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인도 India

바라나시, 비바람이 몰아쳐도 삶은 계속된다. (Varanasi,India)

빛나_Bitna 2013. 7. 6. 02:49

 

메인가트로 가는 길

 

물에 잠긴 가트

 

사르나트에서 돌아온 뒤, 우리는 바라나시 메인 가트인 다사스와멧(Dasaswameth) 가트로 향했다. 예상대로 불어난 물로 인해 가트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물 때문에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은 몇 개 없었는데, 그마저도 강물에 쓸려온 진흙과 쓰레기들로 엉망이었다. 신랑님 말로는 매일 저녁 이 곳에서 힌두교 푸자(Puja)의식이 진행된다는데 이렇게 공간이 없어서야 되겠어? 가트가 정리되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테니 푸자를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의식을 준비하는 이들

 

푸자 세팅 중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가트 주변을 서성이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뭔가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혹시 푸자를 준비하는건가? 가던 발길을 돌려 사람들을 급히 쫓아가는 우리 부부.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반쯤 남은 가트에서 푸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계단마다 테이블과 카펫이 놓여지고 하나 둘 현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트 대부분이 물에 잠겨서 적당한 자리를 찾기는 어렵고... 결국 우리는 배 위에서 푸자의식을 지켜보기로 했다. 멍하니 배 위에 앉아있자니 주인 아저씨가 살살 우리를 꼬드긴다. 아직 시작하려면 멀었는데 강가(갠지스강)에서 보트나 타라고...

 

 

 

강가에서 보트타기

 

여행초반이라 아직 하얗네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처럼 얇은 우리 부부의 귀. 결국 우린 강가에서 보트를 타며 일몰을 즐기기로 했다. 배는 메인가트를 출발해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제서야 나는 바라나시 지도에 빽빽하게 점으로 찍혀있던 가트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규모를 떠나 대부분의 가트는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불어난 물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신성한 강가의 물이 많아져서 더 좋아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라나시의 화장터


바라나시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인상적인 가트는 버닝가트(Burning Gath)라 불리우는 화장터. 지금은 물이 많이 불어서 높은 지대에 위치한 가트에서만 화장을 진행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가트의 크기와 상관없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럴때면 강가 주변이 뿌연 연기로 가득차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인도의 장례문화는 화장이며, 국민의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다. 바라나시와 강가(갠지스강)은 힌두교 종교적으로 신성한 땅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삶을 마감하길 소망한다고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나시에서 삶을 마감한다. 망자에게는 신성한 죽음, 남겨진 이들에게는 슬픈 이별, 우리같은 이방인에게는 인도스러운 모습이다.

 

 

이제 돌아가자

 

푸자 의식이 시작된다.

 

 
태양이 사라진 바라나시에 슬슬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우리는 메인가트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우리가 보트를 타는 사이에 메인가트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제들의 등장으로 소란스럽던 주변이 자연스레 정리되었고, 곧 의식이 시작됐다.

 

사제들의 등장

 

직접 의식에 참여한 인도 아저씨

 


푸자는 신성한 강인 강가(갠지스강)에 제사를 지내는 힌두교 의식으로 이를 집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브라만급의 사제들이라고 한다. 매일 저녁마다 반복되는 이 의식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었는데, 꽤 큰 비용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이 날도 왠지 모르게 슬픈 얼굴을 한 인도 아저씨가 식에 참여했다. 근심어린 표정의 그와 그를 둘러싼 사제들은 아주 진지해 보였다. 그들의 언어도 종교도 문화도 잘 모르지만, 그들의 의식을 지켜보는 동안 나도 함께 진지해졌다.

 

 

 

 

본격적인 의식이 시작됐다.

 

 

인도 아저씨를 위한 기도가 끝나고, 여러 개의 초가 불을 밝히고, 사제들의 노래와 춤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의식이 시작된거다. 내가 이 의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들의 음악과 화려한 촛불이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공간 부족으로 양쪽에서 진행된 의식


한참동안 의식을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또 다른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니 메인가트 옆에 있는 가트 위 난간에서도 푸자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 메인가트에서만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저건 뭐지? 궁금한 마음에 확인해보니, 불어난 물로 메인가트가 잠기는 바람에 공간이 협소해져서 이렇게 인원을 반씩 나눠서 진행하는 거란다.

 

아- 그렇다. 푸자는 인도 사람들의 진지하고 성스러운 의식이며, 그들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비가 온다고 연기하거나 취소되는 이벤트가 아닌거다. 미안해진다. 방금전까지 가트가 잠겼으니 오늘은 쉬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 난 결코 그들의 문화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 

 

 

 

 

마무리 중


푸자는 한 시간정도 진행되었다. 잠깐만 보고 일어서야겠단 처음 생각과 달리 우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행히(?) 지루하지 않은 '제사의식'인데다, 가트에 앉아있는 현지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기 때문에.

 

 

 

 

 

의식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가트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우기가 끝난 직후의 바라나시는 다큐멘터리나 다른 사람들의 인도 여행기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실망할 것은 없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이 동네 사람들의 일과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비바람이 몰아치고, 홍수가 나도 삶은 계속되는 거니까.

 

 

바라나시 메인 가트에서 보트타기 + 보트에서 푸자의식 보기

- 300루피 (2012년 9월)
- 보트는 보트당 가격이고, 푸자의식을 보는 것은 인당 가격으로 계산한다. 열심히 깍고 깍았다.