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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 진짜? (Khajuraho, India)

빛나_Bitna 2013. 7. 8. 06:27

 

3A Class 내부

 

꽤 편안한 침대칸

 

바라나시에 안녕으로 고하고 카주라호행 야간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지난번 캘커타-바라나시 구간의 기차와 내부가 조금 다르다? 이번엔 Sleeper Class에서 한 등급 업그레이드 한, 3A Class니까. 구조는 비슷하지만 코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에어컨 때문에 창문이 막혀있어 조용하고 시원하고... 아아- 쾌적하구나.

 

시설도 시설이지만 그 동안 구경도 못한 여행자들이 죄다 이 코치에 모여있다. 옛날에는 Sleeper Class가 여행자들 사이에 대세였다는데 이제 그 등급도 하나 올라간건가? 옆 칸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애들이랑 몇 마디 대화를 주고 받다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에는 잘 잘 수 있겠지?

 

- 바라나시로 가는 고난의 길, 야간기차 http://bitna.net/1231

- 인도 여행의 시작, 인도에서 기차타기 http://bitna.net/1189 

 

 

카주라호 도착!

 

아직 깜깜하다.

  

이제 서서히 해가 뜬다.

 

 

'카주라호!', '카주라호!'라 외치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내가 꿈을 꾸는건가? 아니다. 카주라호 도착을 알리는 역무원의 소리다. 도착시간이 이른 아침(새벽5시)이다보니 잠에 빠져 내리지 못할 우리같은 여행자를 위해 코치마다 돌아다니며 모닝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비몽사몽하던 나는 창 밖으로 보이는 카주라호 역의 모습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다닥, 후다다닥! 황급히 기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죄다 여행자들뿐이다. 목배게에 부스스한 머리는 물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나온 친구도 있다. ㅋㅋ

 

 

날이 밝아온다.

 

 

번개처럼 모여드는 릭샤기사들과 가격을 흥정하다보니 서서히 잠이 깬다. 굿모닝, 카주라호! 우리를 태운 릭샤가 시내를 향해 달린다. 차선도 없는 시골길을 달려간다. 얼마만이던가, 새소리로 시작하는 아침이! (까마귀 소리 빼고..) 기차역에서 카주라호 시내까지는 릭샤로 20~30분 거리. 중간에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숙소로 가자는 릭샤기사를 제압하고 무사히 시내에 도착, 숙소를 잡았다.

 

슬슬 동네구경이나 할까?

 

 

그래도 좀 좋은 기차에서 잤다고 짐을 풀고 샤워를 하자마자 기운이 넘쳐난다. 이 기세를 몰아서 동네 산책이나 좀 해볼까? 
카주라호는 애로틱한 조각의 사원으로 유명한 도시다. 이 도시의 핵심 볼거리인 서쪽 사원군 주변에 형성된 시내는 여행자용 숙소, 식당, 기념품샵 등이 밀집된 '여행자용 도시'라 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동쪽 사원군 근처에 거주한다.) 덕분에 다른 도시에 비해 거리도 깨끗하고, 클략션 소리도 없다. 어떻게 보면 너무 만들어진 도시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캘커타의 교통대란과 바라나시의 지저분한 골목길을 겪은 우리가 여기서는 조금 숨 쉴 수 있겠구나!

 

 

 

 

 

 

많기도 하다, 한국식당


이른 아침에는 조용했던 가게들이 하나 둘 영업모드에 시작했다. 그 때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어 간판들! 이 작은 마을에 한국어 간판을 걸고 있는 식당이 한블럭에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가게 주인들마다 한국말 한두마디는 기본으로 한다.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던 것도 잠시, 서서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없다보니 한발짝 걸어갈때마다 가게 주인들이 귀찮게 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니 친구고, 누가 니 언니란 말이냐! '친구 친구', '언니 언니' 하며 따라붙는 이들은 '헬로 마이 프렌드!'하는 이들보다 더 싫다구! 역시 작은 도시라고 방심하는게 아니었어. 여기도 인도는 인도라구!
       

 

카주라호 우체국

 

우표사는 중

 

 

오만가지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힘들게 찾아간 곳은 바로 우체국. 바라나시에서 끄적였던 엽서를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가까운 지인들의 주소를 조사해서 왔었는데 한달이 지난 이제서야 첫 편지를 보내다니... 물론 우리 여행은 아직 1/10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게을러서야 주소를 알려준 사람들에게 한 통씩은 보낼 수 있을까?

 

 

이게 풀이다;;

 

마더테라사 우표

 

한국으로 날아가렴!

 

 

마더테레사의 얼굴이 그려진, 인도다운 우표를 붙이고 수신자 이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우리 부부의 장기 휴가에 대해 그/그녀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자기가 떠나는 것처럼 설레여 하던 친구도 있었고, 가벼운 농담으로 흘려 들었다가 깜짝 놀란 친구도 있었고,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던 친구도 있었다.

 

처음 반응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힘찬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엽서에 담았다. 항상 고맙다고. 내 메세지가 한국까지 전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빠른 것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런 느림은 나름 색다른 매력이라구!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지, 친구들? ;;) 

 

카주라호 기차역에서 시내까지 릭샤타기

- 흥정끝에 80루피. 릭샤당 가격 (보통 100루피 정도인듯)
- 바라나시, 캘커타의 릭샤보다 큰 편이라 짐이 있어도 3~4명까지 탑승 가능함.

- 중간에 시내에서 가까운 숙소라며 가자고 하면 무시할 것. 카주라호 가장 중심은 수르야(Surya) 호텔 주변임.

 

카주라호 숙소, 자인호텔 http://bitna.net/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