지가

 

 그녀의 묘 앞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여행자의 모습을 뒤로하고 마더 테레사 하우스를 나섰다. 주변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는 그녀의 메세지들... 택시 파업만 아니었다면 택시를 타고 지나쳤을텐데. 더운 날씨에 이렇게 무작정 걷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덕분에 마더 테레사의 메세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련다.

 

 

 

 

여기는 인도 맥도날드


점점 해는 뜨거워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차된 택시에 물어보니 평소 가격에 5~10배의 가격을 부른다. 아무리 내가 외국인이지만 너무하는거 아냐? 상한 마음을 위로받으려 찾아간 곳은 맥도날드. 평소 한국에서는 절대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곳인데, 인도에서는 어찌나 반갑던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맥도날드와는 달리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인도 맥도날드. 문을 지키는 가드 아저씨에다가 에어컨도 빠방하니 어찌 아니 반가울수가 있을까.

 

인도 맥도날드엔 빅맥이 없다.

 

먹을만한 버거는 오직 치킨 뿐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신자가 대부분인 나라답게 인도 맥도날드에서는 빅맥따위 찾아볼 수 없고 고기가 포함된 메뉴는 치킨버거가 유일하다. '빅맥이 없으면 맥도날드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채식주의자가 넘치고 넘치는 인도에서 치킨버거라도 먹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우리는... ㅠ_ㅠ

 

식사 후 다시 걷기

 

근사한 정원이 있는

 

 

여기는 빅토리아 메모리얼

 빅맥이든 아니든 뭔가 먹고나니 기운이 난다.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서 도착한 곳은 빅토리아 메모리얼.(Victoria Memorial)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잘 정돈된 넓은 정원에 고풍스러운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영국 식민지 시절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란다. 만드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정작 여왕은 생전에 이 곳이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데이트하는 인도 커플 도촬하기

 

나도 좀 쉬어가자

정원도 그렇고, 건물도 그렇고, 내부에 있는 작은 박물관도 그렇고 캘커타에 있는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덕분에 정원에 앉아 있으면 혼란스러운 인도가 아닌 유럽에 있는 공원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 이 도시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중에 가장 잘 관리되고 있는 곳이라니 한국사람인 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인도 사람들은 '영국식민지'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걸까. 젊은이들에게 '영국'은 어떤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까. 정원 곳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느냐 바쁜 인도 청춘남녀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