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행자들이 카주라호는 당일치기 혹은 1박 정도로 짧게 여행한다. 도시가 워낙 작은데다 볼거리라고는 근처에 있는 사원군밖에 없기 때문에. 하지만 장기 여행자에게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평온이 가장 중요한 법인지라, 우리 부부는 이 곳에 2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의 인도 여행은 모든 도시에서 2박 이상이 목표였다.)
릭샤를 타고 달린다.
조용한 시골길을
소님들도 덥군요?
덕분에 남들보다 여유로워졌으니 오늘은 카주라호 외각에 있는 라네흐 폭포(Raneh Waterfalls)나 살짝 다녀올까? 바라나시에서 만난 슬로베니아 커플이 추천하기도 했고,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물가로 피크닉이나 다녀오지 뭐. 어디선가 바람처럼 달려온 릭샤기사와 흥정을 하고, 릭샤에 몸을 실었다. 시원한 음료수도 잔뜩 사 들고서...
국립공원 매표소
사람따로 교통수단따로;
그냥 사람만 들어가자
30분쯤 달렸을까? 릭샤는 우리를 국립공원 입구에 내려주었다.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외국인과 인도인의 입장료가 다르게 측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도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여기는 해도해도 너무한다. 사람에 대한 입장료 외에 운송수단에 대한 입장료를 따로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인도인과 외국인이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가격차이도 너무 크고...;; (외국인 1명이 4천원, 외국인을 태운 자동차는 2만원)
출발해 볼까?
씩씩한 신랑님
물가도 있고 좋구만
결국 우리는 릭샤와 기사를 국립공원 문 앞에 세워두고 걸어서 폭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지라 걸을 준비를 하고 오긴 했지만, 가격차이를 보니 우리 계획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나 할까. 표지판은 잘 되어있지 않았지만 길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도 많고, 물도 있고 조용한 것이 열심히 운동하기에 나쁘진 않구나.
여기가 폭포 입구
처음 마주한 라네흐폭포
그렇게 40분쯤 걸었을까. 운동부족 신랑님이 땀을 비오듯 흘린다. 갑자기 우리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현지인 여행자를 태운 릭샤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걸어가는 외국인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폭포까지 태워줄테니 타란다. 오오, 쌩유쌩유! 그렇게 순식간에 우리는 폭포에 도착했다. 이제 여기서 음료수나 먹고 낮잠이나 자야겠.... 두두두둥!!! 피크닉에 꿈을 안고 폭포로 다가간 나는 충격(?)에 빠져 잠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우리가 생각한 폭포랑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예상보다 훨씬! 스펙타클한 뷰
내가 폭포라는 말을 듣고 생각했던 이미지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폭포에서 즐기는 피크닉이었는데... 나무 그늘에 앉아 좀 쉴 생각으로 돗자리에 음료수에 잔뜩 사왔는데.. 이건 뭐 규모도 크고 물도 무섭게 흐른다. (그나마 건기라 수량이 엄청 줄어든 것이라고 함.)
우리를 태워준 인도 아이들
폭포 입구에 앉아있던 아저씨 중 하나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가이드란다.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지역을 둘러보려면 가이드를 꼭 대동해야 한다고. 그는 우리와 같은 릭샤를 타고 온 인도애들까지 작은 그룹을 만들더니 폭포 전망대를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폭포와 주변 지형은 화산작용과 지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로세로 불규칙하게 갈라진듯한 지형은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기억나게 했다. 내가 생각했던 폭포의 이미지와는 참 많이 다르긴 했지만, 폭포는 물론 주변 지형이 만든 풍경은 너무나도 근사했다. 인도라는 여행지 자체가 북쪽 히말라야 지역을 제외하면 자연경관보다는 인간이 만든 문화유산들이 전부라 생각했는데... 이 폭포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폭포 주변도 멋지다.
수량도 풍부하고
열심히 걷는 중
다행히 태양은 잠시 휴식중
그렇게 폭포를 돌아보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국립공원 입구로 되돌아간다. 이번에는 걸어서. 중간에 우리를 태워줬던 인도 아이들은 착했지만 릭샤기사가 자꾸만 우리에게 팁을 요구하는 것도 싫고, 폭포 자체보다 폭포 주변에 근사한 샷포인트가 많이 보였기 때문에. 다행히 커다란 구름이 해를 가려줘서 무려 한 시간을 걸었지만 올 때 보다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
인도 학생들의 하교길
릭샤를 타고 카주라호 시내로 돌아가는 길, 이제 막 학교가 끝났는지 길가에는 교복입은 학생들이 눈에 띈다. '헬로헬로' 소리치는 꼬마들, 수줍게 웃어주는 여학생, 전속력으로 자전거를 달려 따라오는 남학생들... 그들의 모습이 저절로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여행자에게 인도 사람들은 극과 극이다.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먹고사는 이들은 어떻게든 외국인을 이용해 한 몫 챙기려고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데, 그 외 사람들은 너무나도 순박하고 친절하다. 그래서 인도에서의 하루는 좋았다 싫어다의 무한반복이다.
이제 저녁시간이다.
그리웠던 한국의 매운맛
무리한 운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신랑을 데리고 해질무렵 한국식당을 찾았다. 너무나도 능숙하게 한국말을 하는 식당의 주인은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한국 여행카페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과거 한국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현지가이드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 듣는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참 흥미롭다. 그는 나와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웠던 매운맛을 맛보며 그렇게 카주라호의 하루가 간다.
- 카주라호 시내에서 20km 떨어져 있다. 릭샤, 자전거로 갈 수 있다.
- 릭샤 이용시 왕복 300루피 (약 6,300원. 한 대당 가격)
- 사람과 자동차에 대한 비용을 따로 요구하기 때문에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 국립공원 입구에서 폭포까지는 3km.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편한 신발을 신고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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