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인도 India

하우라 브릿지에서 살아있는 인도를 만나다. (Kolkata,India)

빛나_Bitna 2013. 4. 21. 08:00

 

항상 열려있는 버스문

 

로컬버스를 타다

 

여기는 하우라 역


결국 버스를 탔다. 캘커타 전체 택시가 파업이라고 해도 분명히 영업하는 택시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예상대로 택시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타지 않았다. 의리따위 버려두고 영업하는 택시기사는 이럴때 한몫제대로 잡으려는지 평소에 10배는 될 가격을 불렀으니까. 그래서 지나가는 버스에다 '하우라(캘커타 기차역)'를 외쳤고, 버스는 우리를 무사히 역으로 데려다 주었다.

 

 

하우라 역앞에서 페리를 타다

 

우리가 하우라 역까지 온 이유는 바로 페리를 타기 위해서다. 하우라역에서 캘커타 곳곳을 연결하는 배 버스. 근사한 크루즈는 아니지만 도시 풍경이나 하우라 브릿지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

 

 

 

페리를 기다리면서

 

페리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는 페리 터미널. 바쁘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외국인이 신기한지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 촬영에 열심이다. 페리를 기다리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진이 찍혔는지 파파라치를 대하는 셀럽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ㅋㅋ

 

우리가 타고 갈 배

 

탑승! (신났다;; )

 

하우라 브릿지

 

슬슬 해가 진다.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길이 익숙해질때쯤 우리가 탈 페리가 도착했다. 작은 배는 금새 사람들로 가득찼다. 이거 설마 가라앉지는 않겠지? 서서히 다리가 움직이고, 하우라 브릿지가 눈에 들어온다. 세계적으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다리로 기록되어 있다는데, 다리 위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반론의 여지가 없다. 원래도 사람이 많은데다 마침 해가 질 때라 퇴근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지니 다리 위에 보이는 건 동그란 사람 머리뿐이다. 멀어지는 페리터미널 뒤로 지는 해가 보인다. 우리의 하루도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되고 있다.

 

아르메니안 가트

 

식민지 시절 건물은 흔적만 남았다.

 

외국인이 신기한 꼬마들

 

페리는 우리를 아르메니안 가트(Armenian Ghat)에 내려주었다. 우리가 굳이 여기서 내린 이유는 론리플래닛이 근처에 큰 꽃시장이 있는데 사진찍기 좋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하지만 가트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캘커타의 빈민촌이었다. 널판지에 비닐로 만들어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집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꼬마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인지 이 동네 꼬마들에게 우린 구걸의 대상이 아닌 '신기한 외국인'일 뿐이었다. 외국인이 신기하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 꽃시장의 위치를 묻자 저마다 한마디 건네보려 난리다.

 

  

거리에서 꽃파는 사람들 발견!

 

사람들이 알려주는대로 마을길을 따라서 북쪽에 있는 Mullik Ghat쪽으로 이동하니 조금씩 꽃향기가 풍겨오기 시작한다. 사원에서 보던 익숙한 꽃들을 가득 쌓아놓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꽃을 파는 곳은 맞는 것 같은데... 꽃'시장'이라 말하기엔 규모가 작은 것 같다. 두둥, 론리님이 우리를 속인 것인가?! 

 

 

 

여기는 Mullik Ghat 꽃시장

 

우리를 뛰따라 온 꼬마들이 갸웃갸웃하는 나에게 옆에 있는 허름한 건물로 가보란다. '저 안엔 뭐가 있는데? 창고 같은 것이 무서운데?' 싶었지만 가라는대로 가는 나는 팔락귀인건가? 질퍽질퍽한 바닥을 밟고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강한 꽃향기가 풍겨온다. 아, 여기가 진짜 꽃시장이로구나!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들

 

덩달아 신난 나란 아이;


 해질무렵,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바쁜 와중에 서 있자니 미안해진다. 서둘러 시장 밖으로 나가려 발길을 돌리는데 헬로헬로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환한 웃음과 함께 나름 근사한(?)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들, 서로 자기 사진을 찍어 달라고 난리난리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일을 하는 것이 꽤 고단할텐데 누구 하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있으니 나도 덩달아 기운이 솟는다.

 

꽃시장은 마감중

 꽃시장에서 나와 하우라 브릿지에 올랐다. 다리위에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10억, 감히 상상되지 않는 엄청난 숫자의 인구가 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정신없이 산만하고 복잡한 도시 캘커타는 처음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따라붙는 구걸과 호객행위와 곳곳에 남아있는 식민지 역사의 흔적을 넘어 한발짝 가까이 가면, 소박한 사람들의 미소와 꿈틀대는 인도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